초등보건교사 순회근무 논란, 해결책 없나 (상) 경남지역 배치 현황과 문제점

최근 경남지역 교원단체들이 '초등학교 보건교사 순회근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도내 보건교사들이 수년간 제기해온 이 문제가 학기 초에 다시 불거진 이유는 경남교육청이 근본 대책 마련 없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며 올해도 순회근무 강행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돌고 도는' 초등보건교사 = 경남교육청은 지난 15일 각 학교에 '2016년 초등보건교사 순회근무 지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기존 초등학교 보건교사들이 보건교사가 없는 다른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일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기준 도내 초등학교 498곳 가운데 보건교사가 배치된 곳은 338곳으로, 배치율이 67.8% 수준이다. 도교육청은 교육복지 해소와 교사 인력 효율적 활용이라는 명분으로 보건교사들을 주1~2회 정도 순회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내 보건교사 36%인 120명이 160개교를 순회근무하고 있다. 18학급 이상 대규모학교 보건교사 16명도 원래 소속된 학교 외에도 다른 학교 1곳을 순회근무하고 있고, 소규모 학교 보건교사 28명은 3개교를 순회하고 있다. 반면 중·고등학교 보건교사는 초등학교에 비해 배치율이 낮지만 순회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반쪽짜리 보건관리 = 이러한 보건교사 순회근무로 학생 건강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보건교사 한 명이 학교 두 곳을 순회하면서 주 5일에 평균 2~3일을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며 반쪽짜리 보건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보건교사는 업무 특성상 일반적인 보건교육뿐 아니라 학교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각종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하지만 순회근무로 한 학교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보건교사들은 해마다 학교 안전사고 증가는 물론 결핵이나 수족구 같은 고질적인 학교 감염병과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이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규 보건교사가 소속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을 돌보기에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2009년부터 보건교육이 의무화돼 초등학교 5·6학년은 연간 17시간 이상 보건교육을 하고 있어 업무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국감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학교보건실 방문 학생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사회적으로 맞벌이 부부·조손가정·다문화가족 등 취약 계층 증가로 학교보건실에서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받아야 하는 학생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경남교원단체총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8·21일 잇따라 성명을 내고 "도교육청 보건교사 순회근무 방침은 해마다 증가하는 학교 안전사고에 능동적인 대처를 어렵게 한다"며 지침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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