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전쟁·욕심 등 죽는 길 선택한 인간…자유·평화 지키며 공존하는 세상은 언제

동물나라에서 마지막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인간들이 아무 생각도 없이 수억 년 동안 쓰레기를 땅에 파묻고 바다와 강에 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버릴 데가 없게 되었습니다. 인간들이 마구 쓰고 버린 쓰레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악취가 나고, 개울과 지하수가 오염되어 물조차 돈을 주고도 사 먹을 수가 없습니다.

어휴, 쓰레기뿐만이 아닙니다. 일 년 열두 달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는 자동차는 오늘도 독한 매연을 뿜어댑니다. 집집마다 공장마다 맨날 버려대는 폐수는 어찌 합니까? 그리고 농촌 들녘에서 함부로 뿌려대는 독한 농약은 우리 몸 구석구석을 갉아 먹고 병들게 합니다. 인간들은 날이 갈수록 유전자조작이니 화학첨가물이니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들을 만들어 스스로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을 수백 수천 번 다 죽이고도 남을 핵폭탄과 핵발전소, 미사일과 독가스와 생화학무기까지…. 인간들이 만드는 물건들은 우리를 작은 희망은커녕 불안과 절망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아이고,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날이 갈수록 지구온난화로 가뭄과 홍수와 폭우와 폭설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인간들은 서로 잡아먹으려고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들도 언제, 어느 때 전쟁이 일어날지 몰라 항상 전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큰 전쟁이 일어나면 인간들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다 죽습니다.

인간들도 큰 전쟁이 일어나면 아이고 어른이고 다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고만 있지, 아무도 무시무시한 전쟁을 막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생명을 죽이는 무기를 만들고, 그 무기를 팔아서 이익을 챙기는 못된 인간들이 이 지구를 손아귀에 넣어 쥐락펴락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죽음의 공포가 지구를 덮친다 해도 우리가 지구에서 인간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은 있습니다. 인간들이 뜻을 모아 물과 전기와 모든 물건을 아끼고 고루고루 나누어 쓰고, 쓰레기와 자동차를 줄이고, 폐수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독한 농약을 만들거나 쓰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돈과 편리함과 욕심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 작은 흙집을 짓고 텃밭을 일구며 소박하게 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에, 생명을 죽이는 모든 무기를 용광로에 녹여 호미와 괭이를 만들어 농사를 짓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동물나라에서는 이런 뜻을 모아 인간들과 "함께 살 것인가, 함께 죽을 것인가?"를 놓고 여러 차례 협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인간들은 함께 죽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동물나라는 오늘 어쩔 수 없이 마지막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열하고 악독한 인간들이 이 지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우리는 모든 협상을 마감하고 지구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러하오니 식구들과 하루빨리 짐을 정리하여 떠날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인간들과 다시 협상을 할 수 있는 문은 언제나 열어두겠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도 절망하는 것보다 희망을 갖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이런 인간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아이들이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아무 걱정 없이 골목에서 뛰어놀고, 청소년들이 고요한 숲길을 여유롭게 걷고, 청년들이 진리를 찾아 정처 없이 먼 여행을 떠나고, 노인들이 아이들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남편이 지친 아내의 발을 씻어 드리고, 아내가 고달픈 남편을 꼭 안아주고, 아버지가 아이를 재우며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머니가 집안일 마치고 시를 읽고,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아침마다 맞절을 하며 하루를 열고,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편안하게 잠들고, 농부가 콧노래 부르며 논밭을 일구고, 노동자가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 떳떳하게 가정을 꾸리고, 가난한 시인이 뜨거운 가슴으로 시를 쓰고, 의사가 환자를 제 몸처럼 돌보고, 스승과 제자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삶을 나누고, 이웃들이 함께 밥을 나누어 먹고, 무엇보다 인간들이 큰 절망과 시련 속에서도 촛불 한 자루 들고 거리에 나서고,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고 손에 손을 잡고 한 마음으로 노래 부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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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도록 애타게 기다리겠습니다. 그때까지 늘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동물나라에서 들려드리는 마지막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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