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는 문화 행사가 많이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서울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또 예술은 돈 있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누리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관심만 가지면 저렴한 비용에 누릴 수 있는 문화행사가 지역에 많다.

지난해 문화체육부 발령을 받은 후 매주 문화 행사 하나 정도는 가보자고 생각했다. 전시든 공연이든 관람하자, 아니면 책 한권이라도 읽자 싶었다.

찾아보면 무료로 진행되는 솔깃한 행사가 꽤 있었다.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 등 시립예술단 공연은 무료로 선보인다. 지난 17일 창원시립예술단이 성산아트홀에서 ‘고향의 봄 창작 90주년 기념-교성곡(칸타타) 고향의 봄 창작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일찌감치 매진일 정도로 인기였다. 예매를 못 했어도 방법이 있다. 예매만 하고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행사 당일 공연장에 가면 예매 취소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서 있다.

경남도민일보가 매년 주최하는 재즈 콘서트도 무료다. 지난해는 창원, 진주, 김해에서 열렸다. 공짜니까 수준 낮겠지? 전혀 아니다. 핫한 신예와 빅밴드 공연 등으로 이미 많은 팬을 확보했다.

전시도 일부 기획전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료로 열린다. 그냥 갤러리를 찾아가면 된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만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에 불과하다.

오는 31일부터 김해에서 제34회 경남연극제가 개최된다. 도내 12개 지부 14개 극단이 참여하는 행사로, 각 공연 입장료는 성인 1만 원, 학생 5000원으로 저렴하다. 대상작은 전국연극제에 나가는데,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전국 대상을 받을 정도로 좋은 공연을 선보여 왔다.

함안이나 함양, 거창 등지 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하는 하우스콘서트는 단돈 1000원에 관객들을 초대한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공연·전시가 평소보다 저렴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지역에 무료 행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연수 때문에 서울에 갔다가 예술의 전당에서 ‘피카소에서 프랜시스 베이컨까지’ 전시회를 관람했다.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대형기획전이라는 생각에 시간을 쪼개 찾아갔다. 그런데 같은 전시가 ‘피카소에서 앤디 워홀까지’라는 이름으로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이달 11일부터 6월 26일까지 열리고 있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전’은 서울과 대구에 이어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5월 12일까지 선보인다. 이들 대형기획전은 유료지만, 멀리 가지 않아도 볼 수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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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간과 예산 등의 문제로 서울만큼 다양한 전시를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관심 갖고 둘러보면 “지역에는 문화행사가 없다”는 말은 하기 힘들 것이다. 지역에 누릴 만한 문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할 뿐이다. 알 수 있는 방법? 관심을 갖고 각 문화예술회관이나 단체 홈페이지, 그리고 지역 신문을 보면 된다. <경남도민일보>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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