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기업과 협력 센터 안정화…이제는 독자적으로 성장할 단계
경남 창업환경 좋지만 투자 부족…지역서 기업 할 이유 만들어줘야
창업 위험하다는 인식 바꿀 것...실패 두려워 말고 문 두드리길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이동형(56) 센터장과 첫 만남은 신선했다. 재킷·넥타이 차림의 기관장들 '드레스코드' 대신 후드티 차림이 인상적이었다. 목에 걸린 '후드'라는 닉네임도 눈에 들어왔다. 이 센터장은 평소 중세 영국 의적 로빈후드를 좋아해 '후드'라는 별명을 즐겨 사용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원조로 불리는 싸이월드 창업자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SNS 창업자에서 경남의 창업 전도사로 나선 이동형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6월 취임했으니 10개월 정도가 지났다. 경남에서 생활은 어떤가?

"2주에 한 번 서울에 가는데 평소 주말엔 자연경관이 좋아 바다와 숲 산책을 하면서 지낸다. 그동안 경남과는 인연이 없었는데 살아보니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에 지원한 계기는?

"센터가 설립된 날짜가 2015년 4월 2일이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내가 창업 협동조합을 만든 날이다. 조합의 설립 목적이 창업자 교육과 멘토링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창업자를 만날 기회를 찾아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설립 초기 센터는 대기업과 협력 관계로 출발했다. 최근에는 그런 구조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처음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두산중공업이 그 역할을 해준 것으로 안다. 그래서 지금 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단하게 초석을 놓았으니 이제 센터 독자적으로 성장할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면 제가 센터장에 지원하지 않았거나 지원했더라도 센터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 이동형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이동형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대기업의 자금 지원이 없으면 창업이 어렵지 않나?

"대부분 사람이 오해하는 지점이다. 스타트업(초기창업기업)은 돈이 수단이긴 하지만 돈이 없다고 못하는 건 아니다. 돈이 없다고 연애나 결혼을 못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 창업도 마찬가지다. 창업하려는 사람의 능력이 우선이지, 돈은 수단일 뿐이다. 대기업과의 협력은 가능하겠지만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건 분명히 한계가 있다. 대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 즉 혁신파트너를 외부에서 찾는 추세다. 그 역할을 스타트업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좋은 협력자이거나 장기적으론 경쟁자라고 본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직원 채용 시 '여기서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했다는데, 센터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창업이 위험하다는 발상을 바꾸고 싶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창업한 것이다. 당시에도 주위에서 위험하다고 다들 말렸다. 창업은 경제적 자유를 위한 도전이다. 누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센터가 그런 도전을 응원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중요성을 인식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창업에 대한 인식이 잘 바뀌지 않고 있다.

"번듯한 직장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 굳이 창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건 왕조시대에 왕의 시각이다. 모두가 주인이 되는 시대이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맞는 크기의 주인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회사에 투자를 해보는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 주식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주식시장 상장해서 성공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는 걸 봐야 나도 저런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창업 의지가 생긴다. 주식 투자를 투기라고 보는 시대는 끝났다."

-경남 창업 생태계의 장단점을 꼽아달라.

"경남은 젊은 층에는 심심할 수 있지만, 가족이 있는 사람에겐 정주 여건이 우수하다. 제조업 중심의 엔지니어들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결국 뭔가를 만드는 건 엔지니어니까. 단점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민간자본이 없다는 것이다. 좋은 창업자도 만들어내고, 투자도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다. 투자받을 수 있으면 수도권으로 가는 걸 막지는 못한다. 결국, 경남에서 창업할 이유는 찾아줘야 한다. 경남의 자원을 활용해 사업을 해야 경남을 떠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산물 온라인쇼핑몰인 거제 '얌테이블'이다. 경남은 범LG가, 삼성, 효성 등 국내 굴지 대기업을 키워낸 창업 DNA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경남을 떠나 버리면 무슨 소용인가? 경남 자원을 활용하는 기업을 육성하고 사람들이 살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콘 프로젝트에 참가한 예비창업자에게 이동형(오른쪽) 센터장이 직접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콘(Customer Oriented ReNovation·고객지향혁신) 프로젝트는 예비창업자의 아이디어 사업화 실험 사업이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콘 프로젝트에 참가한 예비창업자에게 이동형(오른쪽) 센터장이 직접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콘(Customer Oriented ReNovation·고객지향혁신) 프로젝트는 예비창업자의 아이디어 사업화 실험 사업이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최근 대학과 각종 기관에서도 창업을 장려하고 있는데, 어떤 점을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하나?

"창업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기관에서 정책 수립과 실행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창업 결정은 결혼과 같이 신중해야 한다. 대신 연애 같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업이 위험한 도박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전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들어 센터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고객개발 프로젝트다. 창업 초기 실수를 줄이려면 꼭 필요한 것이 고객지향혁신이다. 고객을 관찰하고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창업자들은 초기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 창업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데 매진해 고객의 니즈(요구)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해 약 200개 팀이 활용했는데, 만족도가 아주 높다."

-5월 싸이월드가 재오픈한다. 싸이월드 창업자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우리가 처음 싸이월드를 만든 이유는 '사람들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한다"는 의도였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싸이월드도 사람들에게 사이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임기 내 '이것만은 꼭 하자'고 생각하는 건?

"임기가 정확히 435일 남았다.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센터를 창업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바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센터와 함께하면 고객을 알게 되고, 함께할 팀원도 만나게 되고 투자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창업은 할 만하구나, 위험한 도박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다. 고객의 문제를 찾아서 열심히 해결해주면 그게 사업이 되고 먹고사는 업이 된다."

-창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창업은 자기 돈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다. 자기 돈으로 하는 건 개업이고, 장사다. 창업은 업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내 계획을 직접 세워야 해 훨씬 어렵다. 국가에서 작게는 500만 원, 많게는 1억 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중요한 건 성공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절대 한 방에 성공할 수는 없다. 이제는 실패해도 도와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열정을 가지고 과감히 창업의 문을 두드리면 좋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