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문제 연관성 지적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탈석탄 기조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진주 충무공동 민주노총 진주지역지부 3층 회의실에서 만난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삼천포화력지부 이병희(49) 지부장과 권기식(50) 남동발전 부본부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석탄발전소는 없애는 게 맞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당장 폐지 수순을 밟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당분간은 발전소 운영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기존 설비로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 지부장은 "먼지 없는 세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건 맞는 일이다. 그래서 정부 기조가 틀렸다고 이야기하진 못하겠다"라며 "태양광이나 풍력은 내가 1995년 한전에 입사하기 전부터 대체에너지로 분류돼왔는데도, 지난 몇십 년간 크게 기술 발전이 이뤄진 건 없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적절하게 안배하면서 가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입사 이후 발전소 효율 격차는 더 커졌다. 예전엔 삼천포화력발전소 2기가 있어야 원자력발전소 1기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고성에 새로 짓는 발전소는 1기 가지고도 원자력 1기만큼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삼천포화력지부 이병희(오른쪽) 지부장과 권기식 남동발전 부본부장.  /최석환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삼천포화력지부 이병희(오른쪽) 지부장과 권기식 남동발전 부본부장. /최석환 기자

그러면서 당장 석탄발전소 문을 닫아버리면 전기요금이 통신요금만큼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 역시 복지인데, 석탄발전소를 없애면 전기 생산 대비 단가가 높아져 전기료 상승이 불가피해진다는 설명이다.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있는 석탄발전소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는 오는 30일 폐지된다.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 170여 명은 하이면 덕호리에 새로 세워지는 고성하이화력발전소 2기나 삼천포 3·4호기 등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 폐지에 따라 새 발전소가 지어지는 중이어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존권과 관련해 별다른 문제를 겪고 있지 않다고 권 부본부장은 밝혔다.

권 부본부장은 "오염물질을 없애기 위한 정책을 펴는 건 맞는 일이다"라며 "다만 전체적인 전력 상황을 다시 구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탈질·탈황 설비(미세먼지 저감시설)를 보강하는 등 발전소 설비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폐지만 하자고 할 게 아니라 기존 설비를 활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좋은 에너지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석탄발전뿐 아니라 태양광이나 풍력도 자연을 오염시키는 부분이 많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마냥 좋다고만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