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공동체 회복 강조
아동센터도 동네 사랑방 돼야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

1957년 5월 5일 선포된 <어린이헌장> 8조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어린이의 권리와 행복을 위해 어린이헌장이 만들어졌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어린이들은 충분히 보호받고 권리를 누리고 있을까?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어린이들은 더욱 낯설고 위험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 학교를 비롯해 어린이들이 마음껏 웃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현실이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아동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동학대 노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동권리 인식을 높이고자 활동해온 김보나(40) 경남도 위탁 지역아동센터 경남도지원단장을 지난달 30일 경남사회복지센터 1층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는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에서 아동권리 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도내 지역아동센터는 2021년 4월 기준 269곳이 있으며, 지원단은 이들 센터의 교육·컨설팅 등을 담당한다.

▲ 김보나 경상남도 위탁 지역아동센터 경상남도지원단 단장.<br /><br />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보나 경상남도 위탁 지역아동센터 경상남도지원단 단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아동권리·보호 활동은 언제부터 해왔나.

"대학에서 아동가족학을 전공했다. 석·박사 논문을 아동권리 인식에 관해 썼다. 사회복지사를 공부하고, 2005년 창원 '하라' 남자 단기 청소년쉼터, 2006년 안산청소년쉼터 '한신'에서 일했다. 한신에서 일할 때 한 청소년이 우리는 '가출'이 아니라 '탈출'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 가정에서 살 수가 없어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당사자인 청소년 처지에서 바라보는 차이를 알게 됐다. 이후 경남도 건강가정지원센터를 거쳐 2011년부터 아동들과 함께 일했다. 창원 사파보듬지역아동센터, 지역아동센터 경상남도지원단 등에서 일하면서 아동 권리가 중요함을 더 크게 느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떤 일을 했나.

"센터마다 아동자치회의를 두게 돼 있다. 2016년 창원 사파보듬지역아동센터장으로 있을 때 중학생인 아동자치회의 조직 대표에게 생활복지사(사회복지사)를 뽑을 때 면접위원으로 참여해달라고 했다. 학생들이 센터에서 생활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분이니 함께 뽑자고 했다. 센터장·학생·외부위원 3명이 면접을 봤고, 3명 점수를 동일하게 합산해 평가에 반영했다. 그 사례가 학생뿐만 아니라 센터 활동가들에게도 의미가 컸다."

-지난해 창녕 아동학대 사건이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에서도 아동학대에 관심이 높아졌다.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무엇이 중요한가.

"마을공동체와 교육공동체 등 가족을 둘러싼 관계가 살아나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관계를 살리는 일이 사회복지이다. 지역아동센터도 아이들 생활권에 있는 동네 사랑방이 돼야 한다. 관계를 살리는 일이 아동학대 예방에서 가장 중요하다. 아파트 옆집·앞집·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아동권리교육 관련 활동을 소개한다면.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권리 교육을 하고 나서 아동에게 일상에서 겪는 차별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권리그림 그리기 대회'(2018·2019년)와 이야기로 풀게 하는 '별의별 차별이야기'(2019·2020년)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옹호센터와 함께 해왔다. 이후 아동이 직접 불편을 겪는 장소를 찾아가는 별의별 탐험대 활동도 했다. 이 활동을 하면서 아동이 겪는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예를 들면, 아동들이 외출 시 화장실에 갔을 때 옷이나 가방을 거는 고리가 문 위쪽에 있어서 어른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걸지 못하겠다고 했다. 세면대 높이도 마찬가지다. 아동이 세면대가 높아서 옷이 다 젖는다고 하소연했다. 자주 이용하는 공원에 '입수 금지'라고 적혀있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어른 중심인 공간이나 표현이 너무 많다."

-코로나 시대에 특히 관심이 더 필요한 아동이 있다면.

"생존·보호권을 위협받는 학대 피해 아동에게 우선 관심을 둬야 하겠지만, 현재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는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둬야 한다. 마스크를 벗고 코로 숨 쉬는 상쾌함을 느끼지 못하고, 온라인 교육에 익숙해진 학생들 모두 관심이 필요하다. 제 딸이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학교 쉬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엉덩이를 떼지 못하게 하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급식할 때 한마디도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칭찬 스티커를 주고 있다. 아동들이 모두 힘들다. 학교에 다니는 즐거움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아동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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