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6학년 때 전통음악 첫만남
관객과 소통하는 작은무대 선호
프랑스 초청 공연 가 국악 알려
거리 위 연주에 현지인도 매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무대 속 배경이 되어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해금 연주자 주보윤(40). '경남국악관현악단 휴' 단원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내달 경남작곡가회 연주를 앞두고 그를 지난 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한 카페에서 만나 우리 음악에 심취해 온 날들을 함께 이야기 나눴다.

◇초등 6학년에 만난 전통가곡반 =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에서 나고 자란 주보윤은 어릴 적 음악을 유난히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 합창반·합주반에 들어가 어울렸고, 6학년 때 만난 전통가곡반이 그의 운명을 바꾸었다.

"마산 성호초등학교 6학년 때 이정희 선생님을 만나서 우리 음악을 처음 접했어요. 친구 반 담임선생님이었는데 정성을 다해 우리 음악을 가르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은 퇴임을 하셨지만 당시 전통음악 선도학교로 지정돼 가곡반이 생겼고 조순자 선생님 제자였던 이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어요."

주보윤은 합포여중과 마산여고를 졸업하고 경북대 국악과를 나와 2012년 '경남국악관현악단 휴' 단원이 됐다. 경남에는 국악을 전공할 수 있는 대학이 없다. 많은 이들이 경북대·영남대·부산대 국악과를 찾아 떠나고, 졸업 이후 타지로 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다행히 지역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있었기에 그도 터를 잡고 연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주보윤 씨가 해금을 연주하고 있다. /주보윤
▲ 주보윤 씨가 해금을 연주하고 있다. /주보윤

◇두 줄로 만드는 소리 = 그는 해금이 '신비롭고 자유로운' 악기라고 말한다. 지판 없이 두 줄에 연주자 손가락 장력만으로 모든 음을 만들어 낸다. 자유롭게 소리를 내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많은 분이 국악기 하면 가야금과 대금을 떠올렸지만 최근에 와서는 해금을 연주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늘었어요. 드라마나 영화 OST에 등장한 해금 연주곡 영향도 있고 무엇보다 국악 전담교사가 생긴 이후 우리 음악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고 깊이도 더해졌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예전과 달리 제대로 된 국악 교육을 받다보니 해금을 가지고 강연을 하거나 공연을 나갔을 때 어떤 악기인지 물어보면 해금이라고 대답을 곧잘 한다고. 어른들은 아쟁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금은 찰현악기다. 활로 현을 마찰해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말하는데 발현악기와 다르다. 가야금·거문고가 대표적인 발현악기로 줄을 뜯어 연주하기에 소리가 금세 사라진다. 해금은 소리를 길게 끌어 연주할 수 있어 관악기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해금 연주자로서 그는 "공백 없이 연결해 주는 악기라 더 의미 있게 여겨지고 창작 국악관현악 연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큰 무대보다 작은 무대가 좋다고 여긴다.

"공연장이 클수록 관객도 많고 나름대로 얻는 기운도 있지만 저는 3명이나 4명이서 하는 작은 공연이 즐겁더라고요. 연주자 규모가 작을수록 합을 더 잘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는 합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비어 보이지 않고자 부단히 더 연습을 하고요. 큰 무대는 객석이 멀리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지만 작은 무대는 관객과 얼굴을 마주하기에 기운을 서로 주고받습니다. 때론 연주자를 꿰뚫어 보는 듯이 집중하는 사람도 있어 긴장감을 놓지는 못합니다."

단원으로서 연주도 하지만 해금 연주법을 가르치는 일도 한다. 주보윤은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남녀노소 다양한데 성인들의 경우 사는 이야기도 듣고 나누는 게 좋다"며 언젠가는 인연을 이어가 동호인 해금연주단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 2017 'Art Fair in Honfleur' 프랑스 초청 공연. /주보윤
▲ 2017 'Art Fair in Honfleur' 프랑스 초청 공연. /주보윤
▲ 프랑스 어느 거리에서의 해금 연주. /주보윤
▲ 프랑스 어느 거리에서의 해금 연주. /주보윤

◇안팎서 발견하는 국악의 매력 = 그는 대공연장부터 소공연장, 노인보호시설, 길 위의 버스킹까지 어디든 한복을 입고 해금을 들었다.

"공연 갔다가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가 2014년부터 경남 도민예술단 사업에 참여해 왔는데 노인보호시설에서 공연하면 울음을 참다가 결국은 터져 나오고 마는데. 어르신들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시다가 웃기도 하고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 전해오는 마음 때문에 나중에 연주자가 다 같이 울고 있더라고요."

길 위의 공연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2017년 '아트 페어 인 옹프뢰르( Art Fair in Honfleur) ' 초청공연으로 프랑스에 갔다. 국악을 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국외 연주 기회가 많은 편인데 한국 음악으로 소통하는 기쁨은 국경을 넘는다고.

"정해진 초청 공연 이외에 가야금·대금·피리·해금·장단·소리 6명이 한복을 입은 채로 악기를 챙겨 거리로 나섰어요. 버스킹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프랑스 옹프뢰르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는데, 처음에 한두 명이 공연을 지켜보더니 저희가 연주했던 항구까지 따라온 분도 있더라고요."

경남국악관현악단 휴 단원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1998년 창단한 휴는 그가 입단하기 전인 2002년부터 매해 창작곡을 발표했다. 연주자로서 초연곡을 소화해 내는 일은 훈련과도 같다.

"사람들은 아는 노래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속한 단체가 송철민 단장의 고집 속에 국악 초연곡을 만들고 공유하는 무대를 지속해왔기에 저희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력을 갖추고자 장르를 불문하고 실험적인 공연을 하는데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의 희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주보윤은 다음 달 있을 '경남작곡가회'와 함께할 연주가 기다려진다. 시인이 쓴 시에 작곡가가 곡을 붙이고 국악관현악 반주에 맞춰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는 형식이다. 문학·작곡·국악·성악 분야의 협업 작업으로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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