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급증·지역 특성 등 다양한 사회환경 반영 못 해
획일적 추진 탓 비수도권 외면…높은 자격 문턱·입지 불편
전문가 주택정책 전환 목소리…지방정부·민간 공급체계 제안

임대주택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국민임대·행복주택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공급한 지 30년 넘은 공공임대주택은 수도권에서는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고 지역에서는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가 획일적으로 주도하다보니 다양한 수요에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 주도 공공임대주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도한 임대주택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할 임대주택은 앞으로 어떤 다양성을 담아야 할까요? 6편에 걸쳐 살펴봅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자신의 꿈을 좇아 서울로 떠난 조현규(32) 씨는 10년 넘는 타지 생활을 끝내고 고향 창원으로 돌아왔다. 향수병이 찾아오기도 했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서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되지만, 독립하고 싶은 마음에 원룸을 알아봤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한 원룸은 보증금 150만 원에 월세 37만 원. 집주인은 1년 치를 한꺼번에 내면 월세를 33만 원으로 깎아주겠다고 했다. 임대료가 부담스러웠던 조 씨는 다행히 지난해 7월 경남형 청년공유주택 '거북이집'에 입주했다.

#대구에 살던 박진아(30) 씨는 지난해 서울로 이사했다.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1억 원이면 혼자 살만한 전셋집을 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현실과 달랐다. 서울에서 찾아 본 1억 원짜리 전셋집은 매우 낡았거나 좁고, 교통이 불편했다. 관리비 명목으로 월세처럼 얼마씩 내야 하는 조건도 있었다. 박 씨는 친구의 추천으로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사회주택에 입주했다.

조 씨와 박 씨는 정부의 공공임대주택과 다른 임대주택을 선택했다. 이들 청년이 집을 구할 당시 국민임대나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을 몰랐다고 했다. 공공임대주택을 몰랐다고 해서 탓할 수 있을까. 또 알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1989년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시작으로 30년 넘게 이어진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은 사회환경 변화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노인·신혼부부·장애인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해왔으나 1인 가구 증가 등 급격한 사회구조가 변화하는 현실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 가구는 906만 3362가구로, 전체(2309만 3108 가구)의 39.24%를 차지한다. 1인 가구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1인 가구의 38%는 보증금 있는 월세, 9.3%는 보증금 없는 월세로 살고 있다. 전체 가구와 비교하면 월세 비율은 3배에 육박한다.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도 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1인가구 연령대별 주거취약성 보완 방안> 보고서에서 청년 1인 가구 가운데 31.4%, 노인 1인 가구 43.7%가 월 소득 대비 30%를 초과하는 '주거비 과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가구의 과부담 가구 비중은 26.7%다.

▲ 지난 4월 27일 오후 7시 40분께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창원반계창업지원주택'에 불 켜진 집이 별로 없다. 올 3월 입주자 모집 공고 기준 전체 316가구 가운데 250가구가 비어 있다. 입주자 모집은 2019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지난 4월 27일 오후 7시 40분께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창원반계창업지원주택'에 불 켜진 집이 별로 없다. 올 3월 입주자 모집 공고 기준 전체 316가구 가운데 250가구가 비어 있다. 입주자 모집은 2019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획일적인 공급 = 공공임대주택(2019년 기준) 현황을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72.4%(120만 가구), 지방자치단체 17.3%(28만 가구), 민간건설사 10.3%(17만 가구)이다. 대부분 정부 주도하에 공급됐다. 획일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원칙적으로 정부와 자치단체가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공공주택지구 지정 단계부터 심의 등 모든 과정이 국토교통부 중심으로 움직이도록 구성돼 있어 자치단체는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 시행자도 대부분 LH가 전담하는 구조다.

자치단체가 임대주택 공급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은 지역의 특성과 수요를 고려한 계획을 세워 추진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의 획일화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 문제로 이어진다.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에서는 공급 부족, 지역에서는 소득·자산 기준 등이 맞지 않거나 위치·임대료 등의 문제로 외면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2017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공공임대주택 입주 의사를 물었더니 58.7%가 '없다'고 응답했다. 비수도권(74.1%)은 입주 의사가 없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이 조사는 전국 고시원, 판잣집·비닐하우스, 숙박업소 등 열악한 주거 환경 거주자 6809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입주 의사가 없는 이유로 '자격기준 미달(37%)'이 가장 많았고, '현재 거주 지역에 계속 살고 싶어서(31.8%)'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입주 의사가 있다는 응답 가운데 '주거 환경이 좋을 것 같다'는 비율은 29.8%였다. '주거비 부담 완화(55.4%)'를 이유로 댄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수도권(61.8%)과 비수도권(40.8%)의 차이는 컸다.

◇싸다? 지역에선 공감 어려워 = 지역에서 공공임대주택 임대료가 딱히 저렴하다고 체감하기도 어렵다.

올해 9월 입주 예정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택지지구 '가포금호어울림' 전용면적 59㎡형의 보증금은 3700만 원에 월 임대료는 43만 5000원이다. 보증금을 최대(7400만 원)로 높이면 28만 830원을 내고 살 수 있다. LH가 공급하는 이 단지는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아파트다.

지난해 8월 공공자금을 지원받아 민간임대 방식으로 입주자를 모집한 창원시 마산회원구 'e편한세상 창원 파크센트럴'은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 특별공급으로 59㎡형을 보증금 3100만 원에 월 38만 5000원, 9100만 원에 월 25만 원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임대했다.

지난해 상반기 창원시 의창구 중동 유니시티(6100가구) 아파트 단지 바로 옆 어반브릭스(오피스텔) 전용면적 59㎡형의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30만~35만 원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그러나 가포금호어울림(705가구) 모집 결과는 저조했다. 지난달 특별공급과 일반공급(1·2순위) 합계 접수율은 17.1%(121가구)다. 지난 3월 기준 창원시 아파트 평균 월세는 43만 6000원이다. 신혼부부인 최모(36·창원) 씨는 "가포택지지구는 너무 외따로 떨어진 느낌이다. 다른 공공임대주택 단지도 비슷했다"며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자격 조건과 교통 불편, 주변 생활권 등을 고려하면 다른 선택지를 찾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회환경 변화 고려해야 = LH가 공급한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창원반계창업지원주택(316가구)'의 2019년 12월 첫 입주자 모집 당시 접수율은 12.3%(40명)에 그쳤다. 애초 자격은 만 19~39세 무주택 청년 '창업자(예비 포함)'였다.

LH는 자격을 청년·대학생·신혼부부·한부모가족 등으로 확대하고 소득 요건을 완화했고, 지난해 5월 211가구 입주자를 모집하자 청약률은 96%로 올랐다. 그러나 올해 2월 3차 추가 모집 공고를 보면 250가구가 빈집이었다.

LH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1·2차 청약 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비율이 적었다. 소득·자격 등에서 탈락하거나 마음이 바뀐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3차 모집 결과는 225% 청약률을 나타냈고, 현재 서류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획일화의 한계, 사회환경 변화 속도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봉인식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길을 찾는 공공임대주택(2019년)> 보고서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면서 1인 청년가구, 신혼부부, 고령 및 장애인 가구, 아동가구 등이 새로운 주거지원 수요층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주택보급이 양적으로는 안정화에 도달한 현재는 주거공간의 지역성과 다양성이 보다 중요하다. 향후 주택정책의 변수는 물량과 시간이 아닌 지역특성, 다양성 등으로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주도 공급에서 지방정부 중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체계로 전환 △비영리 등 민간 공급주체 육성과 민간재원 활용 공급체계 △민간·공공 포괄 새로운 공익임대주택 도입 등을 제안했다.

서울·경기 등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민간 시민·사회단체가 주체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운영하는 '사회주택'이 확산하고 있다.

사회주택은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고, 입주자 간 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경남에서는 청년공유주택·실버주택 등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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