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표습지 '질날' 눈맛 으뜸
천연기념물 '대평'엔 공존 가치
1500년 전 연꽃 피는 생태공원도
함안, 세계적인 철새 기착지
'뜬늪'처럼 작은 습지 큰 역할
물줄기 따라 볼거리도 가득

함안은 습지의 땅이다. 남강과 낙동강이 북쪽과 동쪽을 감싸 안았고 함안천과 석교천, 그리고 광려천 등 그리로 흘러드는 물줄기가 곳곳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예나 이제나 사람들은 이런 물줄기를 중심으로 땅을 일구며 살아왔고 그리로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노닐었다.

◇질날늪 = 함안에서 습지 경관이 가장 멋진 데는 질날늪이다. 2020년에 경남의 대표습지로 선정됐다. 안쪽으로 크지 않은 물웅덩이가 조용하게 자리 잡은 가운데 물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바라보는 풍경이 푸근하고 넉넉하다. 그 사이로 난 한 줄기 물길은 끝 모르게 뻗어나가고 있다.

둘레에는 크고 작은 버드나무들이 가지와 잎으로 몽글몽글 부드럽고 길게 늘어서 있어 아늑한 느낌을 절로 만들어 준다. 북쪽으로 농경지를 거쳐 남강을 향해 흐르는 마지막 물줄기도, 넘어지고 자빠지면서도 멋진 습지 경관을 잃지 않은 물풀이 풍성하게 감싸고 있다.

▲ 질날늪. /김훤주 기자
▲ 질날늪. /김훤주 기자

질날늪은 한나절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다. 아쉽게도 인간을 위한 이런저런 편의시설은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즐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르노삼성자동차 함안부품센터를 끼고 접어들면 콘크리트 도로가 나오는데 가장자리에 적당하게 간이의자를 펴거나 자리를 깔면 된다. 시원한 바람을 타고 그윽한 느낌이 살살 스며들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거기서 르노센터를 버리고 왼쪽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습지 경관이 끝나는 지점까지 걸어 보는 것이다. 한창 무더운 여름이면 몰라도 바람 부는 봄·가을이나 습지경관의 또다른 속살을 볼 수 있는 겨울에는 여유롭게 한 번 해볼 만한 일이다.

함안군은 여기 자생하는 가시연꽃을 살려 군락을 조성하고 도로변은 물론 지금은 가닿지 못하는 건너편 산기슭에 이르기까지 그늘 아래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낼 계획이다. 르노삼성자동차 함안부품센터를 검색하거나 법수면 우거리 833-6을 찍어서 찾아가면 된다.

▲ 대평늪. /김훤주 기자
▲ 대평늪. /김훤주 기자

◇대평늪 = 질날늪이 습지 경관이 뛰어나다면 대평늪은 편의시설이 가장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곳이다. 보이는 풍경은 여느 습지에 견주어 처지지도 않고 더하지도 않지만, 그 자락에 안겨들어 아이들과 더불어 한나절 노닐기에는 이만한 데도 드물다.

주차공간도 있고 놀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아담하게 마련돼 있으며 손잡고 걷기 좋은 산책로도 있다. 여태까지는 마을과 맞닿는 도로변에만 습지를 따라 놓여 있었지만 이제는 건너편에도 산자락을 밟으며 대평늪을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흙길 산책로가 열려 있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것과는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대평늪은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유일한 습지다. '함안 법수면의 늪지식물'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어찌 보면 뜬금없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사연을 재구성해 보면 그럴듯하다.

대평늪은 규모가 크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없앨 수 있는데도 여기 마을을 이루고 사는 광주 안씨들이 풍수지리에 따라 보호한 덕분에 여러 늪지식물들이 보전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알아들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식구끼리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보는 훌륭한 얘깃거리가 아닐까 싶다.

▲ 함안연꽃테마파크. /김훤주 기자
▲ 함안연꽃테마파크. /김훤주 기자

◇함안연꽃테마파크 = 함안연꽃테마파크는 함주공원과 가야마을 사이에 있다. 가야마을 뒷동산에는 옛적 아라가야 시절 왕궁이 있었던 자리가 있는데 거기서 보면 탁 트인 전망 아래 신음천이 함안천으로 합류하는 어귀의 오래된 습지 자리이다.

말하자면 천년만년 전부터 습지였는데 발굴조사를 했더니 1500년 전 제방 유적이 나왔다. 제방 안쪽 산기슭은 사람들이 농사짓던 땅이고 바깥쪽 하천은 물이 흥건하고 수풀이 우묵하게 우거진 땅이었다. 옛날 습지를 재활용해 오늘날의 새로운 습지로 되살려낸 자리다.

이곳 연꽃의 특징은 현대에 오염되지 않고 1500년 전 DNA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수면 옥수늪에 자생하던 법수옥수홍련을 가져와 여기 테마파크에 주류로 삼았다. 개량을 거듭한 요즘 연꽃과 달리 꽃과 잎 모두 색깔이 가볍게 날리지 않는 것이 자랑거리다.

아직은 철이 아니라 한산하지만 7월부터 9월까지는 새벽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우리나라 곳곳에 연꽃 관련 명소가 적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가 연꽃을 만져볼 수 있는 데는 함안연꽃테마파크뿐이다. 사진을 찍더라도 좀더 가까이에서 좀더 자연스러운 구도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뜬늪. /김훤주 기자
▲ 뜬늪. /김훤주 기자

◇뜬늪 = 뜬늪(군북면 월촌리 1714)은 마을 한편에 놓인 조그만 습지다. 모두 둘러보는 데 늦잡쳐도 20분을 넘지 않지만 습지 경관은 괜찮은 편이다.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는 되는데 그래서 여기를 생태공원으로 꾸며놓은 모양이다. 거닐 수 있는 산책로와 앉아 쉴 수 있는 의자와 그늘을 드리워 주는 정자가 고르게 놓여 있다.

생태공원으로 꾸미면 사람과 습지와 생물 모두에게 좋다. 사람이 찾아 노닐면서 쉴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사람들 발길이 잦아지고 크든 작든 관심을 받다 보니 손쉽게 없앨 수 없는 습지가 된다. 그렇게 습지가 살아남으면 철새 등등이 머물며 먹이도 먹고 날개도 쉴 수 있는 숨구멍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

함안은 특히 남강과 낙동강을 끼고 있어 남북을 오가는 철새들에게 세계적으로 중요한 기착지 노릇을 하고 있다. 새들은 큰 습지만 찾지 않고 작은 습지도 번갈아 찾는다. 악양들판 같은 큰 습지만 있고 뜬늪 같은 작은 습지가 없으면 철새도 그만큼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마련이다. 뜬늪처럼 작은 습지로 생태여행의 발걸음을 향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도 보람이 있다.

◇무진정과 성산산성 = 역사·문화유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태여행 관점에서 바라보고 습지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진정 아래 연못 자체가 앞을 흐르던 함안천을 가두어 만든 것이고 괴항마을을 거쳐 성산산성으로 올라가다 마주치는 묵정이도 사람 손길이 미쳤던 논습지이다.

산성에서는 옛날 조성한 연못 자리도 만날 수 있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발굴이 끝나면 원형을 다치지 않는 수준에서 복원도 할 것이다. 물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기에 산성을 두는 것도 가능했고 골짜기를 따라서는 논농사도 지을 수 있었다.

산성을 한 바퀴 두르면 멋진 경관과 시원한 전망을 누리는 즐거움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노거수 느티나무의 우람한 모습과 소나무의 우아한 자태도 거니는 곳곳에서 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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