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의 유래 추정…다섯 광대 첫 등장서 '오광대' 명명된 듯
7과장 구성 모심고사로 시작…양반문화 부조리 등 꼬집어

◇오광대를 알려면 산대놀이부터 알아야 = 오광대, 전국에 분포한 탈놀음 중에서도 유독 경남지역에서 연희하는 탈놀음에만 '오광대'라는 이름이 붙는다. 지역으로 보아 저기 경기도 쪽으로 가면, '산대놀이'라는 이름이 붙고 더 멀리 황해도로 가면 '탈춤'이라는 이름이, 또 낙동강 동쪽 부산으로 가면 '야유'라는 이름이 지역명 뒤에 따른다.

탈놀음의 연원을 따져 올라가려면 삼국시대마저 건너야 하는 기나긴 역사여행이라 언제 탈의 역사를 따로 다룰 일 있을 때 언급하기로 하고 '산대'라는 단어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산대라는 말을 요즘 식으로 풀어보면 '무대'라고 할 수 있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산이 설치된 무대'이다. 예전엔 광대들이 이런 무대를 끌고 다니면서 연희를 했다. 조선 시대에는 산대놀음을 관리하는 산대도감이라는 관청마저 생길 정도로 흥행했다.

그런데 임진왜란 이후 인조 때 산대도감을 폐지해버리는 바람에 광대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이들에 의해 각 지역에서 탈놀음이 정착하면서 오늘에 이른다 하겠다.

경남의 오광대는 합천 밤마리에서 시작한다고 전해진다. 합천에서 진주로 사천(가산)으로, 다시 마산으로 고성으로 통영으로 거제로 번져나갔다. 김해와 가락까지 오광대가 붙는데 그렇게 멀지 않은 동래로 넘어가면서 오방신장 과장이 빠지고 들놀음으로 보아 동래야류, 수영야류라는 이름이 붙는데, 그 연유는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이겠다.

◇경남에선 왜 오광대라고 했을까 = 탈춤의 기원을 더듬어보면 '제의'와 맞닥뜨린다. 아프리카 토인들만 탈을 쓰고 춤을 췄던 게 아니라 온 세계 사람들의 원시 선조들이 탈을 쓰고 춤을 추며 제사를 지냈다. 처용무도 제의 형태로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처용무의 형태를 보면 다섯 명이 나와서 춤을 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다섯 개의 방위를 나타낸 것이다. 중앙은 노란색, 동쪽은 파란색, 서쪽은 하얀색, 남쪽은 빨간색, 북쪽은 검은색. 우리네 상상력은 여기에 각 동물을 등장시켜 신으로 형상화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동청룡, 서백호, 남주작, 북현무. 가운데는 황룡이다. 그래서 임금 위의 임금을 황제라고도 한다.

경남의 오광대놀음에서 맨처음 등장하는 인물이 이 다섯 신장이다. 다른 말로 오방신장이라고 한다. 황제장군, 청제장군, 백제장군, 적제장군, 흑제장군. 어쩌면 길쭉한 얼굴의 처용을 닮은 듯도 한 이 다섯 신장이 굿거리장단에 덧뵈기춤을 춘다. 다섯 광대가 출연하는 이 첫 장면을 두고 '오광대'라는 말이 생겼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

▲ 지난 1일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에서 열린 마산오광대 공연. /정현수 기자
▲ 지난 1일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에서 열린 마산오광대 공연. /정현수 기자

◇7과장으로 된 마산오광대 = 오광대라고 해서 다 같은 건 아니다. 대체로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는 있지만, 과장의 순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몇 개의 과장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대체로 5과장인 곳이 많은데 마산은 7과장까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탈춤이 제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시작할 때는 대부분 고사를 지낸다. 탈고사를 지내는 곳이 많은데 마산오광대는 '모심고사'를 지낸다. 이 모심고사는 고사상에 주과포(제사상에 올리는 술, 과일, 육포)를 차려놓고 연희자 모두가 합장하고 기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연희마당 한쪽에는 악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악기는 주로 꽹과리, 징, 북, 장구, 피리, 아쟁, 대금, 해금, 좌고 등이 화음을 이루며 흥을 돋운다.

1일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에서 마산항개항제에 맞춰 마산오광대 연희가 펼쳐졌다. 이날 연희는 1과장 오방신장무와 2과장 상좌·노장중 과장이 빠진 나머지 5과장으로 진행됐다.

오방신장무 과장은 사사로운 것을 물리치고 경사스러운 것을 맞이하고자 하는 벽사진경 목적이 가장 강한 무대다. 과장이 시작되면, 황제장군을 필두로 청제, 적제, 백제, 흑제장군이 차례로 등장한다. 처음엔 타령 장단에 춤을 추다가 이어서 6박자 굿거리장단에 느린 덧뵈기춤을 춘다.

2과장인 상좌·노장중 대목은 중이 나오는 놀음이라 해서 중춤 과장이라고도 한다. 고깔을 쓴 상좌와 송낙(승려가 주로 쓰는 송라로 만든 모자)에 장삼 가사를 두른 노장중이 등장하는데, 봄 흥취에 겨워 흔들흔들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장면은 속세를 떠났던 중이 경계를 넘어 다시 속세로 들어가는 과정을 극화한 것인데 다른 오광대와 달리 파계승의 위선을 풍자한 것이 아니라 의식무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1일 시민회관에서 펼쳐진 마산오광대 = 이날 공연은 모심고사에 이어 3과장인 문둥이 과장으로 시작했다. 다른 몇몇 오광대엔 다섯 문둥이가 등장하지만, 마산에는 한 명만 나온다. 처음엔 춤이 부자연스러웠다가 점점 활기를 띠는데, 경직되고 고통스러운 신체 상태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표현했다. 4과장은 양반과장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대목이 아닐까 싶다.

양반들이 "이놈 말뚝아!" 하고 부르면 그제야 말뚝이가 등장하는데, 양반보다 더 양반 근본을 들먹이며 같잖은 양반 핀잔에 망신을 주어 좌중을 웃긴다. 이 양반과장 역시 마산오광대의 특징이 묻어 있는데, 말뚝이가 양반을 응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춤을 추며 화합한다는 점이다.

5과장은 영노과장으로 양반을 잡아먹는 영노라는 괴상한 동물이 등장한다. 잉어 비늘에 짧은 두 개의 뿔이 달렸고 돼지코에 사자 갈기를 달았는데, 영락없는 용의 모습이다. 양반이 영노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온갖 핑계를 대는데, '내가 개다, 돼지다'라고 해도 통하지 않자 결국엔 '똥이다'라고까지 한다. 그런데도 잡아먹겠다고 하자 '내가 니 할애비'라며 위기를 넘긴다. 6과장은 할미과장으로 당대 양반들의 처첩 문제를 풍자했다. 이 과장은 대부분의 오광대에서 빠지지 않는데, 극중 인물의 갈등이 제대로 묘사되어 극적 재미가 가장 강하다.

또한, 할미 역은 여성의 신체를 과장되게 표현하는 이유로 남자가 맡는 게 일상인데, 이번 공연에선 여성이 맡아 소화했다. 이에 대해 이중수 대표는 "미투 영향으로 보면 되겠는데, 심한 성적 묘사와 욕설 등을 순화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 7과장은 사자춤과장이다. 사자춤 역시 1과장 오방신장무처럼 벽사의 의미가 강하다. 작은 담비가 사자 앞에서 까불다가 결국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쁜 것을 물리치는 가장 원초적인 의식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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