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입주해 7명과 생활 "웬만한 전셋집보다 넓고 안전…반상회 열고 작은 일도 논의"

박진아(30) 씨는 달팽이집이 가장 좋은 이유로 다른 입주자와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박 씨는 고향 대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다 서울로 갔다. 서울로 이사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전세금'이었는데, 최대 1억 원 중소기업 청년 대출을 받아 해결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1억 원이면 전셋집을 구할 수 있겠지 싶어 처음에는 강북구에서 집을 찾아보다 나중에는 경기 부천, 인천 부평까지 집을 보러 다녔어요. 그런데 전셋집 자체가 거의 없기도 했고, 1억 원으로는 엄청 낡았거나 좁거나 월세 같은 관리비를 요구하더라고요. 그러면 결국 대출금 이자 내는 것과 다를 게 없더라고요."

한참 고민 중이던 때 친구로부터 우연히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알게 됐고, 이전에 둘러봤던 1억 원 전셋집보다 훨씬 넓고 저렴한 사실을 듣고 입주하기로 결심했다. 낯선 곳에서 혼자 사는 게 불안했는데, 공유형 임대주택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지난해 6월부터 박 씨는 다른 입주민 7명과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 입주자 박진아(왼쪽) 씨.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 입주자 박진아(왼쪽) 씨.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박 씨는 "아마도 밥을 먹고 나면 곧바로 설거지를 해야 하고 화장실엔 누가 갑자기 들어오지 않을까, 내 행동을 싫어하면 어쩌지 등 이런 걱정을 하며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게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었어요"라며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됐어요. 요즘은 마당에 들깨, 토마토, 파 등을 심어서 키우고 있는데 사람들과 어울려 살게 되니까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공유주택에서 살다보면 갈등은 없을까. 박 씨는 '관리비 갈등' 일화를 소개했다. 한 입주민이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쓴 만큼 내는 것이니 관리비를 내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입주자들은 임시회의를 열어 절충안을 제시했고, 결과는 평화롭게 해결됐다.

박 씨는 "그땐 입주 초기여서 아무 말도 못하고 난감했습니다. 얼굴 붉힐 일 생기는 것 아니냐고도 생각했는데,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았어요"라고 말했다.

달팽이집 입주 규약을 지키지 않으면 퇴실당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규약을 어겨 퇴실당한 이는 없다.

박 씨는 정기 반상회에서 생각보다 논의할 거리가 많다고 했다. "시작은 늘 각자 근황 이야기고요. 싱크대 배수 관리, 대청소, 청소 피드백, 길고양이 밥 구입, 분리배출 차례 등 할 얘기가 많아요. 2시간은 그냥 지나갑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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