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절 비구니 큰스님
날마다 꽃 가꾸며 수행
"죽은 것도 살리는 게 손"

스님, 부처님 오신 날 꼭 절에 가야 하나요? 법능 스님이 넌지시 답한다."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이지." 걷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가만히 있는 그 모든 순간에 수행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님은 "불자라면 어디를 가든지 다 마음속 부처님을 생각하고 있잖여. 굳이 코로나로 어려운 이 시절에 무리해서 절에 안 와도 디야"라고 말한다.

양산시 다방마을이 새벽 어스름에 묻혀있다. 사람 기척은 요원하고 뒷산 새 지저귀는 소리만 들린다. 마을에 작은 불빛이 하나 들면 곧이어 도량석 목탁 소리가 들릴 것이다. 비구니 세 명이 사는 작은 절, 대승사다. 법능 스님은 그중에서도 큰스님이다.

법능 스님은 손이 비범하다. 체구가 작은데도 손가락은 쭉쭉 뻗어있다. 보통 사람보다 한마디는 더 길어 보인다. 합장한 손에 자꾸 눈이 가는 이유다. "큰스님 별명이 미다스 왕의 황금 손이에요. 시들고 죽은 식물도 스님 손으로 정성스레 가꾸면 다시 살아나요." 도영 스님이 속삭이듯 말한다.

▲ 15일 아침 양산 다방마을 대한불교조계종 대승사 법당에서 법능 스님이 합장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 15일 아침 양산 다방마을 대한불교조계종 대승사 법당에서 법능 스님이 합장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손이 관세음보살이다.' 법능 스님이 설파한다. 불가에서 관세음보살은 자비의 화신이다. 천 개의 손과 눈으로 중생을 구제한다고 일컬어진다. 스님은 분별심 없는 손이야말로 만능 해결사요, 깨달음의 세계라고 말한다. 말씀을 가만히 듣다 보면 자연히 손을 관찰하게 된다. 엄지로 네 손가락 끝을 문지르며 그 감각을 느껴본다. 감각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알아차림'이라고 풀이한다. 그동안 무심결에 써온 손으로 무엇을 하고 느끼는지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실천 수행을 해볼 만하다. 그 출발점을 부처님 오신 날로 삼는 것이다. "손으로 똥도 닦고, 밥도 짓고, 악수도 하고, 손이 안 가는 곳이 없어. 관세음보살의 세(世)가 세상이잖아. 세상 소리를 다 듣는 것이지."

마침 요사채 마당에 상징적인 화분이 하나 있다. 죽고 팬 나무 기둥을 동강 내서 모로 눕혀 흙을 채우고 거기에 꽃을 심어놓았다. 스님은 날마다 꽃을 가꾼다. 사람들에게 꽃 선물도 자주 한다. 가져갈 때에는 좋다고 가져갔다가 시들해지면 다시 가져온다고. 그러면 또다시 생기를 불어넣어서 준다고 한다. "죽은 것도 살리는 게 손이야. 부처님 손만 손이 아냐. 부처님 손이나 우리 손이나 똑같은 것이야. 조금도 다르지 않어. 우리는 이런 손을 쓸 때 얼마나 인식하고 쓰나? 곰곰이 생각해봐야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