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절 비구니 큰스님
날마다 꽃 가꾸며 수행
"죽은 것도 살리는 게 손"
스님, 부처님 오신 날 꼭 절에 가야 하나요? 법능 스님이 넌지시 답한다."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이지." 걷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가만히 있는 그 모든 순간에 수행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님은 "불자라면 어디를 가든지 다 마음속 부처님을 생각하고 있잖여. 굳이 코로나로 어려운 이 시절에 무리해서 절에 안 와도 디야"라고 말한다.
양산시 다방마을이 새벽 어스름에 묻혀있다. 사람 기척은 요원하고 뒷산 새 지저귀는 소리만 들린다. 마을에 작은 불빛이 하나 들면 곧이어 도량석 목탁 소리가 들릴 것이다. 비구니 세 명이 사는 작은 절, 대승사다. 법능 스님은 그중에서도 큰스님이다.
법능 스님은 손이 비범하다. 체구가 작은데도 손가락은 쭉쭉 뻗어있다. 보통 사람보다 한마디는 더 길어 보인다. 합장한 손에 자꾸 눈이 가는 이유다. "큰스님 별명이 미다스 왕의 황금 손이에요. 시들고 죽은 식물도 스님 손으로 정성스레 가꾸면 다시 살아나요." 도영 스님이 속삭이듯 말한다.
'손이 관세음보살이다.' 법능 스님이 설파한다. 불가에서 관세음보살은 자비의 화신이다. 천 개의 손과 눈으로 중생을 구제한다고 일컬어진다. 스님은 분별심 없는 손이야말로 만능 해결사요, 깨달음의 세계라고 말한다. 말씀을 가만히 듣다 보면 자연히 손을 관찰하게 된다. 엄지로 네 손가락 끝을 문지르며 그 감각을 느껴본다. 감각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알아차림'이라고 풀이한다. 그동안 무심결에 써온 손으로 무엇을 하고 느끼는지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실천 수행을 해볼 만하다. 그 출발점을 부처님 오신 날로 삼는 것이다. "손으로 똥도 닦고, 밥도 짓고, 악수도 하고, 손이 안 가는 곳이 없어. 관세음보살의 세(世)가 세상이잖아. 세상 소리를 다 듣는 것이지."
마침 요사채 마당에 상징적인 화분이 하나 있다. 죽고 팬 나무 기둥을 동강 내서 모로 눕혀 흙을 채우고 거기에 꽃을 심어놓았다. 스님은 날마다 꽃을 가꾼다. 사람들에게 꽃 선물도 자주 한다. 가져갈 때에는 좋다고 가져갔다가 시들해지면 다시 가져온다고. 그러면 또다시 생기를 불어넣어서 준다고 한다. "죽은 것도 살리는 게 손이야. 부처님 손만 손이 아냐. 부처님 손이나 우리 손이나 똑같은 것이야. 조금도 다르지 않어. 우리는 이런 손을 쓸 때 얼마나 인식하고 쓰나? 곰곰이 생각해봐야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