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신월평생학습센터 주관
환경 강사, 초등생 12명과 독서
일상 변화 의지 돋우는 설명도
벌이 되는 상상·퀴즈 풀기 등
딱딱한 수업 벗어난 활동 눈길

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인보다 기후 문제를 더 예민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기후는 현재 노동·인권 문제와도 직결되지만, 미래 세대에게는 '이 지구 상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라는 생존의 문제로 와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 방안을 찾아보는 아이들의 '기후 행동'은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 현장을 소개합니다.

◇그림책으로 알아보는 기후위기 = 지난 5일 오전 10시 창원시 의창구 봉림평생학습센터. 인근 초등학교 1~4학년 12명이 3명씩 4모둠으로 앉아 있다. '그림책으로 알아보는 기후위기'라는 제목의 수업 시간이다.

창원여성의전화 부설 신월평생학습센터가 주관한 2시간가량 수업이다. 센터는 '2021 多(다)독다독 독서프로그램 지원사업 - 코로나 처방전'으로 △기후특공대 △일상이 예술이 되는 캘리그래피 △동네 한 바퀴를 오는 9월까지 진행한다. 이날 수업은 '기후특공대' 중 첫 순서였다. 김연주 환경교육 강사가 아이들과 함께했다.

"기후가 뭘까요?" 첫 질문이 나왔다. "눈, 비 내리는 거예요." 곧장 답변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이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경이 뭘까?"라는 질문에 아이들의 답은 "자연", "생명"이었다.

김연주 강사는 수업 방향을 설명했다. "기후는 점점 변하고 있어요. 예전보다 더 더워졌고,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도 희미해지고 있어요. 이런 기후변화를 당장 바꾸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려고 해요."

수업에서 함께 본 그림책은 <소중한 지구 환경 지키기>(조지아 암슨 브래드쇼 씀·최현경 옮김·별숲·2020)다. 남태평양에 있는 조그만 산호섬 '나우루' 이야기로 시작했다. "나우루는 울릉도 3분의 1 크기로, 차로는 25분 만에 다 돌 수 있다고 해요. 앨버트로스라는 지구 상에서 가장 멀리 나는 새가 있는데요. 이곳을 지나가면서 눈 똥이 수천 년 쌓여 돌덩이가 됐다고 해요. 그런데 이게 '인광석'이라고 아주 구하기 어려운 비료의 재료가 돼요. 나우루는 이걸 팔아 엄청 부자 나라가 됐죠. 그런데 사람들이 일을 안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 국민 90%가 비만이나 당뇨병 등을 앓고, 인광석도 점점 줄어 지금은 가난한 나라가 됐어요. 이렇듯 나무, 땅, 물은 계속 남아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에도 언젠가 올 미래일 수 있으니 환경을 잘 지켜야 해요."

◇내가 만약 벌이라면? = 아이들은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비하는 일상생활이 몰디브나 북극 등 지역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 예전 TV 프로그램 <무한도전> '나비효과' 편도 시청했다.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가 더우면 에어컨을 켜면 괜찮잖아요? 그런데 밖은 더 더워지고 극지방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악순환이 되는 거예요. 기후가 바뀐다고 우리에게 영향이 없을까요? 식물이 잘 안 자란다는 것은 우리가 먹는 쌀이 점점 줄어들고 식량이 부족해진다는 뜻이에요. 야생생물도 점점 없어지고요. 개발로 나무를 베어내고 다양한 생물이 사는 곳이 파괴되면서 멸종이 오는 거예요. 파리나 벌은 어때요? 작고 무섭고 더럽다고 느끼겠지만, 모두 없어지면 우리도 살 수 없어요."

이후 어린이들은 자신이 벌이 되어 생각해보는 보드게임을 했다. 주사위를 굴려 특정 칸에 걸리면 죽게 되는데,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있었다. '당신은 땅속에 집을 짓고 사는 벌인데 도로포장으로 흙이 메워졌습니다', '늦여름 농부가 심은 작물들이 꽃을 피우고 있어서 이 주변에는 먹을거리가 꽤 많이 있어요. 하지만 모두 벌레를 죽이는 살충제를 잔뜩 뿌려 두었답니다', '당신은 아기 벌들에게 먹일 꽃가루를 모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식물들이 제때 꽃을 피우지 않아 꽃가루를 얻지 못했습니다' 등이다.

이와 관련해 김연주 강사는 생물다양성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각각 이야기하는 <꿀벌과 거미를 지켜줘>(에밀리 바스트 씀·박나리 옮김·풀빛·2020), <위대한 식탁>(마이클 J. 로젠 씀·베카 스태틀랜더 그림·살림·2020) 등 다른 책도 소개했다.

▲ 지난 5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봉림평생학습센터에서 초등학교 1~4학년 12명이 참여한 가운데 '그림책으로 알아보는 기후위기' 수업이 진행됐다. 아이들이 '내가 만약 벌이라면?'이라는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 지난 5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봉림평생학습센터에서 초등학교 1~4학년 12명이 참여한 가운데 '그림책으로 알아보는 기후위기' 수업이 진행됐다. 아이들이 '내가 만약 벌이라면?'이라는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조금씩 관심 키워요" = 끝으로 아이들은 '환경퀴즈'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실천 방법을 익혔다. △새 컴퓨터보다는 중고제품 쓰기 △채식하기 △걷기나 자전거 타기 △현지 유기농 식품·통조림 보존 식품 함께 먹기 등이다.

"이번 수업으로 자기계발이 된다고 봐요. 재미가 있었어요. 기후변화가 더 심각해지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조금씩 관심을 키우고 있는데, 일회용품 사용부터 줄이려고요." 이날 참여한 심환성(11·창원한들초 4) 군이 소감을 밝혔다. 옆에 서 있던 함소윤(8·유목초 1) 양도 눈을 깜빡이며 고민하는 듯하더니 "기후변화를 줄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신월평생학습센터 손선경 활동가는 "기후위기와 환경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며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쓰레기 문제도 고민하면서 잘 분리하는 방법을 익히고, 나중에 전시도 해서 알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탄소발자국 줄이기 '바로 나부터 실천'

'그림책으로 알아보는 기후위기' 수업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내가 만드는 탄소발자국의 개수는?'이라는 문제도 풀었다. 자신의 하루 전날 행동을 돌아보면서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을 찍었는지 확인해본 것이다. 복잡한 단위 없이 특정 행동마다 탄소발자국 수를 알기 쉽게 표현했다. 샤워 10개, 드라이기 사용 1개, 탄산음료 1잔 12개, 빵 1개 10개, 과자 1봉지 5개, 에어컨 사용 15개, 자가용 이용 10개, 버스 이용 1개 등 형식이다.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서 '발자국'은 환경파괴 정도를 보여주는 용어다. 인간이 지구에 살면서 남기는 환경 영향력이 '발자국'으로 측정돼 나타난다. 이 중 탄소발자국은 개인 또는 기업·단체, 국가가 직접·간접적으로 발생시킨 탄소의 총량을 의미한다. 탄소발자국과 유사하게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쓰이는 물의 총량을 나타내는 '물발자국', 사람이 지구에서 살 때 필요한 모든 비용을 토지 면적으로 환산한 '생태발자국' 등 개념도 있다.
▲ 지난 5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봉림평생학습센터에서 초등학교 1~4학년 12명이 '내가 만드는 탄소발자국의 개수는?'이라는 문제를 풀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동욱 기자
▲ 지난 5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봉림평생학습센터에서 초등학교 1~4학년 12명이 '내가 만드는 탄소발자국의 개수는?'이라는 문제를 풀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동욱 기자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구축한 '기후변화홍보포털'을 보면 탄소발자국은 제품과 서비스 원료 채취, 생산, 수송·유통, 사용, 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나타낸 지표로 정의된다. 이는 '환경성적표지 제도'로 라벨 형태로도 제품에 표시된다. 같은 종류의 제품들과 비교해 탄소배출량이 낮아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은 제품 현황은 환경성적표지 누리집(www.epd.or.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창녕군 '우포생태촌 유스호스텔',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사람과 자연을 만나는 우포늪 생태관광 여행'은 2018년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은 바 있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가 만들어놓은 '탄소발자국 계산기'(www.kcen.kr/tanso/intro.green)에서는 월간 전기·가스·수도 사용량이나 요금을 입력하면 이산화탄소(CO₂) 발생량과 필요 소나무 양이 나온다. 승용차는 연료 종류를 택하고 이동거리나 연료비를 입력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사는 집 종류와 면적, 가구원 수'를 선택하면 이산화탄소 발생량 통계를 보여준다. 지난 4월 집 요금을 입력했더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22.8㎏으로 이를 상쇄하려면 소나무 64.1그루를 심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1주일에 한 번쯤 대중교통 이용, 짧게 샤워하기, 보일러 사용 1시간 줄이기 등 분야별 실천 목표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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