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회 '명예대장' 자랑스러워
공가 등 적절한 보상 따라야
대체휴일로 쉬는 방안도 필요

"저 역시 결재할 일이 많다 보니 공가(공적 휴가)를 내면 대체할 사람이 없어요.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 형편일 테고요. 법에 있는 헌혈 공가 제도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게 다듬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헌혈을 향한 인식을 개선하고 문화를 확산해 나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박승제 경남소방본부 소방행정과장은 제복 윗옷 주머니에 헌혈유공자 약장(약식의 훈장)을 달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 200회 이상 참여자에게 수여하는 '명예대장' 약장이다.

그는 "헌혈유공장을 제복에 달 때 느끼는 공직자로서 자부심이 있다"라며 "소방업무 관련 약장이 아닌 데다 헌혈 300회 참여자에게 주어지는 최고명예대장 약장을 단 사람은 정말 드물다"라고 말했다. 그가 현재까지 헌혈한 횟수는 271회로, 고지가 멀지 않았다.

직업 특성상 사고·재난 현장과 가까웠던 박 과장은 사고 후 경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긴급수혈·지정헌혈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결혼해 아이가 태어나니 사회에 대한 책임감, 요즘 말로 하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게 생겼고, 이때부터 꾸준히 헌혈을 했다"라고 밝혔다.

▲ 박승제 경남소방본부 소방행정과장이 군인 시절 첫 헌혈 후 받은 헌혈증과 그동안 모아온 헌혈기부권을 꺼내 소개하고 있다. 헌혈기부권은 헌혈증을 받는 대신 일정 금액을 기부했다는 증서다.  /이창우 기자
▲ 박승제 경남소방본부 소방행정과장이 군인 시절 첫 헌혈 후 받은 헌혈증과 그동안 모아온 헌혈기부권을 꺼내 소개하고 있다. 헌혈기부권은 헌혈증을 받는 대신 일정 금액을 기부했다는 증서다. /이창우 기자

통영소방서장 재임 때는 진주까지 '원정 헌혈'을 다녔고, 직원들에게 헌혈을 장려하는 일로 유명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헌혈자의 날' 기념 경남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공무원으로서 헌혈 참가를 명예로 여기는 박 과장은 공무원 복무규정에 명시된 헌혈 공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헌혈에 동참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헌혈을 했을 때 자부심과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라며 "그 보상은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기념품이나 헌혈유공장일 수도, 다른 사람에게는 헌혈 공가처럼 적절한 휴식을 보장해 주는 일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같이 건전한 직장문화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공가를 신청했는데도 승인하지 않는 일은 드물 것"이라며 "업무공백이 걱정돼 헌혈 당일 쓰지 못했다면, 이른 시일 안에 스스로 고른 날짜에 쉴 수 있게 해 주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당직근무 대체휴일 같은 방식이다.

박 과장은 제도 개선과 함께 사회 전체가 헌혈 필요성에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광주에서 건물이 붕괴한 것처럼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인근 병원에서 긴급 수혈을 요청하게 된다"라며 "헌혈증이 아무리 많아도 수혈비용이 깎일 뿐 혈액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평소 많은 사람이 헌혈에 참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헌혈이 언제 자신에게 혜택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의미다.

박 과장은 "수혈을 받은 환자도 병원과 의사뿐 아니라, 이름 모를 헌혈자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몸이 회복되면 헌혈에 동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라며 "자신의 혈액이 의미 있게 사용된 사실을 알 수 있다면 헌혈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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