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위험에 환경오염도... 주차장·도로유지비는 구성원 몫
교통수단별 신호시간 통일 등 자치단체장 뚜렷한 철학 필요
전기·수소차 보급 추진 창원시, 이동권 보장 공평한지 따져야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60명이 탄 자가용 승용차, 버스, 자전거가 얼마나 공간을 차지하는지 극적으로 표현한 사진이다. 60대의 승용차는 거리를 꽉 채우며 점령하는 듯 보인다. 반면, 버스는 승용차 서너 대 정도 공간으로도 60명 모두를 태운다. 60대의 자전거도 승용차 10분의 1 공간 정도에서도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 60명이 탄 자가용 승용차, 버스, 자전거가 각각 얼마나 공간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사진.  /Carlton Reid, via Flickr
▲ 60명이 탄 자가용 승용차, 버스, 자전거가 각각 얼마나 공간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사진. /Carlton Reid, via Flickr

◇승용차 1대, 50m 거리 독차지 =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교통공학박사)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위원은 "승용차가 평균 시속 50㎞로 달린다고 보면 보통 승용차 1대가 50m의 공간을 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승용차는 개인적인 공간이다. 창문과 철제 외관에 둘러싸인 채 세상과 분리된다. 타는 본인은 편할지 몰라도, 보행자와 자전거,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PM) 등으로 이동하는 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러한 승용차를 두고 '위험한 깡통'이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잦은 승용차 이용은 시대적 해결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과도 정반대의 길이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몇 십 배 무거운 1t이 넘는 승용차를 굴리니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는 건 당연하다. 교통수단별 이산화탄소 배출은 여객기 다음으로 승용차가 많다는 건 상식이다.

승용차 구입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보험료와 기름값도 자신이 낸다지만, 나머지 주차장, 도로유지 비용은 모든 구성원이 같이 부담한다. 승용차 이용으로 재빨리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함은 개인이 온전히 다 누리는데, 그에 따른 비용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이재영 위원은 '왜 대중교통 활성화인가'라는 물음에 "도시 구성원 가운데 승용차를 이용하는 비율은 많이 잡아도 40% 수준"이라며 "나머지는 보행자, 자전거, 대중교통, 기타 이동수단으로 이동하는 만큼 여기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승용차로 이동하면 할수록 그다음 세대가 쓸 자원도 그만큼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도시에서 자동차에 치여 보행자가 죽고 다치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없는데, 과연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겠는가"라며 "승용차만 편한 도시는 결국엔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만 남는 '회색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 활성화 명분은 안전과 환경,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면 충분하다. 이를 바탕으로 승용차 이용자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를 경영하는 자치단체장이 적극적으로 자동차를 억제하는 교통수요 관리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통신호는 자동차만 우선시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보행자, 자전거 등 모든 교통수단에 동등한 교통신호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 창원지역을 운행하는 주황색 시내버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창원지역을 운행하는 주황색 시내버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자치단체장 철학이 중요 = 이 위원은 교통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급하게 서두르는 것보다 차라리 충분히 검토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교통이라는 분야가 4년 안에, 단박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치단체장은 아무리 많이 해도 12년 뒤면 물러나지만, 도시에 남아 있는 시민은 어느 누가 시장이 됐든 일상의 패턴으로 삶을 지속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의 일상을 제대로 보듬으려면 그 도시의 흐름과 변화를 읽고 그 바탕 위에서 개선방안과 철학을 모색하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자치단체장이 도시 미래에 대한 철학이 부재해 정권이 바뀌었다면 정책이 바뀐다. 시민들은 그럴싸한 정치인의 달콤한 미사여구를 믿어서는 안 된다"며 "창원은 과연 수소차가, 전기차가 모든 시민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을 보장하는지, 공평한 이동권을 보장하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2020년 5월 말 현재까지 1000억 원에 가까운 보조금(수소차 325억 5974만 원, 전기차 870억 581만 원)을 투입해 수소차 807대, 전기차 2953대를 보급했다.

그는 단적으로 전기차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다고 했다. 이 위원은 "연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자동차 미세먼지는 배기통이 아닌 타이어, 브레이크, 도로포장, 도로재비산먼지가 전체 미세먼지의 80~90%를 차지한다는 것이 팩트"라며 "전기차는 같은 브랜드의 차종 중 가솔린차 대비 300㎏ 정도 더 무겁다. 중량이 더 무거우니 타이어, 브레이크 등에 더 큰 부하를 주는데, 과연 미세먼지가 줄어들지 의문이다. 정책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이런 근거자료 없이 정책에 집중하는 건 아주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원은 공공자전거 누비자로 유명한 곳이다. 출퇴근 수단으로서 잠재력도 여전하다고 본다"며 "창원은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상당한 자전거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다. 창원시가 이러한 잠재력을 잘 활용해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나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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