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활동 늘어도 관람객은 줄어
시설 유치보다 시민 관심 키우는 노력을

"경남도 내 기존 미술관·박물관은 잘 운영되고 있는지, 경남에 올 가능성이 있기는 한 것인지, 유치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이 꾸준히 운영할 역량이 있는지 등 확인도 필요하다. 과도한 경쟁과 정치적 희망 고문 논란으로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은데 일반 경남도민이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 정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준비 없는 무리한 미술관 유치로 나오는 부정적인 결과는 오히려 경남도 이미지에 큰 해가 될 수 있다." 경남 지자체들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을 하는 모양새를 두고 본보 지면평가위원이 한 지적이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서울·용인·수원·평택·부산·세종·대구·경주·포항·창원·진주·의령 등 많은 지자체가 나섰다. 삼성과 인연, 지역 특성 등을 내세우며 서로 자기 지역이 적지라고 주장한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민 접근성'을 언급하며 수도권 유치를 시사한 후 문화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비수도권 지역에서 비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좋은 것은 전부 수도권으로' 몰리는 '서울 공화국'에 맞서 지역에서는 문화 분권을 주장하지만, 이들 역시 '좋은 것은 전부 내 지역으로'를 외치며 '제2의 서울 공화국'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통계청이 시행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3세 이상 응답자 중 대부분이 TV 시청(주중 79.2%, 주말 69.7%, 복수 응답)으로 여가 활용을 했다. 그다음이 휴식(주중 69.0%, 주말 68.9%)과 컴퓨터 게임·인터넷 검색(주중 39.5%, 주말 31.3%)이었다. 문화예술 관람은 주중 11%, 주말 19.5%에 불과했다. 2017년 조사에서 문화예술관람으로 여가를 보낸다는 응답자가 주중 11.7%, 주말 21.3%였던 것과 비교하면 조금 줄었다.

반면, 지역 문화예술 활동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9년 한 해 동안 6개 분야별 창작 발표 활동 현황과 통계자료를 분석해 수록한 <2020문예연감>에 따르면 2019년 문화예술 활동 건수는 5만 7907건으로 2018년 5만 3062건 대비 4845건 늘었다.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은 늘었지만, 정작 이를 감상하고 향유할 사람은 준 것이다.

창원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 참가자가 서명 시작 두 달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14일 밝혔다. 좋은 시설을 갖춰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설이나 규모보다 구상과 기획, 그리고 시민들 관심과 참여 유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위를 보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학예연구사가 부족하다거나 기획력이 떨어지는 사례, 막대한 예산을 쏟은 예술촌 사업이 부진한 사례 등 문화공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자칫 겉보기만 번지르르하고 관람객은 없는 '모델하우스'가 될 수 있다. 문화공간 유치 노력만큼이나 문화예술 자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내가 미술관이나 공연장에 마지막으로 갔던 것이 언제였던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