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공장 곳곳 태양광 발전소 구축
현대위아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박차
LG전자 에너지 저장장치 등 설치 추진

기업이 친환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건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의 세 번째 수출 시장인 유럽연합(EU)이 지난 14일(현지시각) '탄소 국경 조정제도' 도입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강력한 방안을 공개했다. 미국 민주당도 같은 날 3조 5000억 달러(약 3992조 원) 규모의 친환경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탄소 조정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석탄과 원자력,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생산한 값싼 전기에 기대 공장을 돌리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잔치(고탄소사회)가 끝나가고 '입에 쓴 보약(탈탄소사회 전환)'을 마셔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경남의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친환경으로 체질 개선 중 = 다양한 발전 설비를 생산하는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은 규모가 여의도 전체면적 1.5배인 430만㎡(130만 평)에 이른다. 두산중공업은 공장 곳곳에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 두산중공업이 2018년 구축한 수요관리형 에너지저장장치.  /두산중공업
▲ 두산중공업이 2018년 구축한 수요관리형 에너지저장장치.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3년 지붕이 있는 공장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터빈공장 지붕(축구장 9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에 4㎿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또 지난 2018년 7월부터 창원공장 본관과 정문 주차장에도 태양광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약 3㎿h 규모 ESS(Energy Storage System)와 연계한 1.5㎿의 태양광 발전소다. 매일 약 55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3.7㎿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ESS는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배터리에 전기를 비축해 두었다가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설비다.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지난 2018년 9월에는 창원공장 내 '전력수요 관리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도 새롭게 구축했다. 전력수요가 낮은 야간 시간대에 남는 전기를 저장하고,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사용한다. 이 설비는 하루 1만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70㎿h 규모의 전력수요를 관리할 수 있다. 1102㎡ 면적에 전력제어시스템(PMS)과 12㎿급 전력변환장치(PCS), 70㎿h급 리튬이온배터리로 구성돼 있다.

현대위아는 7월 중으로 '한국 RE100 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환경 경영 인증기관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로 2014년부터 추진 중인 캠페인이다.

현대위아는 지난 2019년 경남도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자발적환경협약'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다. 창원공장 주조라인 작업환경 분진농도를 기존 6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창원1공장과 2공장 폐수 종류별 처리현황도 공개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LG전자도 현재 짓고 있는 생활가전 핵심 생산기지인 창원사업장 스마트공장(Smart Factory)에 에너지저장장치(ESS), 고효율 공조시스템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 등을 갖출 계획이다.

◇전환 더딜수록 '지연비용'은 눈덩이 = 지자체도 기업의 친환경 전환 지원에 팔을 걷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 6월부터 중소기업이 공장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한전 계통연계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계통연계는 발전사업자가 태양광설비를 갖춘 후 한전 배전계통에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시는 올해 시범사업으로 사업비 4250만 원을 투입해 최대 100㎾ 설치 시 850만 원을 지원한다. 시는 내년부터 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창원스마트그린산단사업단은 올해 공장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 구축사업과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이소영(더불어민주당·경기 의왕·과천) 국회의원은 탄소중립 전환이 늦을수록 관련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의 친환경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실행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이 의원은 "세계는 바야흐로 지금 전환의 시대다. 고탄소사회에서 탈탄소사회로 전환하고자 미국, 유럽연합, 영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심지어 글로벌 메이저 석유회사인 BP 등 기업들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로 되어 있고, 무역의존도도 세계 2위로 '탈탄소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탄소중립은 쉽지 않은 도전적인 목표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환이 더딜수록 '지연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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