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과장으로 구성된 탈춤
국가무형문화재 6호 지정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
근본 없는 양반 향한 조롱
권선징악 은유적으로 표현

경남지역 여러 오광대 중에서 통영오광대는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고증도 잘돼 있어 대학 풍물동아리 등 많은 곳에서 배우려는 전통연희다. 통영오광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돼 있다.

최근 통영오광대는 7월 3일 이순신공원 내 통영예능전수관에서 정기발표 공연을 했고,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상설공연을 펼친다. 특히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피플리와 협력해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실감콘텐츠' 작업은 우리 전통문화의 세계화 가능성 차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감콘텐츠는 기존 통영오광대 극 구성에 관람객이 탈을 쓰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형태로, 3D 모션캡처와 다중 객체 추적과 분석, 이머시브 스페이스 구현 기술 등을 활용해 제작된다. 관객 참여형 공간인 이머시브 스페이스 방식은 공간에 영상을 비춰 입체감을 높이고 제3의 가상공간을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대부분 오광대와 마찬가지로 통영오광대도 길놀이에서 시작한다. 옛날 세병관이나 장터에서 사또놀음 행렬이 출발하면, 함께 길놀이를 하고는 용화산 기슭 띠밭에 가서 오광대 놀이를 하기도 했다. 길놀이는 연희 전 관객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 1과장인 문둥탈춤놀이에서 광대가 소고를 활용해 춤을 추고 있다./통영오광대
▲ 1과장인 문둥탈춤놀이에서 광대가 소고를 활용해 춤을 추고 있다./통영오광대

△첫째 마당: 문둥탈 = 통영오광대에는 오방신장 과장이 없다. 진주처럼 문둥이 광대 5명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오광대라는 단어 의미를 다섯 마당에 두고 있다. 1과장인 문둥 탈춤은 소고춤으로 이루어졌다.

악사들이 굿거리장단으로 연주하면 한쪽 바지를 걷어 올린 문둥탈이 등장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춘다. 한동안 추다가 신세 한탄으로 이어진다.

"아이고 여보소. 이네 한 말 들어보소. 삼대 할아버지 삼대 조모님 그 지체 쓸쓸한 울 아버지 울옴마 인간의 죄를 얼마나 지었건대 몹쓸 병이 자손에게 미쳐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을까. 아부지야 옴마야 괴롭구나." 이렇게 사람들 눈시울을 퀭하니 만들어놓고는 다시 굿거리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 2과장 풍자탈놀이에서 말뚝이가 7명의 양반에게 양반 근본을 따지며 희롱하고 있다./통영오광대
▲ 2과장 풍자탈놀이에서 말뚝이가 7명의 양반에게 양반 근본을 따지며 희롱하고 있다./통영오광대

△둘째 마당: 풍자탈 = 다른 오광대와 비교하면 양반과 말뚝이 이름이 붙은 과장이다. 말뚝이가 양반 7명에게 대거리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야말로 잘난 것 하나 없는 양반들의 잘난 체를 천하 천민 말뚝이가 속 시원하게 혼을 내는 장면이 압권이다. 옛날 양반들에게 짓눌려 살던 서민의 응어리진 가슴을 녹여내는 풍자가 이런 탈춤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너이 고을에 살로 온 지가 수십 년이라 어이들 근본을 모를쏘냐? 내가 일러 줄 터이니 자사히 들어라. 첫째 양반 널로 두고 말하면 니 집안에 기생이 여덟이고 비자(婢子)가 일곱이라 부정한 계집이 열다섯이니 니가 양반이라 자랑하며, 둘째 양반 널로 두고 말하면 니 에미가 주주모라! 너를 낳기를 봉래방 못퉁이에서 낳았거늘! 네가 서파(庶派)라 무슨 양반이라 자랑하며…."

▲ 3과장 영노탈놀이에서 비비양반이 영노가 나타난 줄도 모르고 굿거리장단에 춤을 추며 돌고 있다./정현수 기자<br /><br />
▲ 3과장 영노탈놀이에서 비비양반이 영노가 나타난 줄도 모르고 굿거리장단에 춤을 추며 돌고 있다./정현수 기자

△셋째 마당: 영노탈 = 다른 오광대에서는 괴물 비비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양반을 희롱하고 잡아먹으려고 하는 골격은 얼추 비슷하다. 영노새는 하늘을 상징하는 심판자 역할이며, 지상의 악을 대표하는 존재는 양반이다.

통영오광대의 영노는 다른 지역 탈과 달리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얼굴이 용처럼 생겼고 입은 긴 부리처럼 생겨 말을 할 때마다 부리가 움직인다. 비비양반이 무대를 한 바퀴 돌고 있을 때 갑자기 등에서 영노가 비비 소리를 내고 놀래준다. 비비는 버드나무 피리에서 나오는 소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아이고 놀래라. 니가 뭣고?" 비비양반이 소리치니, "나는 구령에 사는 영노다" 하고 받는다. 양반이 "구령에 사는 영노라면 구령에 있지 뭣하러 여기 왔노?" 그러자 영노는 "양반놈들 행사가 나빠서 양반 잡아묵으로 왔다. 아흔아홉을 잡아먹었고 이제 하나만 먹으면 백을 채우고 하늘로 간다." 이렇게 둘이서 옥신각신 힘겨루기를 하다 결국 양반은 영노에게 잡아먹힌다.

영노과장의 결말은 오광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가산오광대의 경우 영노가 오방신장을 다 잡아먹고 포수 총에 맞아 죽지만 고성오광대에서는 양반이 재치있게 "니 고조할애비다" 하고는 위기를 모면한다.

▲ 4과장 농창탈놀이에서 영감이 작은 어미와 함께 알콩달콩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통영오광대<br /><br /><br /><br />
▲ 4과장 농창탈놀이에서 영감이 작은 어미와 함께 알콩달콩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통영오광대

△넷째 마당: 농창탈 = 다른 오광대에서는 대개 '영감할미과장'으로 불리는 마당이다. 이 과장은 오광대마다 등장인물 설정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통영오광대에선 영감이 작은 어미와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작은 어미는 영감과 사는 게 재미없는지 장에 간 사이 동네 남정네를 불러 가무를 즐긴다. 작은 어미는 임신하게 되고 출산을 앞둔 날 충청도에서 할미가 찾아온다. 영감의 남편이다. 할미와 작은 어미가 승강이를 벌이고 결국 할미가 쓰러져 죽는다. 이때 영감이 할미를 밟아 '확인사살'을 하는데, 이런 즉흥연기는 다른 오광대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할미의 사망으로 넷째 마당의 마지막은 상여놀이로 진행된다.

▲ 5과장 포수탈놀이에서 사자가 굿거리장단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잇다./통영오광대<br /><br /><br /><br />
▲ 5과장 포수탈놀이에서 사자가 굿거리장단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잇다./통영오광대

△다섯째 마당: 포수탈 = 대체로 이 과장은 사자무과장이라는 이름으로 구성되는, 통영에서는 포수를 등장시켜 담보를 잡아먹은 사자를 포수가 사살한다는 내용이다. 사자와 담보의 싸움은 굿거리장단에 맞춘 춤대결로 이루어지다가 사자가 담보를 잡아먹는다. 이때 포수가 창을 하며 나타난다.

"관사령 났네, 관사령 났네, 훈련도감에 관사령 났네…." 사자를 발견한 포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저격 기회를 잡는다. 때론 관객을 불러 함께 사냥을 하기도 한다. 담보를 먹고 다리가 여섯이 된 사자는 포수가 있는 줄도 모르고 춤을 추고 놀다 결국 포수의 총에 맞아 죽는다.

비슷한 듯 제각각인 경남의 오광대 전통연희는 각 지역에 정착하면서 나름의 이야기 구성을 이루고 있다. 경남 오광대 공연은 이야기 구성의 차이를 들여다보거나 등장인물의 성격 차이, 또 탈 모습을 비교하면서 봐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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