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의료 환경 맞는 지침 부족
병원 간 정보 공유 체계도 없어
지역응급의료 거버넌스 필요
전문가 "지자체 권한 강화를"

응급환자는 제시간 안에, 적절한 병원에서, 적합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치료 가능성이 커지고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송 단계-병원-상급병원으로의 고리가 끊기지 않도록 해야한다. 구급대원과 응급실 의료진은 지역 상황을 반영한 지침과 정보 공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흩어져 있는 응급의료자원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간극 '소통'으로 해결 = "소방청에서 내놓은 119현장응급표준지침이 있어요. 이 지침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어요. 서울과 경남은 응급의료 환경 자체가 다르잖아요."

정선영 창원소방본부 소방위는 '119 이송지침 지역화'를 언급했다. 정 소방위는 "표준 지침대로 하면 지역 사정과 달라 안 맞는 부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응급의료 자원을 고려한 지침으로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반영한 구급대원 가이드라인이 밀양에서 제작됐다. 2019년부터 밀양소방서 구급지도의사를 맡은 최규만 밀양윤병원 응급의학과 센터장은 구급대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구급대원이 응급 환자를 어디로 이송할지 판단의 갈림길에 설 때 도움이 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지역 의료기관을 경유하지 않고, 상급병원으로 바로 옮겨야 하는 응급환자의 특징을 설명해뒀다. 최 센터장은 "가이드라인 배포 이전보다 환자 수용 여부를 놓고 응급실 의료진과 구급대원 간 마찰이 확연히 줄어든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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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상급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원활하게 만들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병원 응급실에서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옮길 때도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상급병원에서는 협진을 봐줘야 하는 진료과목 의사가 부재 중이거나,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병실 부족으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역 응급실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의학은 발전한다고 하는데 시스템은 정체된 느낌"이라며 "의료취약지역에서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옮길 때 어떻게 처치해서 이송해야 하는지 방법도 확인할 수 있는 세부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응급의료 거버넌스 필요 = 최 센터장은 "이송 가이드라인이나, 병원 간 프로토콜 등을 실현하려면 응급상황을 일률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응급의료체계를 조율하기 위해 기준을 세우고, 이를 지킬 때 보상과 불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 경남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발간한 <경상남도 지역 응급의료체계 개선방안>에는 지역 내 응급의료 관련 조직을 하나로 묶어낼 '거버넌스' 구축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역에는 △응급의료위원회 △구조·구급정책협의회 △구급지도협의회 △병원 간 전원조정협의회 등 응급의료 조직이 있지만, 중앙정부 권한이 더 강하다. 보건복지부에서 응급의료체계 개선 실행계획을 내놓으면 지방자치단체는 그 내용을 반영한 지역응급의료시행계획을 세우는 구조다. 경남도는 당직의료기관을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전환하고, 적자 보전을 돕는 등 도비를 들여 의료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이정화 경남도청 식품의약과 주무관은 "도에서도 응급의료가 취약한 부분을 행정적으로 보완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지만, 도비 예산이나 재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예산 확보에서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응급의료체계 거버넌스 구축은 위원장을 도지사 또는 부지사로 둬서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강화하고, 중앙정부로 집중된 응급의료기관 평가나 응급의료기금 편성 등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가져오자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우선이다. '경상남도 지역응급의료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있지만 조직, 인력, 예산 편성 등 관련 세부지침이 담겨 있지 않다. 경남과 강원도를 제외한 광역 자치단체 대부분은 조례안에 도지사의 책무를 명시하거나, 재정 지원과 응급 장비 관리 등의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이 마련돼 있다.

임대성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도민이 보다 나은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지역 상황을 반영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응급의료 거버넌스 구축으로 지방정부가 예산 편성부터 관리 감독, 교육 및 연구까지 수행할 권한을 가지려면 조례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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