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하반기 철수 전망
곳곳 교육기관 늘어 역할 축소
더부살이 사무공간 비워줄 처지

양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남부센터가 10년 만에 쓸쓸한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양성평등 교육기관인 진흥원 남부센터는 2011년 5월 하북면 초산리 한송예술인촌 내 한송아트홀에 문을 열었다.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양산을 '여성친화도시'로 만들겠다며 유치를 추진했다. 이후 진흥원 남부센터는 연간 1000명 이상 충남 이남권 공무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교육생 숙박·관광 등으로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하지만, 시대 상황이 변하면서 진흥원 남부센터 역할도 크게 달라졌다. 양성평등 교육기관이 드물었던 10년 전과 달리 최근 여성가족부가 거점형 지역양성평등센터를 전국 곳곳에 설치한 데다 출장 강의 방식이 늘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서 비대면 교육이 늘어나자 지난해 2월 남부센터는 공공교육부 내 남부교육팀으로 조직을 이미 축소했다. 온라인 교육은 본원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남부센터에는 상주 인원 없이 본원 직원이 일주일에 한두 차례 근무하고 있어 그 역할을 다한 셈이다.

시대 변화에 따른 교육장 폐쇄는 어쩔 수 없지만 시작 단계부터 유치 성과를 의식한 나머지 편법을 사용했다는 문제도 있다. 당시 양산시는 진흥원을 유치하고자 독립적인 건물 대신 한송예술인촌 종합전시동(현 한송아트홀)에 남부센터를 설치하고 전시·교육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1999년 착공한 예술인촌 조성 사업이 10년 넘게 뚜렷한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내버려진 전시동 건물을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한송예술인협회가 아트홀 준공을 최근 시와 협의하면서 진흥원은 사무공간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감사원은 남부센터 사무공간이 한송예술인촌에 있는 것이 '터 용도(유원지)와 맞지 않는 교육 시설은 불법 사용'이라고 지난해 12월 지적하면서 가뜩이나 역할이 쪼그라든 진흥원이 양산에 남을 이유도 사라졌다. 진흥원은 양산에 별도 사무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 없이 이르면 하반기에 센터를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겠다며 편법까지 동원해 국가기관을 유치하고 성과를 자랑했던 양산시 역시 떠나는 진흥원을 붙잡을 수도 내버려둘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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