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열 열사 추모벽 문구 논란
3·15사업회 "공론화 필요"반발
김주열사업회 "큰 틀은 3·15"
주도권 다툼으로 비칠 우려도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 동상 옆 부조벽 문구에 새겨진 '4·11 민주항쟁'이라는 명칭을 두고 3·15의거기념사업회가 반발하고 있다. 시 예산이 들어간 시설물에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논란의 성격과 각 단체 주장, 외부 시선을 정리했다. 

◇엇갈리는 양측 견해 = 김장희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은 "4·11 민주항쟁이라는 개념은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에서밖에 쓰지 않는 데다, 3·15의거를 반토막내는 역사 왜곡에 가깝다"라며 "논쟁의 여지조차 없다고 판단해 창원시에만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 해석의 자유가 있어도, 공공시설에 그 해석을 쓰려면 공론화 과정을 선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가 이전부터 4·11 민주항쟁 기념 및 김주열열사 추모식'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어왔고, 역대 3·15의기념사업회장들이 참석하긴 했다"라면서도 "이는 단지, 김주열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혔다.

▲ 지난달 3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에 들어선 동상과 부조벽. 부조벽에는 '4·11 민주항쟁'이라는 문구가 수 차례 등장한다.  /이창우 기자
▲ 지난달 3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에 들어선 동상과 부조벽. 부조벽에는 '4·11 민주항쟁'이라는 문구가 수 차례 등장한다. /이창우 기자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측은 오히려 역사적 해석이 깊어지는 과정이라는 견해다. 김영만 상임고문은 "명칭이 주는 인식적 제한 때문에 4월 11일 이후의 항쟁 과정을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았고, 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자는 생각으로 새 명칭을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고문은 "3·15의거 의미를 반토막내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라며 "오히려 3·15의거기념사업회가 '3·15의거'라는 큰 틀 안에서 '4·11 민주항쟁'의 의미를 부각해 준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론화 과정이 진행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3·15기념사업회가 주도해 설치한 학생참가기념비문 내용에는 '3·15의거 주인공은 학생이었다'라는 설명이 있다"라며 "비학생·노동자 참여자들도 많았던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았지만, 다른 단체 자문 과정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계 등에서 불만이 있었지만, 각각의 기념사업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받아들였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여론도 우려 = 지역 여론은 이번 논란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해석 갈등의 틀을 넘어, 두 단체 간 주도권 다툼으로 비칠 여지가 있어서다. 3·15의거기념사업회는 지난해 10월 3·15의거 60주년 학술 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에 관한 중립적인 지역 인사들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당시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는 "동일한 사건을 계승·기념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며 "그 독자성을 인정하면서 서로 연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주형 경남대 교수 역시 "시가 논란을 예상하지 못한 채 사업을 진행한 점은 비판할 수 있지만, 새로운 해석을 벽에 새긴 일 자체를 문제로 보긴 어렵다"라며 "역사는 계속 다시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왜 틀렸는지 논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성기 경남대 교수는 "1·2차 의거를 모두 포함한 3·15의거의 정의는 역사교과서·국가기념일·특별법 제정이라는 일관된 흐름 속에서 공인돼 왔다"라며 "이러한 과정을 무시한 새로운 해석을 시민들에게 강요하는 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서익진 경남대 교수는 "같은 민주화운동을 두 단체가 기념하고 있는 현실, 단체 간 해석 갈등을 보는 시민들은 공감하기 힘들 것"이라며 "양측 사업회가 명칭을 병기하는 식으로 배려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3월 15일과 4월 11일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명칭을 고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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