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찰과 업무 구분 불명확
조례로 기초지자체 권한 부여
주민자치회 등과 협력 강화를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된 지 한 달이 됐다. 하지만 일선 경찰은 아직 제도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자치경찰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도지사 공백에 따른 우려도 없지 않아 앞으로 사업 예산 확보 등에는 경남도와 도의회 협조가 절실해 보인다.

경남도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 6월 30일 '더 가까운 자치경찰! 더 안전한 경남도민!'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7월 1일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을 맞았다. 자치경찰제도는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경찰사무를 자치경찰사무로 규정하고, 도지사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인 도자치경찰위원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도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제도다. 생활안전·교통·경비 등 자치경찰사무의 구체적 범위는 지난 5월 시행된 '경상남도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에 명시돼 있다.

현장에서는 자치경찰제 안착까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업무가 명확히 구분이 안 돼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지구대 경찰은 "정책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현재 업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지구대나 파출소도 국가경찰, 자치경찰 사무를 예전처럼 처리하고 있어 시스템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가 성공하려면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 주민자치회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과거 지구대장을 맡았던 한 경찰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데 지구대와 파출소 역할이 크다. 예산을 뒷받침해 일선 경찰이 주민들과 더 만나도록 해야 한다"면서 "조례 개정을 통해 주민자치 조직에 경찰이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고 말했다.

박형석 경남경찰청 직장협의회 24개 회장단 대표(경남연합회장)는 "일선 경찰서는 주민 편의와 복지를 위해 기초지자체와 가깝게 움직인다.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관건"이라며 "경남은 광역지자체 조례를 시행 중이지만, 기초지자체에도 권한을 부여해야 자치경찰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들어달라고 요구했는데, 자치경찰위원회도 어떤 모델을 세울지 많은 궁리를 하고 있다"며 "직장협의회 주관으로 마련한 자치경찰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도의원과 간담회에서 자치경찰제 안착을 위한 토론회 등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경남도자치경찰위원회 1호 사업인 '집에서 학교까지 안전한, 어린이 통학로 조성사업'은 기본 계획을 세웠다. 김현태 위원장은 "그동안 사업이 학교 앞 건널목 등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아이들이 집까지 돌아가는 과정을 살펴 도내 2379곳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며 "이를 3년 계획으로 완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8개 시군 658곳부터 시설을 개선하는데, 경남도가 이를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면 사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위원회는 내년 자치경찰제 정책을 공모한 결과 현재 50여 건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내년도 사업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다만 김경수 전 지사의 공백으로 도정 현안사업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자치경찰제 시행 역시 김 전 지사가 측면에서 지원해왔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위원회는 도지사로부터 임명을 받지만, 독립된 기구로서 사무를 수행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예산 배정이나 파견 공무원 증원 문제는 지원이 필요해 도지사에게 협의를 부탁해왔다"면서 "사업 계획 등과 관련해 도지사 지휘와 감독을 받지 않아 영향이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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