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숫자 병적 집착은 버리고
방역·백신 사회적 합의 추구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언젠가는 반드시 감염될 것이라면 따뜻하고 습도가 높아서 호흡 점막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여름에 감염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1년 전 2.5%였던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률은 아직도 1% 이상으로 보이지만 최근 6개월만 떼어놓고 보면 대략 0.6% 정도다. 고령층에서는 사망률이 20% 정도로 높았지만 젊은 층으로 갈수록 점점 낮아져서 건강한 20대 이하에서는 아예 없었다.

백신은 대부분 그렇듯이 10만 명당 몇 명꼴로 심각한 신경염이나 심근염, 심낭염 또는 혈전증 같은 부작용이 있다.

지난달에는 건강한 20대 병사가 심근염으로 사망했고, 최근에 당국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했다.

한 달 전 기초의학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인구학적 연구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젊은이들의 희생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연구원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유행시기 1년간의 사망 통계 연구 결과는 초과 사망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예측 대비 1638명 사망이 감소했다. 하지만 연령대 비교는 20~34세에서 예측 대비 15.4% 초과 사망했다.

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죽지 않을 젊은 층에서 사망률이 높아졌을까? 노인 사망률이 낮아진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혹시나 이것이 젊은이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부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지 생각해보자.

지금까지의 방역당국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감염병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는 충분히 조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인과 고령자 위주로 원하는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이 진행되었으므로 달라져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영업을 제한하는데도 신중해야 하고 젊은 사람들이 쓸데없이 돌아다닌다는 비난도 자제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요양시설이나 자택을 방문하면서 노인 환자들을 장기간 진료한 경험이 있는 나는 독감이 유행할 때 80대 노인 20% 정도가 한 계절에 돌아가시는 것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고령층에서는 단순한 감기라도 쉽게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연일 확진자 수 증가에 난리가 난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이 몰두하는 문제가 크게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감염내과나 호흡기내과 의사가 만나는 코로나19 환자는 전체 확진자 중에서 증상이 심각한 2% 정도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나머지 98%는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2주 만에 스스로 낫는다.

이제는 테크노크라시(기술자 중심적 권한 행사)를 경계하고 사회적 합의를 추구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방역을 개인 차원으로 맡기고 확진자가 나와도 학교나 직장을 봉쇄하지 않는 북유럽의 대처방식이 어떤가? 30세 이상 성인 중에서 원하는 사람만 모두 백신 접종이 완료된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하고, 20대 이하는 기저질환이나 고위험군에게만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것이 어떨까?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이 확진자 비난이다. 확진자를 비난하지 말자. 더 이상 동선을 추적하지 말자.

젊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아픈 것보다 방문지 추적이나 직장 폐쇄 같은 조치로 받게 될 비난이다.

매일 확진자 숫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병적 집착을 버리자. 고령자와 위중증 환자 치료에 대비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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