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매달 1000만 원 손실
"관객 75% 줄면서 운영 직격탄"
임대료 등 창원시에 지원 호소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6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온 경남 유일의 독립영화 상영관 씨네아트 리좀이 5일 휴관에 들어간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적자가 누적돼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재정 문제로 잠정 휴관 절차를 밟게 된 201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씨네아트 리좀 하효선 대표는 1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리좀 운영 과정에서 지금까지 2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누적된 상황이다. 매달 1000만 원씩 적자가 추가로 쌓이고 있는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휴관을 하더라도 공간 임대료와 디지털 시네마 패키지(DCP·Digital Cinema Package) 영사기, 프린터, 포스기, 정수기 등 장비 임대료는 계속 발생한다.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휴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에스빠스 리좀협동조합은 '사회적기업'이라는 테두리에서 인건비를 시에서 일부 지원받아왔다. 하지만 눈에 띄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며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영화관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라고 덧붙였다.

씨네아트 리좀은 6년 전 마산 지역 도시재생과 문화예술 육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관이다. 경남지역에 독립·예술 영화 전용관이 한 곳도 없던 2015년 12월 창동에 둥지를 틀었다. '리좀'이란 이름은 땅속줄기 식물을 가리키는 식물학 용어로 "창의적이고 다원적인 형태로 운영해 나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21년간 프랑스 유학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마산에 정착한 하 대표는 2015년부터 리좀 대표로 일하며 영화관을 운영 중이다. 올해로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리좀을 이끌고 있다.

리좀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개관 이후 리좀에서 상영된 영화는 연간 320여 편이다. 상영 횟수는 2055회에 달한다. 씨네아트 리좀의 상영 편수는 경남 전체 상영 영화의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단일 상영관을 가진 단관 영화관 중에서는 전국 최다 규모에 해당한다.

하 대표는 "코로나 이전만 해도 진주, 밀양, 사천 등지에서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 관객 75%가 줄어들었다"며 "예술영화관의 주 수입원인 관람료가 감소하면서 적자가 커졌고, 사회적기업으로나마 지탱해 보려던 지역 예술·독립 영화 전용관의 존립은 코로나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고 한탄했다.

리좀은 영화 상영뿐 아니라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과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함께한 '창원민주영화제'를 열어왔다. 지난해에는 '저널리즘다큐 그리고 디케(정의의 여신)'라는 주제로 언론계와 법조계, 여성계 실태를 조명하는 영화 27편을 64회에 걸쳐 상영했다. 11명의 내빈을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경남 출신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등 13명이 강사로 나선 영화학 강의 제공 프로그램 '리좀영화교실'을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열어 시민들과 함께했다. 수업이 열릴 때마다 청강 가능 인원 20명 중 시민 15명이 강의를 수강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하 대표는 인구 330만 명에 달하는 경남에 있는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은 여전히 리좀 하나라는 점,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리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 대한 희망 사항을 드러냈다.

그는 "영사기 임대료를 시로부터 지난 3년간 연간 5000만 원씩 받아왔는데, 지난해 지원이 끊겼다"며 "지자체가 다시 임대료를 제공해 어려운 점을 채워준다면 영화관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수익으로 보면 보잘것없는 기업이지만, 예술영화관으로서 다져온 리좀의 입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경남에서 상영된 전체 영화 상영 편수 중 23%가 리좀에서 상영되었다는 점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좀을 지키려는 이유를 두고 하 대표는 "지난 6년간 전력을 다해서 운영해온 곳이다. 새로운 영상 시대가 도래한 지금 차세대를 위한 예술·독립 영화전용관 확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며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휴관에서 폐관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예술영화관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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