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신분으로 동료 병사 앞에서 상관인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 군인의 상관인데, 어떤 이유로 죄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을까.

창원지방법원 형사3-2부(윤성열·김기풍·장재용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상관모욕·폭행 혐의로 기소된 ㄱ(25)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1심 재판부는 ㄱ 씨에게 폭행 혐의로 벌금 30만 원을 선고하고, 상관모욕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ㄱ 씨는 경기도에 있는 한 군부대 흡연장에서 한 상병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같은 계급인 상병 3명이 듣는 가운데 욕설과 함께 "문재인은 정치를 너무 못한다"고 말하고, 생활관에서 뉴스 시청 도중 문 대통령이 대북 지원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동기 상병들이 듣는 가운데 역시 욕설과 함께 "저건 완전 빨갱이 아니냐? 완전히 미친○○"라고 말하는 등 2019년 1월부터 7월 사이 3차례에 걸쳐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다. 또 ㄱ 씨는 아침 점호에 늦어 진술서 작성을 지시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다른 상병이 듣는 가운데 상관인 한 중사를 3차례 모욕한 혐의도 받았다. ㄱ 씨는 2019년 7월 2일 오후 9시께 부대 흡연장에서 한 병장과 말다툼을 하다가 얼굴을 때리고 바닥에서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군형법을 보면 문서, 도안이나 그림, 나무·돌·쇠붙이·흙 등으로 만든 형상을 공개적으로 올려 알리거나 연설 또는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뚜렷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형을 내린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을 두고 상관모욕죄가 적용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모든 국민에게는 언론·출판의 자유가 있다'는 헌법을 들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하는 점,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지위뿐만 아니라 정치적 헌법기관 또는 정치인으로서 지위를 겸유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에 대한 상관모욕죄 적용은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상관모욕죄는 사적 대화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이 사건은 흡연장, 생활관, 행정반 앞 복도에서 3명 이내 동기나 같은 계급자들이 듣는 가운데 대통령이나 중사를 욕했다는 것인데, 피고인 생활공간이 부대 내로 제한된 점을 고려할 때 일과시간 밖의 사적 대화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짚었다.

이에 검사는 "군형법상 상관모욕죄 입법 취지, 남북한 대치 상태와 그에 따른 군 조직 특수성"을 거론하면서 "원심 판결은 상관모욕죄 구성 요건과 적용 범위를 자의적으로 협소하게 해석"했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발언 당시 전파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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