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목 받은 봉준호 감독 작품
짜파구리·저택·대사·혐오·젠더 등
저마다 방식으로 분석한 논평 묶어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홍보 영상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과감하게 노출한 작품이다. 빈부 격차 심화라는 사회문제를 영화 속에 녹여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K자형 양극화' 심화로 상류층에 기생해 살아가는 가족을 소재로 해 한국 사회 계급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영화 <기생충>을 7개 시선에서 논평한 책 <일곱 시선으로 들여다본 기생충의 미학>은 미술사·건축미학·인류학·영화학·문학적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한다. 교수 7명이 함께하는 모임 '아시아 미 탐험대'가 저마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기생충이 보여주는 화면은 즉물적인 아름다움과 그다지 직결되지 않는다. 반지하와 저택으로 대표되듯 이 영화가 다루는 현실은 씁쓸함 그 자체다. 그래서 분석 대상은 현실이 아니라 봉 감독이 현실을 어떻게 스크린에 재현했는가에 맞춰졌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영화를 파헤친 탐험대원들의 시선이 차곡차곡 펼쳐진다.

양세욱 인제대 교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로 본 영화 미학을 주제로 글을 풀어낸다. 음식이 상징하는 것과 그것을 먹는 행위를 사회문화적으로 살펴본다. 기생충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식에 주목하며 영화 미학을 음식 미학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최경원 성균관대 교수는 영화에 묘사된 공간과 디자인에 주목한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미학이 주제다. 그는 저택의 양적 차이를 넘어 조형예술의 미적 감각 차원에서도 빈부 격차 심화를 영화가 보여준다는 사실을 찾아낸다. 한국 상류층의 미니멀하고 개방적인 미의식이 영화에서 잘 드러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영훈 이화여대 교수는 영화 속 디테일에 초점을 맞췄다. 짜파구리에 얹힌 채끝살은 미각의 계급화를 나타낸다고 평가한다. 기택(송강호) 가족이 공유하는 퀴퀴한 냄새는 박 사장(이선균) 가족에게 옮겨가지 않으며, 배경 음악은 어둡고 희망찬 음악으로 시작해 절망적인 음악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 영화 <기생충> 스틸컷. /갈무리
▲ 영화 <기생충> 스틸컷. /갈무리

장진성 서울대 교수는 영화 속에 발화되는 '상징적이다'라는 대사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산수경석은 군자의 인품이나 도덕성·장수를 상징하는 것이지만, 기생충에서는 기존과 다른 상징으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영화 속 상징 변화를 찾아냄으로써 아름다움과 추함에는 경계가 없고 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아름다움과 추함에 경계가 없다는 인식은 최기숙 연세대 교수 글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영화의 핵심 감성인 혐오에 주목한다. 혐오 감정이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까지 이어지는지 분석한다.

강태웅 광운대 교수는 하녀 이야기와 비교한다. 저택에 들어간 하녀가 자신과 신분이 다른 주인 가족과 부닥치는 하녀 이야기가 기생충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이 아니라 가족 간 대립한다는 점에서 서구인들이 이를 아시아적으로 받아들여 관심을 끌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는 영화 속 여성에 집중한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남성은 한국 자본주의와 밀접하게 결부된 모습을 보이지만, 남성 사이에는 계급 위계가 확연하고 넘어설 수 없는 경계가 존재한다고 평가한다. 반면, 여성은 이러한 경계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남성 중심주의와 계급주의가 가져오는 방향성까지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강태웅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인류 고전이라 불리는 대부분 작품이 그 나라, 그 시대의 행복과 즐거움보다는 고충과 고민을 그려내고 있다"면서도 "기생충이 한국 관객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향토색 짙은 작품인 동시에 세계인이 감동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영화"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문화 그리고 아시아 문화가 세계에 그 존재감을 알렸다"며 "이 책을 통해 아시아의 미를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해문집 펴냄. 288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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