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집콕 한가위'콕 집은 명작과 함께
공동체 온기 남아 있는 동네
'정희네'로 모인 이웃들 훈훈
2018년 3월부터 tvN에서 방영된 <나의 아저씨>는 3년이 지나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다. 다시 볼 때마다 곱씹을 만한 대사가 많다. 비루한 삶은 때로는 폭력적이다. 그런 삶을 견뎌내며 살아가는 인물들은 내 모습이면서 어쩌면 평범한 이웃들의 일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위안받게 된다. "다들 그렇게 살아"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누군가 말해준다면 나도 모르게 꺽꺽거리며 울음보를 터트릴 수 있다.
드라마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정희네'이다. 슈퍼문(Super moon)이 유난히 더 크게 보이는 달동네와 멀지 않은 도시 변두리에 있는 작은 동네 술집. 박상훈·동훈·기훈 세 형제가 태어나고 자란 '후계동'에 있다. 이곳에는 형제애와 자매애로 똘똘 뭉친 이웃들이 있다. 주인 없는 가게에서 손님은 알아서 술과 안주를 꺼내 먹고 직접 계산해 금고에 돈을 넣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정희네는 후계조기축구회 공식 뒤풀이 장소이기도 하다. 세 형제가 속한 후계조기축구회는 별 볼일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든든한 울타리다. 동훈이 싸워서 다쳤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검은 롱점퍼의 조기축구회 단체복을 입은 형·동생들이 우르르 쫓아 달려나가 동네를 휘젓는 장면은 유쾌하면서도 뭉클하다.
세상 기댈 데라고 없는 지안에게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인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장례식장에서 그 곁을 지켜준 이들도 후계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을 넘어 또 하나의 가족이 되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는 후계동, 그곳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정희네가 그리워 드라마를 다시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