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육성 방법 마련해
청년·은퇴자 유입 끌어내야
회원사와 공동 연구개발 목표

한국 제조업은 대기업이 큰 공장을 세워 완성품을 조립하고, 주변에 있는 협력사들이 필요한 부품을 납품하는 형태가 특징이다. 1974년 조성된 창원국가산업단지에는 두산중공업,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비롯해 27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특히 기계산업 관련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다.

창원산단은 근 50년간 우리나라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 창원산단 입주 기업도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이런 흐름 속에 2018년 3월 30일 '창원산단 미래경영자클럽'이 결성됐다. 지난달 28일 김도형 (48) 미래경영자클럽 회장을 그가 경영하고 있는 'EMT·㈜이엠텍(이하 이엠티)'에서 만났다. 2세 경영인들의 고민 등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경제학도'에서 중소기업 대표로 = 김 회장은 회사를 물려받지 않고, 아버지 회사에서 개발 중이던 '토목용 기자재'를 연결고리로 삼아 2002년 4월부터 이엠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엠티는 현재 토목 기자재를 비롯해 농기계 부품, 중장비, 중전기 부품(차단기와 변압기에 들어가는 부품), 초고압 밸브 등 가공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원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97년 12월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에 놓이면서 진로는 '급변경' 됐다고 했다.

"아버지가 1983년 창원에서 다니시던 직장에서 나와 삼성, 현대 등 대기업에 중장비 부품을 납품하는 사업을 하셨습니다. 사업이 잘 풀리는가 싶었는데,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큰 기업마저 쓰러지기 시작하면서 아버지 회사도 어려워졌습니다. 대학원 다닐 때 방학 때마다 조금씩 도와드리긴 했는데, 결국 회사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습니다. 사업에 대한 아쉬움을 비롯해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아버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한 아쉬움 등이 이엠티를 운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창원산단 미래경영자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60개 회원사 30~40대 2세 경영인들이 혁신역량과 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 김도형 창원국가산단 미래경영자클럽 회장 겸 이엠티(EMT) 대표가 지난달 28일 창원 팔룡동 이엠티 사무실에서 산업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김도형 창원국가산단 미래경영자클럽 회장 겸 이엠티(EMT) 대표가 지난달 28일 창원 팔룡동 이엠티 사무실에서 산업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김 회장은 미경클의 장점으로 "무엇보다 2세 경영인들이 함께 제조업 공통분모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공감대 형성이 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만 수그러들면 뜻맞는 미경클 회원들과 연구개발(R&D)을 함께 진행해 '협동화 로봇'을 개발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기술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인구의 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처럼 바뀌는 패러다임 변화를 미경클 회원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뿌리산업 무너지면 대기업도 어려워져" = 그렇다면 창원산단 2세 경영인들의 고민은 뭘까.

"전통적인 제조업 방식에서 어떻게 하면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적용 등 4차 산업전환기를 잘 적응해내느냐입니다. 자본이나 인력,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기업은 산업전환이 용이하지만, '다품종 소량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산업전환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막막함을 느끼는 회원들이 많습니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뿌리가 튼튼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김 회장은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소기업,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유지돼야 하는데, 지금 이러한 선순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엠티가 있는 제3아파트형공장만 해도 50개 회사가 있는데, 젊은 경영인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풍부한 젊은 세대가 들어오지 않으면 대기업도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모두가 부담을 떠안는 '전체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중소기업은 그나마 버티는 힘이 됐던 외국인 노동자들마저 코로나19로 새로 들어오지 못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건강한 산업생태계는 자율 경쟁만으로는 형성되지 않는다. 정부가 대기업, 중견기업 위주가 아닌 뿌리산업에 대한 확고한 정책과 의지를 갖추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청년들이 중소기업 일자리에도 눈길을 돌릴 수 있도록 더 과감한 지원을 해주고, 평균 수명이 길어진 만큼 대기업,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다 은퇴하신 분들도 다시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 정비를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자부심을 지닌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가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헌신적으로 일하고,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하는 걸 인정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 하면 힘든 일터가 아닌 젊은 사람들도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그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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