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5년간 675명 무연고 사망
창원·양산·김해 등 도시에 집중
시신 인수 거부·기피 67% 달해
도내 4곳만 공영장례 조례 제정

경남에서도 무연고 사망자가 매년 증가세를 보여 최근 5년간 시군별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로 취합했다. 지역별로 보면 무연고 사망자는 창원, 양산, 김해 등 도시에서 주로 발생했다. 특히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피하는 사례가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연고자와 저소득층에 장례 비용 등을 지원하는 공영장례 지원 조례가 경남에도 생겼다. 시군에서도 고인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신 인수 거부·기피 많아 = 2017년부터 2021년(9월 초 기준)까지 경남 시군별 무연고 사망자 현황을 보니 모두 675명(남성 493명·여성 162명·알 수 없음 20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성(73%)이 여성(24%)보다 많았다.

무연고 시신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거나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시신을 말한다. 지난 5년간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사례는 32.6%(220명)였다. 반면 연고자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사례는 그보다 2배가 넘는 67.4%(455명)였다.

시군별로 보면 창원(179명), 양산(113명), 김해(102명)가 무연고 사망자 100명을 넘겼다. 밀양(54명), 거제(47명), 통영(38명), 창녕(31명), 사천(26명), 진주(22명), 고성(13명), 함안(12명), 거창(10명), 남해·합천·하동·산청(각 5명), 함양·의령(각 4명)이 뒤를 이었다. 의령은 4명 모두 올해 확인된 사례다.

이와 관련해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고자와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가 진행된다. 여성가족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11개 관계부처는 지난 7월 말 인구 감소 대응책 중 하나로 1인 가구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독사예방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실태조사를 해야 하는데, 성별·나이·학력·혼인과 취업 상태 등을 포함해 주거·생활 여건,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 등 고독사 위험 요인이 조사 내용에 포함된다.

◇공영장례 인식 확산해야 = 고령화와 무연고 사망자 증가 등 영향으로 지난 8월 경상남도 공영장례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공영장례'는 연고자 등이 빈소를 마련하고 추모 의식이나 장례식을 포함한 장례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연고 사망자, 장제급여 수급자, 고독사로 시장·군수·마을공동체·민간자원 등이 장례를 치르는 경우 등이 대상이다.

조례는 내년 2월 7일 시행되지만, 경남은 아직 '공영장례' 인식이 확산하지 못한 실정이다. 경남도와 마찬가지로 공영장례 지원 조례를 둔 도내 기초자치단체는 김해, 밀양, 의령, 양산 등 4곳뿐이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을 보면 전국 56개 광역·기초자치단체가 공영장례 지원 조례를 두고 있다.

경남도는 공영장례 기본 방향과 수요, 공설장례식장 설치·운영 방안, 재원조달 방안 등을 담는 '공영장례 지원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도 노인복지과는 이 지원계획을 경상남도 장사시설 수급 중장기계획(2023~2027)과 함께 마련하고 있다. 다만 공영장례 지원을 받으려는 연고자 등은 서면으로 도지사에게 신청해야 하는데, 연고자가 없을 때 누가 이를 대신하고 그 절차는 어떻게 마련할지 등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또 도지사는 공영장례 지원 업무 일부를 시장·군수에게 위임할 수 있는데, 이는 도와 시군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례를 발의한 심상동(더불어민주당·창원12) 도의원은 "자녀가 있더라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혼자 지내는 어른이 있고 자녀가 부모를 찾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코로나 이후 악화했고 그 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경남도 차원 공영장례 토대를 만들었고, 앞으로 기초지자체에서 이를 뒷받침하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장례를 못 치르는 사례는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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