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사업 안전한 통학로 조성
내년 시민안전연구단 등 추진
인사권·안정적 재원 확보 숙제

경남에서 자치경찰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경남도자치경찰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5월 10일 출범했고, 이후 7월 1일 제도 시행에 맞춰 '더 가까운 자치경찰! 더 안전한 경남도민!'이라는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여성 위원이 0명인 점, 법적으로 인사와 재정 권한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점 등으로 출범 당시 쓴소리와 우려를 들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자치경찰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지, 현장 경찰이나 도민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때입니다. 김현태(69) 경남도자치경찰위원장을 만나 100일간 성과와 앞으로 과제를 들어봤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25일 전국 18개 시도 자치경찰위원장이 구성한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뽑혀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여성 다수 전문위원회 구성 = 초기 위원회 구성부터 되짚었다. 여성이 1명도 포함되지 못한 까닭이 있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을 보면 자치경찰위원 7명은 추천권이 분산돼 있다. 도의회 2명, 국가경찰위원회 1명, 도교육감 1명, 위원추천위원회 2명, 도지사 1명이다.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인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위원 추천권을 분산했는데, 조정할 사람이 없었다. 추천이 끝나면 도지사는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처럼 여성이 한 명도 없거나 1명, 2명, 3명 등 여러 모습이 나왔다."

경찰법에 따라 위원은 특정 성이 60%를 넘지 않도록 하고, 1명은 인권 전문가가 임명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후 김 위원장은 정부에 법 개정을 계속 요청했고, 위원회 내부에서 보완 작업을 했다. "위원 추천 과정에서 조정 기간을 두거나 2명을 추천하는 기관에서 남녀 1 대 1 비율로 추천하면 여성이 최소 2명 확보된다. 또 어떤 기관에서는 인권 전문가를 위촉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자문기구로 전문위원회를 꾸렸는데, 전체 9명 가운데 6명이 여성이고 대부분 시민단체에서 10년 이상 활동해온 인권 전문가다. 전문위원들이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자치경찰 사무에 관해 위원회가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여성, 아동, 노년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이 자치경찰 주된 사무 중 하나다."

▲ 김현태 경남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이 6일 오전 경남무역회관 내 경남자치경찰위원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
▲ 김현태 경남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이 6일 오전 경남무역회관 내 경남자치경찰위원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

위원회 1호 사업인 '집에서 학교까지 안전한, 어린이 통학로 조성사업'은 올해부터 3년간 진행된다. 먼저 경남에서 교통안전시설을 개선하거나 새로 설치할 2400여 곳을 파악했다. "시군, 경찰서, 교육지원청, 도로교통공단 등 4개 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했다. 첫해는 발굴 단계, 내년은 확장 단계, 마지막 해는 정착 단계다. 매년 교통사고를 10%씩 줄여나가 최종 30% 이상 줄이자는 목표를 세웠다. 경찰이 단속·지도활동과 함께 안전시설 설치 장소를 물색하고, 시군이 사업을 시행하고, 교육지원청은 교육·홍보활동을 하게 된다. 올해는 남은 시기가 짧아 20억 원 정도를 확보해 시군별로 배분하는데, 680여 곳이 대상이다."

위원회는 내년에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안전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리빙랩 시민안전연구단', 퇴직 경찰이나 경력이 있는 전문가가 홀로 사는 노인을 보살피고 우범지역을 돌아보는 '마을안전지킴이' 등 새로운 시범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전국 첫 '시군 실무협의회' 시도 = 위원회는 지난 7∼8월 18개 시군, 23개 경찰서, 18개 교육지원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시군 간담회'를 진행했고, 현재 18개 시군을 돌며 '찾아가는 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 같은 시군 간담회는 결국 '시군 단위 시민 참여형 실무협의회'를 꾸리려고 마련했다.

"실무협의회를 구성하려면 시장·군수, 경찰서장, 교육장 등 기관장 의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시민단체까지 네 주체가 자치경찰제 사무에 관해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전한 통학로 조성사업을 예로 들면, 도로를 개선할 때 교통의 수월성을 주로 생각하는 기관이 있고,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기관이 있다. 서로 보는 각도가 다르지만, 협업하면서 목적을 동시에 이루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행정도 효율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치경찰제는 자치행정에 경찰행정을 접목하는 것"이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자치경찰제가 성공하면 지방자치가 완성되는 것이다. 실무협의회도 꾸준하게 협업 체계가 구축되도록 하나의 상시 기구로 활동해야 한다. 시군 단위 실무협의회 구성은 경남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다. 나중에 우수사례로 행정안전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시군 방문은 기초자치단체와 협업을 이어가는 방안인데, 현장 경찰과 괴리감을 좁히고자 김 위원장은 지구대와 파출소도 찾고 있다. "법은 위원회를 기초자치단체 단위가 아니라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구성하도록 해놓았고, 시군 단위 조항이 하나도 없다. 또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은 국가경찰 신분이면서 사실상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도경찰청 자치경찰 사무를 지도·감독하는 위원회는 이들을 지도·감독할 법적 권한은 없다. 그렇지만 계속 지구대와 파출소 방문을 진행하고 있고, 이번 주에는 2∼3회 야간 지구대 현장체험을 하기로 했다."

▲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지난 7일 대구에서 '자치경찰제 100일 성과와 발전과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협의회는 제1회 정기회도 진행했다. 김현태 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경남도자치경찰위원회
▲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지난 7일 대구에서 '자치경찰제 100일 성과와 발전과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협의회는 제1회 정기회도 진행했다. 김현태 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경남도자치경찰위원회

◇안정적인 재원 마련, 장기 과제 = 현행 자치경찰제도는 인사권과 재원 확보라는 장기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경남지역 경찰 7000명 가운데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경비 일부 등 자치경찰 사무를 직접 담당하는 경찰은 1000명인데, 실제로 자치경찰 사무를 주로 수행하는 지구대와 파출소 근무 경찰까지 포함하면 4000명이다. 하지만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은 자치경찰위 소속으로 안 돼 있다. 적어도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경찰은 도 공무원과 같은 복지 혜택을 주자는 방침이었는데,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까지 포함하면 그 예산 규모가 1억 8000만 원에서 7억 2000만 원까지 늘어난다. 도와 계속 협의해야 할 과제다. 경찰청에는 지구대와 파출소를 과거처럼 생활안전과로 옮겨달라는 요청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장으로서 부회장 4명과 함께 정부와 각 기관에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행정안전부, 경찰청,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건의하는 주요 사안은 △시군 실무협의회 구성과 각 시군 담당자 신설 △사업 확대와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한 자치경찰교부세 신설 등이다. 이 또한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일하는 경찰은 애초 파견되기 전에 있던 원소속 부서에서 근무평정을 하게 돼 있었는데, 위원회가 실질적인 근무평정권을 행사하도록 경찰청에 협조를 요청했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위원회 의견대로 근무평정을 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앞으로 법을 개정해 권한을 완전히 확보해야 하고, 승진과 징계 등 인사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경찰은 질서 유지 차원에서 소극행정을 했지만,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행정권은 확대·강화해가는 추세다. 고정된 예산이 없으면 자치단체별로 자치경찰 사무에 투입하는 예산 규모가 달라져 자치경찰 사무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차이가 나게 될 것이다.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자치경찰 사업을 내실 있게 집행할 수 있고, 재정상 독립성 확보도 가능하다. 위원회는 도지사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인데, 법에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고 돼 있다. 재정적으로 도에 예속돼 있으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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