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료원 의사 최원호 주축 / 김희영 재즈 피아니스트 이어
동료 의사 조민영 기타로 합류 / 3개월 녹음해 1집 〈지난〉 발매
"앨범 작업하면서 위안 얻어" "언젠가 의료원서 공연하고파"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마산의료원 1층에서 공연하고 싶네요."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마산의료원에서 일하는 의사 최원호(47) 씨가 주축이 된 밴드 '원더부라'가 앨범을 냈다.

지난 6일 창원시 의창구 시티세븐에 있는 '케이뮤직' 작업실에서 원더부라 3인방을 만났다. 노래 부르는 최원호를 비롯해 재즈 피아노 연주자 김희영(45)과 의사이자 기타 연주자인 조민영(37)까지 셋이 모였다.

▲ 1집 앨범 <지난>을 발매한 밴드 '원더부라'. 마산의료원 의사인 최원호(가운데)를 비롯해 재즈피아니스트 김희영(왼쪽)과 기타리스트 조민영이 함께 작업했다. /원더부라
▲ 1집 앨범 <지난>을 발매한 밴드 '원더부라'. 마산의료원 의사인 최원호(가운데)를 비롯해 재즈피아니스트 김희영(왼쪽)과 기타리스트 조민영이 함께 작업했다. /원더부라

"전쟁 반대말로 많은 사람이 평화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지인 중에 누가 그러더라고요. 전쟁의 반대는 일상이라고. 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오면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원호 씨에게 이번 앨범은 일상의 힘을 일깨우는 작업이었다. 외과 과장인 그는 코로나 환자를 보느라 수술실에 안 들어간 지 오래다. 확진자 수와 상황에 따라 일반 진료도 유동적이다.

"지치지 말자는 생각을 되뇐 것 같아요. 어느 날 집에서 애들을 재우고 거울을 보는데 문득 노래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앨범이 나오고 가장 처음으로 마산의료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CD를 돌렸어요. 전체 400명이 넘는데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부터 경비노동자까지. 잠시라도 저 때문에 웃으면 좋잖아요."

그가 의료원 동료에게 이벤트 선물처럼 준비한 앨범은 3개월 만에 녹음을 마치고 9월 30일 자로 1집이 발매됐다. 코로나19 이전에 썼던 곡들은 원호 씨가 일기장처럼 그때그때 혼자 흥얼거리거나 쓴 노랫말이다. 음악 작업실을 둔 희영 씨와 마산의사회에서 같이 밴드활동을 했던 민영 씨가 합류하면서 앨범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희영 씨는 "코로나19로 많은 음악인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는 공연한지가 언제인지 싶을 정도다"며 "앨범 작업을 하면서 위안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민영 씨는 "중3 때부터 학교밴드 활동을 하고, 대학가요제에도 나갔는데 의사가 된 지금도 기타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원호 형을 만나 실현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앨범명 <지난>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과, 지난하게 묵혀온 노래를 세상에 내보이는 순간을 뜻한다.

▲ 6일 창원 시티세븐 케이뮤직 작업실에서 만난 밴드 '원더부라'.  /박정연 기자
▲ 6일 창원 시티세븐 케이뮤직 작업실에서 만난 밴드 '원더부라'. /박정연 기자

1990년대 감성을 기억하고자 CD를 냈다. 음악은 멜론과 지니뮤직에서 '원더부라'를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팀명은 '원 더 브라더스(한 형제)'의 줄임말이다.

곡마다 기억하고픈 사람과 이야기가 담겼다.

첫 곡인 '한음이와 왈츠'는 원호 씨가 첫째 자녀인 한음이를 품에 안고 재울 때마다 불러준 노래다. '아버지의 청바지'는 어느 순간 아버지가 된 자신을 돌아보며 부친의 흔적을 떠올리는 곡이다. '돌아왔죠' 가사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 유서가 일부 담겼고, '모두의 봄으로'에는 3.15의거부터 부마항쟁을 거쳐 미얀마 투쟁까지 노랫말로 살피고 따뜻한 곡으로 완성했다.

"'아버지의 청바지'라는 곡에 '가볍지 말고 밝게'라는 노랫말이 있는데요. 제가 사춘기 시절 사고를 쳐서 아버지가 학교에 불려오셨는데, 주임 선생님의 '원호는 애가 너무 가볍다'는 이야기에 아버지가 '가벼운 게 아니라 밝은 겁니다'고 대답했다는 일화를 나중에 담임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는 코로나19를 지나 일상을 온전히 회복하면 마산의료원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간절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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