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우연히 뮤지컬 참여
떨림과 관객 환호 잊을 수 없어
선생님 권유로 연기자 꿈 키워
불안한 미래로 진로 고민 많아
친언니 응원에 용기 얻고 결심
유튜브 공부·연극부 활동 적극

우연히 오른 뮤지컬 무대는 고요한 연못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한 중학생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날 이후 배우라는 꿈을 품고 미래를 향해 정진 중인 최민서(18) 학생을 지난 8일 창원 용호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이날은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겠지만 민서 학생은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전환점 = 하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무궁무진한 중학교 2학년. 민서 학생은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시작은 가벼운 마음이었다. 축제 때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었던 민서 학생은 음악 교사 추천으로 뮤지컬을 만들어 선보이기로 했다.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당시 이슈였던 성폭력을 주제로 삼아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까지 하게 됐다.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할 때 생각이 많아지는 편이에요. 처음 뮤지컬을 할 때도 친구들에게 하겠다고는 했지만 정말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무대에 섰는데 모든 사람이 저만 쳐다보니 두려웠죠. 친구들과 연습한 대로만 하자는 마음으로 끝까지 해냈는데 그때 관객들이 저희를 향해 박수를 쳐줬어요. 그때 떨림과 환호가 좀처럼 잊히지 않더라고요."

민서 학생과 친구들의 뮤지컬을 눈여겨본 교사가 3학년 때는 학교 관련 뮤지컬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두 번째인 만큼 이번에는 더 완성도 있는 무대를 꾸며보고 싶었다. 규모가 커지니 손도 부족해졌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열정이 넘치는 민서 학생이 기특했던 교사는 아는 강사를 소개해 도움을 주기도 했다. 민서 학생은 지금도 당시 찍었던 영상을 돌려보면 보람과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 배우라는 꿈을 품고 미래를 향해 정진 중인 최민서 학생.   /김구연 기자
▲ 배우라는 꿈을 품고 미래를 향해 정진 중인 최민서 학생. /김구연 기자

◇현실과 이상 = 이렇다 내세울 만한 꿈이 없던 민서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배우를 하고 싶지만 직업으로 삼기에는 수입이 불안정해 결정을 신중히 해야 했다. 집안 경제 상황도 고려 대상의 하나였다. 세 자매를 키우느라 부모님 부담이 큰데 자신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꿈을 지지해주던 부모님도 사정이 어려워지니 '다음'을 이야기했다.

마침 함께 배우 꿈을 꾸는 친구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며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이리저리 고민해봐도 연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자신과 힘겨운 싸움에 빠졌을 때 두 살 차이 나는 언니 응원이 민서 학생을 일으켜 세웠다.

"언니 때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학원을 보내주고 그랬어요. 속상하지만 이런 현실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어요. 언니가 많은 얘기를 해줬는데 자기만 학원 다닌 게 되게 미안했나 봐요.(웃음) '네가 하고 싶은 거면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너를 믿고 해보라'라는 말에 큰 힘을 얻었어요."

올해는 언니 조언대로 스스로 학원비를 마련하고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이틀. 수업을 마치고 일을 해 번 돈은 학원비로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연기 독학 = 민서 학생은 아직 전문 학원에 다닐 수 없지만 유튜브로 연기를 공부하고, 연극부 활동으로 실전 훈련을 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훌륭한 연기 강좌가 많지만, 민서 학생이 뭘 잘하는지 뭘 잘 못하는지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갈증은 연극부 활동으로 풀어내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민서 학생과 친구 1명이 전부였던 연극부는 지금 14명까지 늘어났다.

연극부에서는 어떤 걸 연기할지 정하면 대본을 받아 분석하고, 자신에게 맡는 역할을 찾는 활동 등을 한다. 연극부 차장이기도 한 민서 학생은 준비하고 있는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해 친구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올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부원들은 쉬는 시간, 점심때 짬짬이 모여 역할을 공부하고 대본을 외우고 있다.

특히 민서 학생에게는 외부 강사인 연극부 교사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된다.

민서 학생은 "선생님 조언 중에 연기는 두려워하지 말고 뱉어야 자신이 어떻게 말하는지 알 수 있는데, 이걸 두려워하는 순간 대사를 하기 어려워진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연기가 어색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대사를 뱉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해 온라인으로 열린 창원 용호고 축제 때 선보인 인기 드라마 패러디 영상 '펜트하우스쿨' 한 장면. 최민서 학생이 참여해 열연했다.
▲ 지난해 온라인으로 열린 창원 용호고 축제 때 선보인 인기 드라마 패러디 영상 '펜트하우스쿨' 한 장면. 최민서 학생이 참여해 열연했다.

◇포기는 없다 = "어제를 후회하지 마라. 인생은 오늘의 내 안에 있고, 내일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민서 학생에게 힘든 일이 한 번에 일어났을 무렵 눈에 들어온 명언은 좌우명이 됐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다.

코로나19 시국에다 학원에 등록하지 않아 화려한 경력을 쌓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기를 향한 열망을 발산하는 민서 학생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더 많은 도전을 결심하고 있다.

민서 학생은 "돈이 모이면 내년이라도 연기 학원에 다니고 싶다"며 "연기도 분야가 다양한데 대학에서 연극영화나 뮤지컬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은 악역이다. 항상 밝고 순한 자기 이미지를 깨고 반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매번 다른 삶을 사는 '배우'를 공부하려 다른 사람 말투와 행동, 생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민서 학생에게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잖아요. 그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라도 하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어디에서나 분위기 메이커인 민서 학생. 긍정 에너지로 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99-5191-03(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지난 9월 2일 자 청소년 드림스타 이강희 의령고 3학년 학생에게 후원금 317만 2000원(BNK경남은행 특별후원금 300만 원, 일반 후원금 17만 2000원)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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