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 집행위원장
타 영화제 작품 서열화 비판 / '비경쟁'동등한 상영 강조
올해 넷플릭스 드라마 선봬 / "시대 변화 받아들여야 할 때"
거장 레오스 카락스 감독
뮤지컬 영화 〈아네트〉로 방한 / "몹시 나쁜 아빠 이야기" 소개
한국 배우 연기력 칭찬하기도

지난 6일 개막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막을 내린다. 코로나19 여파로 축소 진행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개막식과 폐막식·무대인사 등 일부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아시아 최고 국제영화제로서 축제 분위기가 되살아나는 모습이었다. 영화제 기간인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최한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연수를 통해 만난 영화인 인터뷰와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우리 목표는 칸영화제처럼 되는 게 아냐"

◇허문영 집행위원장

"'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칸국제영화제를 목표로 장기적인 비전을 설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정체기에 와있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칸의 강점을 모방하거나 보조해나가는 방식을 취해선 안 된다. 정반대 방식으로 가야 한다."

허문영(59·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해운대옛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 말이다.

허 위원장은 20년 가까이 시네마테크 프로그램 기획을 책임지다 7개월 전 집행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2년 한국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합류한 그는 시네마테크 부산 원장 등을 역임했다.

▲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9일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br /><br /><br /><br />
▲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9일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허 위원장은 '올해 영화제만의 특징을 쉽게 설명해달라'는 기자 질문에 "올해 영화제에는 탈중심성과 중심성 두 가지가 공존한다"며 "유럽 프리미어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영화제들은 가장 훌륭한 영화를 모아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칸영화제만 해도 놀라울 만큼 서열화가 심하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서열을 매기기보다는 동등한 입장에서 영화를 상영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넷플릭스 드라마를 상영하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영화와 비영화 구분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경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 보자는 취지에서 올해 처음 '온 스크린 섹션'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OTT 플랫폼에서 시작된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만큼 시대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며 "OTT 방영 드라마는 한 시즌 전 작품을 다 만들어서 한꺼번에 올린다. OTT 드라마 역시 깊이 있는 훌륭한 영화임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25년이 지난 오늘까지 부산국제영화제가 옛 콘셉트에 머물러 있다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허 위원장은 "탈중심적인 매화가 싹을 틔워서 본격적인 구현의 시기로 돌입해야 할 시기"라며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현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콕하는 동안 홍상수 영화 많이 봐"

◇거장 레오스 카락스 감독

"'아버지'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훌륭한 배우라도 따분한 배우와는 작업하고 싶지 않았다. 아담 드라이버는 처음부터 생각했던 배우다. 아담과는 마리옹 코티아르가 잘 어울릴 거로 생각했다. 아름다운 커플이었다."

신작 <아네트>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프랑스 거장 레오스 카락스(61·사진) 감독은 지난 10일 오후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네트>는 몹시 나쁜 아빠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 영화는 카락스 감독이 <홀리 모터스>(2012)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오페라 여가수 안(마리옹 코티아르)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 부부가 딸 아네트를 얻은 뒤로 심연에 빠져 파국을 맞는 과정이 그려진다. 카락스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인 <아네트>는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 영화 <아네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br /><br />
▲ 영화 <아네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카락스 감독은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스팍스가 이 프로젝트를 먼저 제안했고, 이미 15곡 노래가 완성돼 있었다. 운 좋게 작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의 영화에서 딸 아네트는 줄곧 꼭두각시 인형 형태로 등장한다. 인형이 말도 하고 무대에 서서 노래도 부른다. 영화 막바지에 접어들어서야 인간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카락스 감독은 "배우를 생각하지 않고는 프로젝트를 구상해 나가기 쉽지 않다. 영화에서 아네트는 노래를 잘하는 0~5세 여자아이인데, 그런 아기 배우를 찾지 못해서 인형을 사용했다"며 "아네트와 배우들이 감정적인 교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3D로 표현할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5살짜리가 연기와 노래를 할 수 있는 배우를 뒤늦게 찾을 수 있었고, 찾기 전까지 인형을 썼다"고 했다.

6년 만에 부산을 방문한 카락스 감독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집에 머무는 동안 믿고 볼 수 있는 영화를 즐겨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상수 감독 얘기를 꺼냈다.

그는 "믿고 볼 수 있는 훌륭한 작품만 보는 편인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많이 봤다"며 "1년에 2편씩 다작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 속 배우들 이름이 다 기억나지 않지만 모두 연기를 잘하고, 매력적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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