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김해박물관 홍보용 라면
고성 농업법인과 협업해 제조
가야문화방 열리는 7곳서 증정

서기 42년 가락국 초대 국왕 수로왕이 내려왔다는 김해 구지봉 아래에 나직하게 자리한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사 특화 박물관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은 지난해 첫 특별전시 '가야만화방'전을 준비하면서 홍보물로 컵라면을 출시(?)했다. 이름은 '가야라면'. 해물맛이 난다고 '해상교역맛'이라는 참신한 부제를 더했다.

"처음부터 주된 이름은 가야라면이었습니다. 시중에 '신라면'이 있으니 '가야면'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가야라면이 발음은 더 나은 듯해 정했습니다." 가야라면을 처음 구상한 이성현(37) 국립김해박물관 홍보 주무관이 설명했다.

홍보물이라 시중에서 판매하지 않는 까닭에, 올해는 봉지라면 '가야라면'을 새로 내놨다는 소식을 온라인에서 우연히 듣고는 냉큼 박물관을 찾았다. 15일 마주한 이 주무관에게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건넸다. "결재가 쉽게 떨어졌나요?"

"의사 결정 과정이 소박합니다. 실장님과 관장님, 두 분 결재만 받으면 되거든요. 실장님이 음식에 관심이 많으시고, 예전에 국립진주박물관 계실 때 비격진천뢰(조선 중기 화기) 전시를 하면서 포탄 모양 초콜릿을 만들어 나눠주기도 하셨습니다. 관장님도 흔쾌히 받아주셨고요."

역시, 죽이 맞았던 결과였다.

아무렴, 박물관 사람들은 '덕업일치(관심사와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신조어)'에 꼭 들어맞으니까. "박물관 특성이기도 한데, 유물 덕후가 많아서 여러 시도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선임 학예사는 갑옷을 좋아해서 전시도 갑옷을 주제로 하고요."

구상과 결재까지는 빨리 끝냈지만, 제조는 다른 차원이었다.

▲ 15일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이성현 홍보 주무관이 최근 선보인 홍보물 '가야라면'을 들고 있다.  /최환석 기자
▲ 15일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이성현 홍보 주무관이 최근 선보인 홍보물 '가야라면'을 들고 있다. /최환석 기자

"지역에는 따로 행사용 라면을 제조하는 업체가 없어서 범위를 넓혀 찾다가 연결이 됐습니다. 다행히 구상과 맞는 라면을 제조하는 곳이어서 잘 만들었습니다. 제품 도안은 제2회 가야웹툰 공모전 대상 수상자에게 의뢰했습니다." 나름 지역 연관성도 있다. 제조원이 고성에 있는 농업회사법인이다.

맛은 어떨까. "이번 가야라면은 작년 것보다 더 맵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저는 예전 안성탕면 맛에 가까운 듯합니다. 내년에도 만든다면 아예 다른 맛이면 좋을 듯한데…. 불닭볶음면처럼 매운 '가야멸망맛'이라든지, 허왕후와 인도에서 착안한 카레맛 라면이라든지…."

국립김해박물관이 유쾌한 시도를 하는 까닭은 사뭇 진지하다. 박물관 문턱을 낮춰 가야를, 국립김해박물관을 더 널리 알리겠다는 마음이다. "개관 만 23년이면 박물관이 성숙기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간 가야를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어떻게든 박물관 문턱을 낮춰서 시민에게 국립김해박물관이 여기 있다고, 가야를 알리려는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박물관도 잠시 쉬어야 했다. 코로나 이후 박물관 미래는 어떻게 변하고, 변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나 말도 쏟아졌다. "그럼에도, 국립박물관이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문화를 보존하고, 가야 문화재를 전시해 알리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그 가치만큼은 변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봉지라면으로 만든 '가야라면'은 이달 31일까지 '가야만화방'전이 열리는 7개 기관(경남대표도서관, 김해국제공항, 고성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창녕박물관, 함안 말이산 고분전시관, 합천박물관)에서 받을 수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올 하반기 열릴 '가야인, 바다에 살다'전 사전 홍보물이기도 해서 덧붙인 이름은 '해상왕국, 가야'다. 마침 "사진을 찍어SNS 같은 곳에 올리고 싶을 정도로 예쁜 홍보물"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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