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생활 무게 다 다르겠지만
각자 위치에서 오늘도 열심히

최근 한 관찰 예능에서 '독리버'라는 단어를 보고 꽤나 잘 만든 단어라는 생각을 했다. '독립+er' 또는 '獨+live+er'로 풀이가 가능한데, 둘 다 '독립하여 살아가는 사람'으로 뜻이 통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지난 5월, 임대차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18㎡짜리 방 한 칸에 짐과 몸을 들이며 나 또한 독리버가 되었다.

보증금 300만 원에 관리비 포함 월세 47만 원짜리 원룸이 있는 다세대주택 건물은 연식이 오래된 구옥이었지만, 리모델링을 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 구옥의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해 주었다. 통근 거리를 생각해 서울 시내에서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집 중 그나마 조건이 나은 편이었다는 점도 선택에 한몫을 했다.

독리버로서 일인분을 하며 살아내기 위해서는 완수해야 할 퀘스트(임무)가 생각보다 많았다.

먹고 자고 사는 데 드는 비용과 멀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가사노동을 온전히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까지, 무엇 하나 쉬운 일은 없었지만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어려운 일도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방 한 칸에서의 독립생활이 만 5개월을 다 채워갈 즈음에는 일명 '독리버 퀘스트'를 차근차근 완수해가는 스스로가 조금 대견하기까지 했다. 평소처럼 퇴근하고 돌아온 집에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천장에 달라붙은 벌레 한 마리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평소 벌레를 아주 무서워하는 축에 속하지는 않았으나, 그건 벌레 신체부위를 눈으로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거나, 벌레가 내 생활공간 안에 있지 않을 때의 기준이었다. 아쉽게도 그날 발견한 벌레는 머리와 그 외 부위가 안경을 끼지 않은 시력으로도 명확히 분간이 갈 정도였고, 하필이면 침대 바로 위 천장에 붙어있는 상태였다

떨어지진 않을까, 혹시나 갑자기 어딘가로 튀어나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벌레 퇴치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마침내 살충제에 떨어진 벌레 사체를 치웠을 때는 처음 발견한 때로부터 삼십 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뒤처리까지 말끔하게 하고 비로소 긴장이 풀리자 처음 든 생각은 '나 아직 일인분 하면서 살아내려면 멀었구나'였다.

'일인분을 하며 산다'는 말은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 능력치의 기준을 표현하기 위해 빌려온 표현이었다. 완벽하고 흠 잡을 데 없는 삶은 아닐지라도, 독립하였으니 삶이라 불리는 일상의 범위 정도는 다른 이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홀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데서 시작된 개념인 셈이다.

이 '일인분'은 사람마다 느끼는 종류도 무게도 다른 일이라, 누군가에겐 금전적 독립이라는 삶의 비용을 감당하는 일일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집안일이라는 삶의 흔적을 감당하는 일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개중에는 갑자기 튀어나온 벌레 처리하기도 '일인분'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고, 그보다 더 확실한 건, 내 또래 초보 독리버들의 '일인분 하며 살아가기' 퀘스트 목록에는 자신에게만 어려운 동시에 지극히 일상적인 어떤 일들이 상상도 못한 종류의 것들로 가득할 것이라는 점이다.

조금은 서툴고, 가끔은 혼자여서 막막해도,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위치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인분 몫을 감당하며 살아갈 독리버들의 성공적인 퀘스트 완수를 바라며, 처음 벌레 퇴치에 성공한 그날의 내가 얻은 퀘스트 보상 '작은 용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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