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드림파크서 천자봉 올라
눈에 시내·진해만 가득 담고
걷기 좋은 맨발 황톳길 지나
장복산까지 숲길 정취 만끽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해안을 따라 연결된 남파랑길 전체 90개 코스(1470㎞) 중 경남구간은 6코스부터 47코스까지 이어진다. 창원(6∼11)을 비롯해 고성(12∼13/31∼33)·통영(14∼15/28∼30)·거제(16∼27)·사천(34∼35)·남해(36∼46)·하동(47) 7개 시군을 잇는다. 창원 구간 중간쯤 되는 남파랑길 8코스를 걸었다.

산은 선물 같은 존재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산이라면, 사람보다 거미·청설모 같은 동물이 많은 산이라면, 정상 정복으로 짜릿함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산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련하게 떠오르고 힘들어도 다시 찾게 하는 존재. 어쩌면 산으로 들어가는 여정은, 선물을 찾아 떠나는 순례일지 모른다.

남파랑길 8코스에 선물 같은 산이 있다. 장복산과 진해드림파크다. 장복산은 삼한시대 장군 장복(長福)이 말 타기와 무예를 익혔다고 전해지는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산이다. 진해드림파크는 진해구청사 뒤편(장천동 산1-2번지)에 자리 잡은 195㏊ 규모 산림이다. 두 산속에 들어가니 진을 친 거미와 도토리를 든 청설모가 나무 사이를 넘나든다. 임도와 곳곳에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운동복을 차려입은 등산객과 자전거족이 굽이진 언덕길을 올라온다.

◇시작부터 오르막길…천자봉까지 깊게 또 깊게

8코스 출발지는 진해 상리마을이다. 밤이 되면 드물게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동네다. 여기서 진해드림파크로 가는 길은 대체로 가파르다. 경로당 앞 버스정류장 건널목 위로 뻗은 길목을 쭉 타고 가야 진해드림파크가 나온다. 경사도 16%가 넘는 언덕길이 길 건너편에 자리한다. 평지는 상리마을 버스정류장 앞 4차로가 유일하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라 가는 길이 험난하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경사진 임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서다. 왼쪽이고 오른쪽이고 죄다 나무만 보인다. 산림 어귀에 소나무와 잡목 등이 모여 아늑한 숲길을 이루는데, 이런 길을 35~40분가량 타면 만날 수 있는 게 진해드림파크다. 상리마을에서 드림파크 진입 능선까지는 2㎞ 거리다.

진해드림파크는 숲과 진해만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난대림 자생지 생태숲을 복원해 만든 126㏊ 규모 진해만 생태숲과 나무 생성 과정, 목재 활용 방법 등 산림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전시관,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자연생태습지 등이 그 안에 있다.

진해드림파크 산림 외곽 능선에 들어서면 천자봉 등산로가 탐방객을 맞는다. 해병대 행군 코스로 유명한 시루봉 줄기에 있는 천자봉은 시내와 진해만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다. 이곳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오르기 좋게 나무 계단이 깔려 있다. 출발지부터 등산로 안내판까지 오른 시간만큼 추가로 발을 더 내디디면 비로소 천자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허벅지 반쯤 오는 높이의 작은 비석 하나가 꼭대기에서 천자봉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굳건하게 서 있는 비석 주변으로 장난감처럼 작아진 아파트와 선박, 크고 작은 섬이 어우러져 비경을 연출한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천자봉은 보여준다.

▲ 응원 글귀가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는 진해 드림로드.  /최석환 기자<br /><br />
▲ 응원 글귀가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는 진해 드림로드. /최석환 기자
▲ 진해 맨발 황톳길. 입구에 발 씻는 곳이 있어서 신발을 벗고 걸어도 좋다. /최석환 기자<br /><br />
▲ 진해 맨발 황톳길. 입구에 발 씻는 곳이 있어서 신발을 벗고 걸어도 좋다. /최석환 기자

◇'자연 속 또 다른 휴식처' 맨발 황톳길과 안민고개길

8코스에 자갈돌이 수두룩하게 깔린 임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운 황토가 깔린 길도 있다. 진해 맨발 황톳길이다. 황톳길은 비슷한 풍경만 보면서 걷기 지겨울 때쯤 나타난다. 진해드림파크에서 자은동과 석동 방면으로 이어지는 고갯길 5㎞를 쭉 타면 나온다. 1시간 20여 분이면 당도할 수 있는 거리다. 청룡사와 편백숲 쉼터 주변에 조성된 곳이다. 황톳길로 들어가려면 쉼터 앞쪽 임도 옆길로 빠져서 편백숲 사이로 가야 한다. 황톳길에서 휴식을 만끽하며 맨발로 길을 따라 걷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맨발로 흙 위를 걸어도 좋고, 신발을 신고 걸어도 좋다. 입구에 발을 씻을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제법 걷는 맛이 있는 구간이다. 창원시 안내 책자에는 황톳길이 이렇게 설명돼 있다. "맨발 걷기 운동을 통해 발과 발목을 비롯한 하체 신경계를 자극해 체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몸 전체 균형을 유지하고 민첩성을 키울 수 있다." 어쨌든 건강에 좋다는 설명이다.

황톳길을 벗어나면 안민고개길과도 만난다. 앞서 걸었던 울퉁불퉁한 임도와 달리 포장도로 형태다. 황톳길 기준 안민고개길까지 4.6㎞다. 시간상으로는 1시간 10분 거리다. 도로 한쪽에 툇마루 산책길이 조성돼 있고, 길 양옆으로는 벚나무들이 우뚝 솟아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풍성했던 잎사귀들은 온데간데없고 헐벗은 나무만 보인다. 이 길을 걷다가 길이 갈라지면 오른쪽으로 꺾어 윗길로 들어가야 한다. 안민고개길을 따라 밑으로 쭉 내려갔다가는, 종착지와 멀어질 수 있다. 본래 방향이 반대다. 장복산조각공원이 최종 종착지이므로 진해드림로드 종점~출발점까지 거꾸로 이어지는 경사진 언덕길을 타야 한다.

▲ 진해 하늘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해군기지사령부와 제황산공원, 속천항, 행암만 등 진해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석환 기자<br /><br />
▲ 진해 하늘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해군기지사령부와 제황산공원, 속천항, 행암만 등 진해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석환 기자

◇하늘마루 전망대 지나 장복산조각공원으로

하늘마루까지는 높고 낮은 오르막이 계속된다. 안민고개길에서 진해드림로드 하늘마루 산길 종점을 거쳐 하늘마루로 올라가면 산길 기준으로는 역방향이고, 남파랑길 기준으로는 정방향이다. 같은 길 다른 둘레길을 걷는 형태여서 그렇다. 거꾸로 걷는다고 해도 크게 차이는 없다. 숲길을 왼쪽에 끼고 걷느냐, 오른쪽에 끼고 걷느냐만 다르다. 반은 내리막, 나머지 반은 오르막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교적 큰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이곳까지 가서 하늘 전망대 한 번 안 보고 오는 것처럼 서운한 여행도 없다. 하늘마루는 태백동 산에 마련된 팔각정자다. 2층 목조 구조로 2007년 준공됐다. 하늘마루에 올라서면 해군기지사령부와 제황산공원, 속천항, 행암만 등 진해 경관이 쏙 담긴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여러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가는 장소다. 내가 찾은 이날(7일)도 등산객 2팀이 팔각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경치를 즐기며 쉬기 좋아서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물리도록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하늘마루 전망대에서 종착지인 진해드림로드 출발점까지는 쭉 내리막이다. 내리막길을 따라 숲길을 걷다 보면 금세 종착지와 마주한다. 종착지는 장복산조각공원. 진해드림로드 출발지를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면 맞은편에 있다.

여정을 끝맺고 돌아보니, 기억에 남는 건 전망대에서 본 바다보다 숲길이다. 최종 이동 거리는 16㎞, 총 소요 시간은 5시간 30분. 조용하게 걷기 좋은 장소, 이곳은 도시와는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이 길을 걷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게 된 여정이었다.

▲ ▲ 진해 남파랑길 안내판. 빨갛고 파란 화살표 모양 스티커 외에 큼지막한 안내판이 적어 탐방객으로선 영 불편하다. /최석환 기자
▲ ▲ 진해 남파랑길 안내판. 빨갛고 파란 화살표 모양 스티커 외에 큼지막한 안내판이 적어 탐방객으로선 영 불편하다. /최석환 기자

■ 길라잡이

8코스는 드림로드 안내도, 진해 둘레길 안내판만 많고 남파랑길 안내판은 적다. 일부 부착된 빨갛고 파란 화살표 모양 스티커 이외에 진해드림파크에는 큼지막한 안내판이 몇 개 없다. 탐방객으로서는 영 불편하다. 무턱대고 길에 들어서서는 코스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몰라 시작부터 헤맬 수 있어서다. 한국관광공사 걷기 여행길 찾기 앱 '두루누비'를 켜지 않으면 짜인 코스대로 가기 어렵다. 이 앱은 코스 안내도를 알려주고 이동 거리 기록까지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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