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거제아이쿱생협서 활동
사등면 성포리 해안가에 개점
친환경 책·공정무역 제품 인기
지역 책방들과 상호 교류·협력
"시민과 깨끗한 거제 만들고파"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에 '너의 바다' 책방이 있다. 책방지기 이덕운(43) 씨가 깨끗한 거제를 꿈꾸며 4월 9일에 연 책방이다. '너의 바다' 내부 유리창 너머에는 성포항 일부가 보인다. 나와 너, 우리의 바다를 깨끗게 하자는 의미를 담아 '너의 바다'라고 이름을 지었다. 책방의 상징 그림은 이 대표 큰딸이 그려넣었다.

이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거제아이쿱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했다. 올해 2월 이사장 직함을 내려놨다. 이사장 임기가 끝난 후 삶을 고민하고 있던 찰나 성포항 근처 5평 남짓한 공간을 발견했다. 그날 바로 임시계약을 치렀다. 그게 지금의 책방 '너의 바다'가 됐다.

책방 '너의 바다'를 구상할 때 이 대표는 협동조합 형태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동네주민과 거제시민이 편안하게 오갈 수 있는 장소를 상상했다. 그래서인지 책방에는 이 대표의 개성이 많이 담겨있다. 아이쿱생협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소비를 전한다는 것이다.

책방 '너의 바다'에는 620여 권의 책이 꽂혀있다. 대체로 환경, 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자)을 중심으로 선정한다. 환경 분야는 어린이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그림책도 함께 엄선해뒀다. 그 외에는 독립출판물과 기성출판물을 선정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꽂아두었다고 했지만 나름의 질서와 책방지기의 철학이 보이는 서가였다.

'너의 바다' 책방에서는 책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제품, 친환경 제품들을 판매한다. 친환경 제품 중에는 그린블리스 양말이 인기가 많다. 그린블리스는 양말, 티셔츠 등을 식물성, 유기농 소재로 만들어 환경에 해를 최소화한다.

공정무역 제품에는 의미가 담긴 열쇠고리들이 많다. 그중 네팔 여성의 자립 능력을 키우고자 설립한 네팔의 비영리 공정무역단체인 WSDO (Women's Skills Development Organization) 제품을 판매한다. 이 대표는 제품들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매력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이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 제품의 가치를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된다.

▲ 이덕운 대표가 18일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책방 '너의 바다'에서 판매하는 비거니즘 및 환경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
▲ 이덕운 대표가 18일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책방 '너의 바다'에서 판매하는 비거니즘 및 환경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

이 대표는 환경친화 제품을 판매하고 또 몸소 실천하기도 한다. 오전에는 바닷가 산책 겸 쓰레기를 줍고 오후에는 책방을 운영한다. 집 앞 골목에서 쓰레기 줍기를 시작해 최근에는 성포항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술병이 닳아 시글라스(Sea glass)가 된 것을 모으기도 하고, 담배꽁초를 줍기도 한다.

거제시 아주동에 거주하는 김윤희(39) 씨는 집에서 천연수세미를 만들 만큼 환경친화에 관심이 많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너의 바다에 방문한 김 씨는 발포형 친환경 세제와 환경 서적을 구매했다.

김 씨는 "너의 바다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봐왔다. 친환경 관련 물품과 책을 판매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덧붙여 "이덕운 대표가 성포항 바다에서 쓰레기 줍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역에서 책방을 열어 연대감이 돈독해졌음을 강조했다. △거제대로 북스 △책방 익힘 △거북이책방 지기들과 책방 운영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얻는다. 책방의 손님으로 왔던 이덕운 씨가 책방을 연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도매 거래하는 방법, 카드계산기 등록 등 초보 사장에게 서툰 부분을 알려줬다.

이처럼 거제 책방들은 서로 돕는다. 이 대표는 "거제 또는 동네책방 여행을 하는 손님이 오면 꼭 책방들을 둘러보라고 안내한다. 거제대로 북스에도 가보라고 하고, 커피는 익힘에서 맛있게 만들고 거북이책방은 리넨(linen) 공방도 함께 한다는 소개를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의 동네책방들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상생 존재라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책방 '너의 바다'에서 판매하는 공정무역 및 친환경 제품. <br /><br />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책방 '너의 바다'에서 판매하는 공정무역 및 친환경 제품.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이 대표가 그리는 내일의 '너의 바다'는 아직 소박하다. 무엇보다 시민들과 함께 깨끗한 거제를 만들어가고 싶다. 다음 달 4일에 열리는 '거제 환경 페스타 지켜줄거제'에 참여한다. 해당 축제에서 공정무역 제품과 환경 도서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거제에 친환경,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활동가들이 많다. 이들과 협력해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거제를 만들고자 한다. 그 거점이 '너의 바다'가 될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