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신경 뛰어나 육상부 활동
초등학교 5학년 때 역도 전향
"원하는 기록 내면 성취감 커"
국가대표 꿈 향해 준비 착착

지난달 25일 김해 영운중학교 역도 체육영재교실에 들어섰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훈련장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단발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2학년 조현진(14) 학생이 수줍게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남달랐던 운동 꿈나무 = 조현진 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 말 역도를 시작했다. 달리기에도 재능을 보였던 조현진 학생은 육상부에 있다 체육 교사 권유로 역도를 접하게 됐다.

체육 교사 눈은 정확했다. 영운중학교에 입학한 후 현진 학생은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며 좋은 성적을 거뒀고, 특히 올해는 두각을 나타내며 큰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열린 전국춘계남녀역도경기대회에서 인상 5위, 용상 7위, 합계 5위, 전국남녀역도선수권대회 인상 5위, 용상 5위, 합계 5위를 차지했다.

올해 3~4월 제32회 전국춘계여자역도경기대회에서 인상 1위, 용상 1위, 합계 1위, 5월 열린 제80회 문곡서상천배 역도경기대회에서는 인상 2위, 용상 2위, 합계 2위, 6월 제35회 전국여자역도선수권대회에서 인상 1위, 용상 3위, 합계 2위를 차지했다.

7월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인상 2위, 용상 3위, 합계 3위, 8월 열린 제7회 한국중고역도선수권 2학년 대회에서는 인상 1위, 용상 1위, 합계 1위를 따냈다.

11월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제23회 전국중등부역도경기대회에서는 인상(70㎏) 1위, 용상(88㎏) 1위, 합계(158㎏) 1위로 3관왕과 함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조현진 학생이 역도 훈련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조현진 학생이 역도 훈련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섬세한 운동 매력 = 현진 학생은 방과후 바로 훈련장으로 향한다. 오후 3시부터 4시간가량 매일 운동을 하며 한계를 넘어서고자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

오정희 담임교사는 "훈련할 때 자기 단점을 파악하고 보충하려 노력하는 선수"라며 "단점을 파악하면 어떤 식으로 보완하면 좋을지 질문하고 그것을 실천해 기량을 높이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강한 승부욕도 운동선수로서 좋은 자양분이다. 오 교사는 "저학년이지만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려는 의지가 강하고,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눈물을 보일 만큼 승부욕이 강하다"며 "하지만 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경기 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자세가 훌륭하다"고 소개했다.

어릴 적부터 현진 학생은 막연히 운동을 좋아했다. '운동 천재' 현진 학생도 육상에서 역도로 전향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용하는 근육, 기술, 자세 모두 생소했다.

가족 반대도 심했다. 특히 아버지는 삼남매 중 막내딸이 역기를 잡는 걸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진 학생 뜻은 완고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육상은 달리기만 하는 게 재미가 없었는데 역도는 할수록 새로운 걸 발견하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시합에 나가 처음으로 원하는 기록을 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껴 역도를 계속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친구 사이에서도 '인싸' = 매일 훈련 때문에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만 현진 학생은 좋은 교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 교사는 "친구들이 현진 학생을 편하게 생각하고 항상 주변에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인기 비결은 '배려'다. 현진 학생은 운동을 하는 자신에게 반 친구들이 거리감을 느낄까 봐 친한 척을 하며 먼저 다가가는 편이다. 웃으면서 농담을 건네 상대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도 현진 학생이 가진 매력이다.

특히 함께 역도를 하는 친구들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1학년이었던 지난해 말 동계훈련을 하며 역기를 내려놓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오전 오후 고강도 훈련 일정에 체력의 한계가 느껴졌다. 이때도 친구들과 코치가 큰 버팀목이 돼줬다.

"코치 선생님이 엄마처럼 힘들 때 잘 챙겨줘서 친구들과 제2의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해요. 아무래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과 만나서 힘든 일이 있으면 털고 서로 위로하고, 마음에 안 드는 것 있으면 불만도 얘기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에요."

▲ 인터뷰하는 조현진 학생.
▲ 인터뷰하는 조현진 학생.  /김구연 기자 sajin@

◇"좋아하는 일 오래하고파" = 현재 현진 학생 꿈은 뚜렷하다. 국가대표 역도 선수다.

이를 위해 당장 소년체전 선발전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뛰어넘는 인상 73㎏, 용상 9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에는 영운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 진학보다는 실업팀에 들어가기를 희망한다.

롤모델은 도쿄올림픽에 여자 역도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김수현 선수다. 김수현 선수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되면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김 선수는 당시 경기장에서 울음을 터뜨렸지만 이내 훌훌 털고 "파리올림픽에 꼭 출전해 누가 봐도 성공으로 판정하는 완벽한 동작으로 바벨을 들겠다"고 말해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현진 선수 역시 이런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역도는 부상 위험이 크다. 자신 몸무게보다 무거운 역기를 지탱해야 하기에 역기를 쥐는 손동작, 양손 간격, 팔 각도, 허리와 발, 다리 근육 등을 섬세하게 조정하지 못해 균형이 깨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을 알기에 현진 학생의 운동 좌우명은 '아프지 않게 운동하기'다.

무엇보다 역도 선수로 오래 활약하고 싶다는 현진 학생 말에서 역도를 향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여자 역도 선수 수명은 30대 중반까지라고 한다. 현진 학생이 부상 없이 20년은 거뜬히 역기를 들 수 있기를 응원한다.

/김해수 기자 hskim@idomin.com

※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99-5191-03(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지난 11월 4일 자 청소년 드림스타 박수환 경남정보고 1학년 학생에게 후원금 339만 원(BNK경남은행 특별후원금 300만 원, 일반 후원금 39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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