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역사'인…
김상현 〈통영인뉴스〉 기자, 채록기 출간

통영 토박이 김상현 기자(통영인뉴스)가 13년 동안 통영 섬들을 다니며 섬사람들의 정체성과 문화, 먹고사는 이야기 등을 담아낸 <통영 섬 어무이들의 밥벌이 채록기>(사진)를 펴냈다.

저자는 한산도·좌도·비진도·추봉도·지도(종이섬)·곤리도·연대도·노대도·초도(풀섬)·국도 10개 섬의 먹을거리, 생활양식, 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도 방언을 살려 맛깔나게 풀어냈다.

추봉도에는 이제는 자취를 감춰버린 조기가 많이 났다는 기록을 가지고 어르신들을 수소문한다. 지도(종이섬)에 대구가 많이 났다는 통영 출신 대표 작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한 구절로, 대구 흔적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했다.

어르신들은 변해버린 수온 탓에 다시는 통영 바다에서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조기와 대구·갈치에 대한 그 시절 추억을 풀어낸다.

한산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멸치잡이다. 멸치잡이 배에 작가가 직접 올라 어로장을 만나 선단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좌도는 겨울 끝자락에 섬 전체가 매화꽃 향기로 가득한 '매화의 섬'이지만, 농사지을 땅이 모자라 소를 배에 태우고 인근 섬인 솔섬에 건너가 농사를 지었다.

'비진도를 알려면 제주 해녀를 만나 보라'는 말이 있다. 1960~70년대 제주에서 물질하던 어린 소녀들은 먹고 입을 옷과 양식, 가재도구까지 모두 가지고 제주와 부산을 잇는 '도라지호'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제주 해녀들은 통영 바당(바다)에서 물질을 해 전복이며 미역을 땄다. 제주 어멍들은 60년이 넘는 세월을 비진도 바당에서 보냈다. 저자는 현대에 소비되는 강인한 해녀 이면에 있는 비진도에 정착한 제주 여성들의 고단함을 바라보며 해녀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게끔 한다.

저자는 "다시 50년이 지나면 잊힐 통영 생활상을 어르신들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이 책에 담았다"라며 "책이 나오기까지, 통영 섬 '어무이'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지역신문인 <한산신문>과 1인 미디어 <통영인뉴스>에서 활동했다. 우연히 <그곳에 가고 싶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섬에 다니기 시작했다. 경상국립대 사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통영지역 사료 조사위원을 맡았다.

저서로는 <통영 섬 부엌 단디 탐사기>(2014)와 공저인 <통영의 무형문화유산>(2019)이 있다. 경상국립대출판부. 382쪽.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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