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미고시 지명 정비
시군 사업 진척 속도 더뎌
효율 높일 방안 마련 필요
충남도-공주대 협력 성과

국토지리정보원이 2020년 1월 20일 경남도에 '지명고시를 위한 지명위원회 개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며 지명정비를 요청했지만, 도내 18개 시군 담당자들은 인력난 등을 호소하고 있다. 사업 진척도 더디다. 경남도 차원의 용역 발주 등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내 시군이 검토할 지명은 미고시 지명 8267건, 일본식 의심지명 13건 등 8733건에 이른다. 시군당 평균 485건을 조사해야 한다. 문제는 현지 지역주민 의견 청취, 향토 사료 수집 등 1개 지명을 조사하는 데도 절차가 매우 번거롭고 까다롭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사업량이 적은 일본식 의심지명 13건을 놓고도 애를 먹고 있다.

일본식 의심지명은 창원 3건, 사천 3건, 진주 2건, 고성 1건, 거제 1건, 양산 1건, 창녕 1건, 함양 1건이다. 이 중 창원시와 고성군만 조사를 완료해 도에 송부한 상태다.

창원시 지명정비 담당자는 "무학산, 정병산, 마금산 등 일본식 의심 지명을 심의하는 데는 지리학자 등 공신력 있는 전문가 참여가 필수"라면서 "창원시는 7차례 회의를 열어 3개의 명칭이 일본식 의심 지명이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해 국토지리정보원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 시군은 공신력 있는 학자를 섭외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해듣고 있다"며 "사업 진척이 더딘 이유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식 의심 지명보다 건수가 많은 미고시 지명(8267건)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유명 지명은 물론 산, 들, 다리, 연못, 저수지 등 현지에서 불리는 이름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 각 시군 지명정비 업무 담당자는 1명 정도에 불과하다.

물리적으로 평균 485건에 달하는 지명을 조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사천시 지명정비 담당자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30~40년간 사장되다시피 해온 지명정비 계획을 수립해 미고시 지명을 전수조사하라고 했는데 완전히 새로운 업무"라면서 "낯선 업무이기 때문에 노하우도 없고 혼자 서류를 작성하고 주민 의견을 들으려면 족히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명과 관련해 서로 부르는 이름이 다를 때도 있어 지역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면 이를 조율하고 심의하는 과정도 어렵고 까다롭다"고 밝혔다.

충남도 사례를 참고해 효율적인 지명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충남도는 공주대와 협력해 3년 계획으로 지명정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년간 15개 시군 중 9개 시군의 조사를 끝냈다. 올해는 공주시를 비롯한 6개 시군 지명정비 용역을 하고 있다. 전체 용역비 10억 원가량도 전액 도비로 지원하고 있다.

충남도 지명정비 담당자는 "도청에서 3년 사업으로 시군별로 묶어 3차례에 걸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모든 용역 비용은 충남도가 지원해 재정 부담은 물론 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역시 충남 사례를 참고해 18개 시군 공무원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길 것이 아니라 용역을 발주해 지명정비 사업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예산 확보가 힘든 시군 사정을 고려해 도가 직접 예산 확보를 하는 방침도 거론된다.

시군에서는 새로운 사업이고, 지명정비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경남도 지명정비 담당자는 "우선 고성군에서 용역을 발주해 지명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용역의 장단점을 파악해 각 시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데이터가 쌓여야 추진할 수 있는 명분 등이 생기는 만큼 추후 결과를 보고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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