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밝혀진 가야 관련 연구 성과와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박물관 얼굴 격인 상설전시관을 바꿀 예정입니다."

올해 1월 1일 자로 국립김해박물관장에 취임한 이정근(49) 신임 관장이 밝힌 사업 계획이다. 이 관장은 고고학 전문가이다. 2000년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첫 학예연구사 경력을 시작한 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 학예연구관,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을 거쳤다. 8대 관장 자리에 오르기 직전까지 국립김해박물관에서 학예연구실장으로 일했다. 첫 직장이었던 국립김해박물관을 이끌게 된 이 관장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4년 전인 1998년 7월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역사와 문화를 보존·전시하는 고고학 중심 박물관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가야사 전문 기관이자 가야사 특화 기관이기도 하다.

학예연구사로 첫 직장 '인연'
8대 관장 맡게 돼 감회 남달라

지난 12일 오후 2시 김해 구산동 국립김해박물관 관장실에서 만난 이 관장은 "상설전시실 개편과 수장고 확충, 수장고 전시 시설화 작업이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수장고 유물 보관 공간 부족, 추세를 반영한 기획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관장은 "구체적인 사업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올해 상설전시실 일부 개편을 생각하고 있다"며 "최신 가야 연구 성과와 유물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감형 체험 전시같이 새로운 시도가 큰 호응을 얻는 등 관람객 기대 수요가 다변화하는 상황도 일부 반영해 개편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10년 새 박물관 소장 유물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장고 확충'이 시급하다면서도 비용 문제 등으로 당장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장은 "몇 해 전 박물관 수장고가 90%까지 찬 적이 있었다"며 "수장고가 가득 차지 않도록 활용도가 떨어지는 유물들은 국립경주박물관에 보내고, 수장고 내 느슨하게 배치해놨던 유물을 밀착해서 보관하거나 모빌랙 보관함으로 유물을 정리해 공간 분할을 새로 해서 수장고가 가득 차는 상황을 막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 지난 1일 자로 국립김해박물관장에 취임한 이정근 신임 관장이 사업 계획과 운영 방향을 밝히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지난 1일 자로 국립김해박물관장에 취임한 이정근 신임 관장이 사업 계획과 운영 방향을 밝히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박물관은 해마다 선별작업을 거쳐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유물을 조금씩 이전하거나 공간 배치를 다시 해 수장고를 관리 중이다. 그는 "경주박물관에 유물 27만 점 이상 있는데 거기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한계가 올 수 있다"며 "우리도 지금처럼 수장고를 관리해나간다면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김해박물관 수장고에는 유물 10만 점이 보관돼 있다. 이 관장은 수장고 자체를 '개방형 수장고'로 만들어서 누구나 볼 수 있게 전시 공간화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보고'를 예로 들었다. 이는 경상도 발굴 문화재 전용 보관시설이다. 내부에는 외부 창으로 수장고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 수장고가 있다. 수장고 9개와 문화재 소독실, 촬영실, 아카이브 자료 보관실 등을 갖춘 공간으로, 국립대구박물관·국립진주박물관·국립김해박물관 소장품도 이곳에서 보관되고 있다.

가야사 최신 연구·유산 바탕
올해 상설전시관 개편 밑그림
포화 다다른 수장고 확충 강조
개방형 전시 시설 전환 계획

이 관장은 "보다 많은 사람이 다양한 유물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수장고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으니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도록 개방형 수장고를 통해 유물을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또 "유물이 10만 점이나 되지만 상당수가 수장고에 잠들어 있다"며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어서 극히 일부만 전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 보존 환경 이유로 일부만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기본 계획을 수립해 변화해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그는 전임 오세연 관장만큼만 하는 게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오세연 관장님 때 박물관 담장이 허물어졌다"며 "박물관 사람들의 마음가짐, 시민과 박물관 관계자 사이에 장애물을 없애자는 뜻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해진 통로로 정해진 시간에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 24시간 내내 찾을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나가자는 방향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면서 "이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체제와 같은 기조로 관장직을 수행할 계획이라는 이 관장은 "우린 정치인이 아니다. 앞서 했던 것을 다 무시하고 새로운 무언가만 찾아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물관 경쟁 상대로는 영화관과 워터파크를 꼽았다. 누구나 쉽고 재밌고 이해하기 쉬운 곳, 생활 속에서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