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은·최례 작가 프로젝트팀
"미술은 전문가 전유물 아냐"
시민과 지역 두 곳 방문한 후
드로잉 직접 지도·작품 전시

"저희는 시각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인데 '동네 드로잉전'이라는 주제로 시민과 함께 김해의 과거와 미래를 같이 돌아보며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드로잉하고 그 작품을 전시하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13일 김해시 봉화대길에 있는 '봄스테이 갤러리'를 찾은 시민 4명에게 최례 작가가 행사에 대해 설명했다.

"어제는 김해박물관에서 진행했고, 오늘은 '봉리단길(봉황대길의 다른 이름)' 주변을 30분 정도 산책하고 다시 갤러리로 돌아와 드로잉 작업을 할 건데 그때는 저와 드로잉에 관한 설명과 김해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며 1시간 반 정도 작업하고, 작품을 액자에 넣는 것까지 마무리할 겁니다."

▲ 김효은(왼쪽)·최례 작가. /정현수 기자
▲ 김효은(왼쪽)·최례 작가. /정현수 기자

작가 두 명과 시민 4명이 함께하는 이 소소한 행사는 올해 김해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가 공공기획지원사업으로 기획한 '시민+' 사업의 하나다.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of studio(오프 스튜디오)'는 김효은과 최례, 두 명의 전문 미술가로 구성된 시각예술 프로젝트팀이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가도 시민이고, 시민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시민과 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 가치를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김효은 작가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사람은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예술가와 시민이 김해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생각해 보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자 동네 드로잉전을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 김서운(맨 앞) 재미난사람들 대표가 동네 드로잉전 참가자들에게 봉황대길을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 김서운(맨 앞) 재미난사람들 대표가 동네 드로잉전 참가자들에게 봉황대길을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갤러리에서 대략적인 설명이 끝나고 작가와 시민들이 봉황대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있는 '재미난 사람들' 김서운 대표의 안내를 받아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저기 커피점 보이시죠. 원래 어디서 했냐면, 주차장 옆 컨테이너에서 로스팅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이쪽으로 나와 조그맣게 하다가 그 옆으로 계속 넓혀나가 이제 저쪽에 아버님이 사시는 곳에 커피숍을 연 거예요."

김 대표는 동네 옛 사진을 태블릿으로 보여주며 참가자들에게 과거와 현재 모습을 비교하며 설명했다. 예전에는 사찰이었던 주택, 일제강점기 가옥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카페, 옛 정미소 장비를 그대로 보관한 커피숍, 예전엔 이 거리에 점집이 많았는데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 등등.

다시 봄스테이 갤러리로 돌아온 일행은 본격적으로 드로잉 작업에 들어갔다. 그릴 대상을 찾아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설명도 들었지만 막상 그리려고 연필을 들면 막막해지는 게 처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 봄스테이 갤러리로 돌아온 시민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현수 기자
▲ 봄스테이 갤러리로 돌아온 시민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현수 기자

김 작가가 그리기에 앞서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설명한다.

"이건 피카소가 그린 황소예요." 그림을 한 장씩 넘기니 선이 점점 단순화하면서 급기야 선 몇 개로 황소 형태를 띤 그림으로 변한다. "오늘 우리가 동네를 둘러보면서 사실적인 건물이 눈에 보이고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지만 좀 더 다른 모습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참가자들은 모두 전문 작가에게 그림을 지도받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처음이라 굉장히 긴장도 되고 재미도 있어요. 동네를 돌 때 해설사 선생님 설명을 들으니까 예전에 못 느꼈던 것도 느낀 게 새로움이죠. 가게 안에 꾸며 놓은 것이 현대적인 것보다는 복고적인 것들이 인상적이었어요."(김봉희·65)

"어릴 땐 그림 그리기 좋아했어요. 어른 되면서 잊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겨서 친구와 함께 신청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려고 하니까 잘 안되네요."(정귀옥·65)

"기와를 그리는 게 쉽지 않네요. 색칠은 안 할 거예요. 학교에서 배우는 미술은 틀에 박힌 느낌이 강한데 오늘 그리는 건 자유스러워 좋아요."(김민진·18)

"전문 작가한테 직접 지도를 받으며 그리니까 좋네요. 처음에는 어떻게 구도를 잡아야 할지, 혼자였으면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을 텐데 일단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이희진·46)

▲ 봄스테이 갤러리에 전시된 시민 드로잉 작품. /of studio
▲ 봄스테이 갤러리에 전시된 시민 드로잉 작품. /of studio

동네 드로잉전은 김해박물관과 봉리단길에서 두 차례에 걸쳐 22일까지 진행된다. 김해박물관에서 진행된 첫날에는 김태림 김윤정 강윤정 김효진 씨가 참여했다. 그동안 시민들 작품 30여 점이 봄스테이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나중에 도록으로 발간된다. 'of studio' 작가들은 시민 예술 활동이 이렇게 아카이빙되면 이후 진행될 많은 시민문화 기획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작가는 이화여대 조형예술대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 독일 라이프치히 미대에서 디플롬(독일의 대학 학위)을 받았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북아트·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최 작가는 중앙대 한국화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중을 오가며 8회 개인전을 여는 등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전문 문화기획도 하고 있다. 최 작가는 "또 '시민 플러스' 기회가 되면 새로운 장소에서 시민들과 더 재미있는 활동을 만들어보고 싶고 예술에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예술을 삶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여 좀 더 풍요롭게 향유할 계기들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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