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2주간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작은 실천이지만 중요한 건 '절약 의지'

3명이 살던 집에서 2주 이상 갑자기 혼자 살게 됐다. 문득 평소처럼 돌아가는 보일러와 전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없는 방을 데우는 보일러가 아까웠다. 출근할 때 보일러를 '외출'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보일러가 오래돼서인지 '외출'로 바꿔놓으면 몇 시간 지나서 매번 에러 메시지가 떴다. 결국 '예약'으로 바꿔놓고 평소 2시간마다 20분씩 가동하던 보일러를 10분씩으로 시간을 줄였다. 실내는 서늘했지만, 카디건을 입고 수면 양말을 신으니 문제는 없었다. 물론 전기장판은 필수품이었다. 방바닥에는 담요를 깔았다.

안방과 거실 TV 전기선을 모두 뽑아버렸다. 거실에 늘 꽂혀 있던 멀티탭도 뽑았다. 집을 나올 때는 내 방에 있는 멀티탭도 전부 전원을 차단했다. 인터넷 셋톱박스와 공유기 전기선도 뽑아버렸다. 퇴근 후 잠자기 전 단 몇 시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뿐인데 온종일 셋톱박스와 공유기 불이 깜빡이는 것이 아까웠다. 남은 것은 냉장고 정도. 그러고는 매일 출퇴근할 때 현관문 옆에 있는 전기계량기 사진을 찍었다. 어제는 얼마만큼이나 전기를 썼을까.

어쩌다 에너지 소비를 고민하는 '기후주민'이 된 것이다. 아주 사소한 생활 속 작은 실천이라 '기후시민'이라는 이름은 붙이지 않고 '기후주민'이라고 칭해 본다. 물론 잘못된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전기장판을 오래 사용하는 것보다 보일러를 잠시 더 가동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고, 전등을 켰다 껐다 하는 것보다 계속 켜고 있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내가 '에너지를 아끼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다는 것이다.

내가 지난 2주 동안 실천했던 것은 딱 '불편하지 않을 만큼'이었다. 우리는 많은 '좋은' 당위를 알고 있다. 착하게 살라거나, 남을 도우라거나, 에너지를 아끼라거나. 하지만 '좋은 당위'만 따르고 살기는 쉽지 않다. 내게 도움이 되고 불편하지 않아야 보다 쉽게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될 수 있다.

자동차를 두고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지난해 승용차 1년 주행 거리는 1000㎞가 되지 않았다. 회사 앞을 지나가는 버스 노선이 있어서 집 앞에서 버스를 타면 회사 바로 옆에 내린다. 회사도, 집도 모두 주차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다. 승용차로 출퇴근하면 불편하니, 불편하지 않은 버스로 출퇴근하는 것이다.

창원이 자전거 도시를 표방할 때 승용차가 다니기 불편한 도시로 만들어야 자전거 이용률이 올라간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에너지를 절약하지 않으면 불편할 때, 혹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있을 때 더욱 적극적으로 일상이 변화할 수 있다. 에너지를 아낄 때 편리할 수 있도록 사회가 뒷받침돼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해보자. 안 쓰는 전기선을 뽑고, 한겨울 실내 온도를 잔뜩 높인 채 얇은 옷을 입고 생활하는 습관도 고치자. 전기 계량기를 매일 살펴보는 것도 전기를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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