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정책기본법 제정안이 지난해 12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안 17조는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을 규정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0일 인권법을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을 냈다. '인권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이를 근거로 관련 법의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개정 작업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 '대부분의 법안이 그렇듯, 이 법 또한 '인권 존중'이란 좋은 의도를 내세웠다'라고도 했다.

일련의 사고방식을 압축해서 표현한 이음말이 눈에 띄었다. '인권 리스크'.

기업이 노동자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법으로써 규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반한다는 논리가 함축돼 있는 명사구일 테다.

시장원리는 대개 노동자를 침묵하도록 하거나 바깥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듯하다. 종종 기업은 이런 방식을 혁신이라고 발표하기도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언론은 앞다퉈 '멸공 리스크'를 보도했다. 신세계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논란을 몰고 온 '멸공 놀이'가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팽배했다. 정 부회장은 13일 자신의 SNS에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군부 독재가 인권 탄압을 정당화하고자 내걸었던 구호를 사전적 의미만으로 해석해서 '뭐가 문제냐'라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리고 '노빠꾸'를 외치던 정 부회장이 자신의 오기가 리스크가 되어 돌아와 곤욕을 치르자 고개를 숙이는 장면을 시민은 목도했다.

'인권 리스크'를 걱정하는 기업들을 다시금 생각한다. 뒷맛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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