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밀양 고압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한국전력공사는 대립을 본격화하면서 지금까지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2013년 송전탑이 통과하는 전국 피해지역 주민들이 결성한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전송넷)는 지난 17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대선 의제로 삼아달라고 요구했다.

먼저 765㎸에 달하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은 국가폭력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역주민 주장을 집단이기주의나 님비현상 정도로 평가해선 안 된다. 송전탑이 지나는 경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건강권 염려를 불확실하고 쓸데없는 기우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들이 주장하는 재산권 침해 호소를 그저 그들만의 문제라고 할 수도 없다. 지역주민들의 신체와 재산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과 피해만이 아니라 전기에너지 생산과 소비방식을 놓고 근원적인 문제 제기가 깔려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우선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품을 만들어서 팔아야 하는 생산자 입장에서 가장 편하고 손쉬운 시스템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특히 대도시 인구밀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한국사회에서 대량생산을 전제한 전기에너지 공급은 당연한 사실인 듯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이야기되는 기후위기를 조금이라도 막으려면 기존 화석에너지나 원자력발전 소비량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 장소에서 전기에너지를 대량생산해서 전국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분산적인 소규모 재생 에너지 생산과 공급방식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은 지금이라도 국가가 전기에너지 생산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폐쇄와 신재생에너지 이용의 양적인 증가가 국제사회에서는 기본적 규범이자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기에너지 생산과 공급정책이 대선 의제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게 지극히 정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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