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확진돼도 헌신적 돌봄
코로나 이후 의료진 역할 고민
취약계층 인공관절수술 인기
서비스 확장 지자체 협력 당부

코로나19 초창기에는 발열 환자가 오갈 곳이 없었다. 코로나19가 아닌 외상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 다른 이유로 발열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민간병원은 조심스러워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번 다녀가면 전파 가능성도 있어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입원 치료를 받은 국내 코로나19 환자 10명 가운데 7명은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았다. 

특히, 마산의료원은 전체 병상 290개 가운데 218개를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내어줬다.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독립음압병동 확충에도 나섰다. 폭증하는 코로나19 환자 숫자에 전공을 가리지 않고 의료진이 투입됐다.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감염병 발생 주기가 짧아지면서, 감염병전담병원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18일 김진평(56) 마산의료원장을 만나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그는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3월 14일 마산의료원장으로 부임했다. 김 원장은 "마산의료원은 감염병전담병원으로서 지역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 지역에 문제가 생기면 마산의료원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최전선 맡아 최선 = 마산의료원 직원 확진 사례만 해도 170명이 넘는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 일주일간 격리되지만, 의료진은 자리 비우기가 쉽지 않다. 3일만 격리하고 현장으로 돌아와 환자를 돌보기도 한다. 마산의료원이 코로나19 최전선이 되기까지 의료진의 희생이 뒤따랐다. 

김진평 마산의료원 원장이 18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의료원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한때 마산의료원은 밀려드는 코로나19 확진자로 몸살을 앓았다. 지금은 그나마 한시름 놨다. 도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김 원장은 "방역당국이 마스크 착용 규제를 해제한다고 해도 국민 50% 이상은 마스크를 찾을 것"이라며 "손 씻기와 마스크가 일상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감염병 관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거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지금까지 마산의료원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보기 바빴다"며 "어느 정도 코로나19가 지나가면 마산의료원 의료진도 자신의 진료 역량을 펼칠 수 있게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약계층도 돌본다 = 마산의료원은 가정폭력이나 성범죄 피해자, 외국인 노동자, 지역아동 등 취약계층을 돌보는 일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표적인 지원은 '301네트워크사업'이다. 취약계층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공공과 민간, 지역 사회가 힘을 합쳐서 지원하는 공공의료서비스다. 취약계층이 사회복지사에게 서비스 의뢰를 요청하면 심의를 거쳐 병원과 연계된다. 입원 및 외래 진료, 가정 방문, 특수기능 검사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김 원장은 "민간병원은 의료 서비스 이용 비용이 많이 들지만, 우리는 민간병원에 비해 비용이 3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며 "의료진이 적정 진료를 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산의료원은 금전적 부담으로 병원에 가기 쉽지 않은 취약계층에게 접근성을 높이고자 애쓰고 있다. 

특히 인공관절수술이 인기다. 주로 농사일로 관절이 아픈 환자들이 찾아온다. 대기 환자가 밀려 6개월은 기다려야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취약계층에게 의료비를 지원해 본인부담금을 낮추고 있어서다. 

마산의료원은 진료 비용은 저렴하지만,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일시 중단됐으나 마산의료원은 1997년부터 경상국립대병원 위탁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의과대학 교수들이 진료도 하고, 수술도 하면서 의료 서비스에도 신뢰가 생겼다. 

◇공공의료 영역 커질 수밖에 없어 = 2020년 기준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5.4%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55.2%. 한국은 공공의료 취약 국가다. 김 원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공공의료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마산의료원은 증축 계획을 갖고 있다. 총 480억 원을 투입해 마산의료원 주차장을 지상에서 지하로 옮기고, 긴급치료병상 등 165병상 규모 지하 2층, 지상 5층 별관을 건립하는 거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김진평 마산의료원 원장이 18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의료원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김 원장은 "현재 예산 480억 원이 결정되긴 했으나 190억 원가량 부족한 상태"라며 "감염병 대응을 하면서도 공공의료 역할을 하려면 예산 문제가 걸리는데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뇌혈관, 심혈관센터 등으로 외래 업무를 '센터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심장은 5분, 뇌는 3시간. 골든타임이 있다. 지역 사회에서 뇌심혈관 질환을 빠르게 해결하지 못해 증상이 심해지거나 죽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김 원장은 "센터 규모로 외래 업무를 키운다면 전문적인 진료도 가능해지면서 의료취약계층에게 대학병원 못지않은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산의료원은 병원 이윤을 올리는 것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의료 영역에서 해야만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