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현(34) 씨와 서상민(28) 씨는 창원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다. 벌써 경력이 2년을 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지역본부(창원시 성산구 중앙대로 215) 1층에 있는 '카페 215 위드 희망이룸(이하 카페 215)'에 가면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카페 215'는 2020년 8월 문을 열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남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 바리스타 직무 훈련을 받은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이곳에서 일한다. 재현·상민 씨를 포함해 20대 발달장애인 2명 등 모두 4명이 '카페 215'에서 근무 중이다.

사단법인 희망이룸(대표 정지선)이 카페 운영을 맡고 있다. 앞서 LH 경남본부는 1층 로비 330㎡(100평) 공간을 장애인일자리 사업 지원을 위해 무상으로 내줬고, 창원시와 함께 협약을 맺어 운영·인건비 지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카페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은 작은 음악회 개최, 장애아동 부모 커뮤니티 개설, 위기 청소년 지원 등에 쓰이고 있다.

재현·상민 씨는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앞서 창원과 진해 장애인복지관에서도 바리스타로 일한 적이 있다. 두 사람에게 많이 만들거나 잘 만드는 음료가 있는지 물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테, 복숭아아이스티, 자몽에이드…." 요즘 한낮 더위 때문에 시원한 음료를 줄줄이 말했다.

10여 차례 교육 이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일하는 게 즐겁다고 한다.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까지 좋아하기 때문이다.

▲ 18일 창원시 성산구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남지역본부 1층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이커피를 만들고 있다. /김구연 기자 

두 사람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이나 오후 시간대에 근무하고 있다. 출근해 커피 머신을 청소하고, 탁자를 닦고, 의자와 야외 공간을 정리하고, 컵이나 빨대 등 부족한 재료를 채워넣고…. 해야 할 일을 차곡차곡 해낼 때 성취감이 있다.

특히 카페 앞 탁 트인 야외 공간에는 장애인들이 직접 화단을 꾸며놓고 돌보고 있다. 합창 연습, 악기 연주 등을 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이기도 하다. 카페에는 수족관 2개가 있는데, 어항 청소와 관리도 장애인들이 직접 하고 있다.

'카페 215'는 장애인 직원과 비장애인 직원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여느 카페와 달리 커피가 나오는 과정이 느릴 수도 있지만, LH 경남본부 직원들을 비롯해 손님들은 자연스레 그 과정을 받아들였다.

이곳 이재호(44) 팀장은 재현·상민 씨를 두고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처음에는 소통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지만, 서로 적응이 됐다"면서 "함께 일해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다고 느낀다. 손님들도 인사를 더 살갑게 해주고, 직원들이 안 보이면 어디에 갔느냐고 찾아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배달 앱을 써서 LH 경남본부에서 업무로 바쁜 부서나 인근 경남도교육청, 경남도청 등 관공서에서도 주문을 받고 있다. 외부 배달 용역을 활용하지 않고 직접 차로 배달한다.

올해 목표를 묻자 재현 씨는 "새로운 음료나 메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음료냐고 물었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답이 돌아왔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이스 아메키라노를 만들겠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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