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양식 1세대로 '산업 산증인'
6번 도전 끝 2019년 조합장 당선
지난달 정부 철탑산업훈장 받아
지역 경제 견인차 역할 강조
비용 절감·부가가치 창출 모색
온라인 홍보 강화·판로 개척도

지홍태(75) 굴수하식수협 조합장은 '굴양식업계의 산증인'이다. 그에게 굴은 삶 전부다.

35살에 최연소 굴수협 이사가 됐고, 6번 도전 끝에 일흔이 넘은 2019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마침내 조합장으로 뽑혔다. 21일 통영 굴수협 조합장실에서 만난 그는 "조합장하려고 사실상 인생 3분의 1을 갖다바쳤죠"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 3월 31일 수협중앙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정부가 주는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굴양식산업 1세대로 굴양식산업 안정화 기틀 마련, 수산부산물법 제정 참여, 위판고 확대, 굴패각(껍데기) 자원화 시설 예산확보, 해외 시장개척 등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현재 경남수협조합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통영을 먹여살리는 건 굴산업 = 통영 토박이인 지 조합장은 56년 전부터 굴수하식 어장을 했다. 그는 굴산업이 통영을 먹여 살린다고 단언했다.

"우리나라 굴수하식어업권 현황을 보면 전체 5371㏊ 가운데 3466㏊(64.5%)가 통영 인근 지역에 있습니다.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이 통영을 중심으로 거제, 고성에서 생산됩니다. 우리 굴수협은 2021년 기준 1만 1104t에 1023억 원의 위판고를 기록했습니다. 통영지역에 10개 굴가공 공장과 165개 굴까기 작업장이 있습니다. 굴 유통업을 합하면 8000~1만여 명에 달합니다. 통영에서 세 집 건너 한 집은 굴산업에 종사할 정도로 노동집약적입니다. 공생공존이죠."

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채취, 굴까기, 경매, 배송 등 모든 과정을 최단시간에 끝내야 한다. 그래야, 위생적이고 신선한 상태로 식탁 위에 오를 수 있다. 통영굴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인정할 정도다.

그는 오는 2023년 3월 완공 목표로 공사를 시작한 굴수하식수협수산물처리저장시설이 굴업계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신식 자동화 설비를 갖춘 수산물처리저장 시설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품질 향상은 물론 인건비·관리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부산 등 외지까지 가야 했던 지역 가공업체의 불편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겁니다. 이러한 물류비용 절감으로 지역 수산업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지홍태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이 통영시 용남면 원평리 조합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지홍태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이 통영시 용남면 원평리 조합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하루 1만 7000상자 위판 기억 강렬" = 조합장이 되고 나서 가장 기억나는 일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2019년 하루 굴 위판이 1만 7378상자(상자당 10㎏), 액수로는 20억 3300만 원을 기록한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기억이 생생합니다. 가격이 10㎏ 한 상자에 17만 원이었습니다. 우리 위판장이 생기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굴조합이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어업인 소득 증대입니다. 그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저 얻어진 결과는 아니었다. KBS2 TV <백종원클라쓰>를 유치해 굴을 활용한 요리와 실제로 시식하는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 이 외에도 다양한 TV 예능프로그램을 유치해 굴의 우수성과 효능을 알리고, 다양한 굴요리 레시피를 소개해 '굴 구매욕'을 자극했다.

또 농·수·축산물 전문 라이브 커머스 업체인 비욘드커브와 협업을 진행해 온라인 판매를 하고, 올해 설을 앞두고는 네이버 쇼핑몰과 유튜브 채널에서 1월에만 총 9회에 걸쳐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방송 판매)를 진행했다.

"앞으로도 광고선전 예산을 과감하게 투입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소비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 홍보를 지속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굴껍데기는 보물이다 = 지 조합장은 양식업계의 숙원인 굴껍데기 처리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전국으로 연간 25만t의 굴껍데기가 나오는데, 동해까지 싣고 가 버리는 데 t당 5만 4000원이 든다. 굴껍데기를 재생자원으로 만들면 부가가치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굴껍데기를 재활용 자원화해서 소규모 포구나 어항, 바닷가에 투입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1년 정도만 지나면 굴껍데기가 녹으면서 아름다운 산호 비치가 만들어집니다. 미국 일본 등 외국은 이미 굴껍데기 등 수산부산물을 재활용해 자원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하면 됩니다. 굴껍데기는 탄소도 잘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료, 건축자재, 어류산란장 등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이 소중한 자원을 그냥 깊은 바닷물에 버리는 건 정말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정점식(국민의힘, 통영·고성)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했다. 법률안에는 △'수산부산물','수산부산물 재활용' 등에 대한 정의 신설 △국가적 차원의 수산부산물 재활용 기본계획 수립(5년 단위) △수산부산물 처리업 허가 및 경비 지원에 대한 근거 마련 △수산부산물 자원화시설 설치·운영 관련 사안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행은 올 7월 21일부터다.

◇다시 조합장 도전 =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은 뭔지 물었다. 그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을 따라하고 싶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

"조합장을 하려고 26년이라는 세월을 갖다바쳤습니다. 남들 다 은퇴한 70 넘어 뒤늦게 조합장이 됐습니다. 근데 제가 굴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여전히 체력은 자신 있습니다. 50대 후반 못지않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올해 나이가 한국 나이 기준 81세입니다. 80 넘어서도 대통령 하는데, 조합장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웃음). 내년 조합장 선거에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3년이 구축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구축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오롯이 실행하는 시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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