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로 은행원 그만둔 후
가업 이어 수산업의 길로 들어서
7 대 1 경쟁률 뚫고 조합장 당선
금융지식 동원해 수익성 높여
특별상여금 100% 지급하기도

최기철(58) 마산수협 조합장은 마산합포구 구산면에서 홍합을 키우는 수산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누군들 고생을 하고 싶겠는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어업으로 피땀 흘린 조부와 부친을 보면서 '나는 절대 어업에 관련된 일을 않겠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또한 인생이다.

◇은행맨에서 홍합 양식자로 변신 = 그는 마산상업고등학교(현 마산용마고)를 졸업해 1988년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무탈하게 은행원의 삶을 이어가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2001년 금융계를 떠났다.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였는데, 돌아갈 곳이라고는 결국 바다뿐이었다고 했다.

"바다의 품에서 태어나 잠시 바다 곁을 떠났는데, 바다는 다시 돌아온 저를 잊지 않고 따뜻하게 안아 줬습니다. 바다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바다는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생계의 보고라고 생각합니다. 바다를 잘 가꾸고 보전해 자손만대 잘 물려줘야 합니다."

최 조합장은 부모님이 운영하던 홍합 양식장을 물려받아 본격 수산인의 길로 들어섰다. 마창어업피해보상대책위원장 등을 맡으며, 은행원에서 어업인으로 거듭났다.

2일 마산수협 조합장실에서 만났을 때 그는 홍합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최 조합장은 홍합 양식장 4ha를 운영하며 연간 1200t의 홍합을 생산하고 있다.

▲ 최기철 마산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이 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성동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 최기철 마산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이 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성동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홍합은 주로 육수 재료로 많이 사용됩니다. 다시마, 멸치, 가쓰오부시(가다랑어 포)급으로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홍합 국물은 특유의 시원한 맛이 납니다. 칼슘, 칼륨, 비타민, 철분과 단백질도 풍부합니다. 그러면서도 값이 정말 싼 수산물입니다. 마산 바다쪽에서 홍합을 가장 먼저 채취합니다. 9월 무렵부터 햇홍합이 나오거든요."

최 조합장은 2019년 3월 치른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돈 버는 바다, 잘사는 어업인, 다시 뛰는 마산수협'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당선돼 조합장 자리에 올랐다.

조합장 선거 열기는 뜨거웠다. 7명이 출마하면서 7 대 1 경쟁률을 보였는데, 수협과 농·축협, 산림조합 통틀어 전국 최고 경쟁률이었다. 그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명경영으로 마산수협의 크고 작은 새로운 변화를 일구고, 도약과 성장을 이뤄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체 1623표 중 461표(28.4%)를 얻어 당선됐다

◇자본잠식 마산수협에 활기를 불어넣다 = 마산수협은 1990년대 초 이후 전국 5대 수협이라는 옛 영광을 뒤로한 채 2002년 자본잠식이 시작됐다. 근 20년 동안 조합원들에게 배당 한푼 못하고 탈퇴 조합원에게 출자금 환급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조합장으로 당선하면 금융지식을 총동원해 금융부문에서 흑자를 극대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익은 금융에서 많이 나오는데도, 생각보다 금융을 아는 조합원이 많지 않더라고요. 조합장이 되면 그동안 갈고닦은 금융지식을 접목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마산수협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조합장으로 당선된 이후 부실채권 관리 전문화, 채권관리 의사결정 신속화를 위해 리스크관리실에서 채권관리업무를 분리해 신용사업부로 이전했다. 이를 통해 수익성 및 자산 건전성 제고를 실현했다. 결과는? 2021년 40억 60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조합원들에게 1억 8800만 원의 출자배당과 이용고배당을 시행했다. 조합원 탈퇴시 지분환급도 100% 가능하게 됐다. 자산건전성 등급도 개선됐다. 연체비율도 0.9%로 크게 낮아졌다. 한때 82억 원에 달했던 미처리결손금도 2021년 완전히 털어냈다. 자산건전성 등급도 개선이 되었다.

이러한 자산건전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근 15년 동안 제자리였던 직원 급여도 6% 인상하고, 특별상여금 100%도 20년 만에 지급했다.

◇"새 위판장 건립 가장 중요…재선 도전" = 그는 오는 2023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시작된 새 위판장이 마산수협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산항 방재언덕이 조성되면서 수협 앞이 매립됐습니다. 배가 바로 접안할 수 없는 등 수협 업무기능이 어려워졌습니다. 새 위판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경제성·효율성 제고, 어업인·위판 종사자들의 요구사항도 파악해 반영했습니다. 이 시설이 들어서면 조합원들과 어업인들뿐만 아니라 수산물을 신속하게 하역하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도 더욱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어떤 사업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역대 조합장 가운데 '최기철만큼 깨끗한 조합장은 없었다'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 머릿속에 '조합장 하면 검은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아직 의외로 많습니다. 수협도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장이 청렴하지 못하면 수협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건강한 수협, 깨끗한 수협'을 만들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조합원과 직원 권익보호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선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4년이라는 시간으로는 마산수협을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기가 부족하다고 했다.

"수협은 어업인들의 자조 조직입니다. 어민과 수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어민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습니다. 앞으로도 조합원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출자배당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습니다. 현장에 강한 조합장, 돈버는 바다, 잘사는 어업인, 다시뛰는 마산수협, 신바람나는 조합을 꼭 만들어 조합원들과 항상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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