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 - 박동근 자동차매매사업자조합장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28일 현대·기아차 중고차판매 사업조정 권고안을 발표했다. 완성차업체가 1년 후 중고차판매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박동근(67) 경남자동차매매사업자조합장은 이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고차 판매업자 생계를 지키고자 투쟁을 불사하겠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3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지면서 기존 중고차업계와 갈등이 불거졌다.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 참여한 박 조합장을 11일에 만나 합의내용,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대·기아차와 기존 중고차판매업자 간 상생협약을 바랐다. 박 조합장은 이번 권고안이 중고차판매업계 입장에선 상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조합장은 "자동차매매사업자들도 현대·기아차 신차를 판매할 권한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중고차 업계도 신차를 팔아야 상생 아닌가"라고 말했다.

권고안은 크게 4가지다. △현대자동차㈜, 기아㈜ 중고차 판매업 사업개시 1년 연기 △두 기업 중고차 판매 대수 2년간 제한 △두 기업 신차 구매 고객이 중고차 매입을 요청할 때만 매입 △두 기업이 사들인 중고차 중 인증중고차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는 경매의뢰 원칙이 그 내용이다.

◇소비자에게 손해될 수 있어 =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허위매물이 없고 거래 과정이 안전하다는 신뢰감 때문이다. 하지만 박 조합장은 "이미 현대·기아차 측에서 허위매물은 대기업이 진출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제품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고정하는 볼트 4개 중 3개가 빠진 채 출고된 사례를 들었다.

박 조합장은 "신제품에서도 결함이 발생하는데 중고차에서는 100% 무결함을 보긴 어렵다. 해서 중고차 판매 시 성능점검 관련해 책임보험 가입 등 사후 문제를 보장하는 법적 장치와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허위매물 근절은 정부, 행정기관에서 단속과 그 처벌을 철저히 해야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박 조합장은 출고 5년 이내 차량은 제조사가 사후 점검·수리를 해줘야 하는, 소비자의 권리 중 하나임을 말했다. 박 조합장은 "필수로 사후 수리해줘야 하는 차임에도 인증중고차라는 딱지를 붙여 재판매해 이익을 내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현대·기아차 1년 후 시장 진출
허위매물 근절 효과 의문 제기
"판매업자 생계 위협" 저지 뜻

중고차판매업계는 1년 연기 기간 내 제조사가 중고차를 팔 수 없도록 저지하는 것이 큰 목표지만 대응책도 마련코자 한다. 현대·기아에서 내거는 인증중고차 상품을 중고차 업계 내에서도 만들 계획이다. 보험사와 계약해 더 안전하게 상품을 설계하고, 공제조합을 설립해 인증 비용 부담을 줄여 소비자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권고안이라 벌금 1억 원에 그쳐 = 현대·기아차가 연기 기간 내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판매대수 초과 등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따라 1억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박 조합장은 대기업에 1억 원은 치명적인 과태료가 아니라며 권고안 실효성을 염려했다. 실효성 없는 1억 원 과태료에 1년 유예기간을 둔 건, 대기업 시장진출에 대응하는 시간이라는 게 박 조합장 설명이다. 박 조합장은 "대기업 시장 진출이 기존 중고차판매업자에게 생계위협으로 다가온다는 것에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구성원들도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법적으로 제조사가 중고차를 판매할 수 없도록 노력하겠다. 자동차매매사업자조합원과 중고차판매업자 생계를 걸고 단식투쟁도 불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고차 허위매물 없는 경남 = 박 조합장은 자동차 제조사가 중고차업계에 진입해도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규모가 큰 완성차업체라 하더라도 중고차 매매조합이 40년 동안 쌓아온 체계를 하루아침에 뛰어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 박동근 경남자동차매매사업자조합장이 11일 오전 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 박동근 경남자동차매매사업자조합장이 11일 오전 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박 조합장은 1976년에 마산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시작했다. 농업이 우리 사회의 주력 산업이었던 시기여서 중고차 판매업이 생소했다. 조합은 1993년 2월 설립됐다. 박 조합장은 2002년에서 2006년까지 9·10대 조합장을 지내고 이번에 15대 조합장을 맡고 있다. 조합은 회원사 권익과 소비자 권익을 동시에 챙겨야 한다.

박 조합장은 중고차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에게 "매매상사가 자동차관리사업등록 허가를 냈는지 꼭 살펴야 한다. 차량에 하자가 있으면 조합에 문의하면 즉각 해결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광고로 본 중고차 매물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또한 문의하면 된다. 조합이 중고자동차 제시·매도신고 신청을 받기 때문에 현황파악이 정확하다.

조합은 또 중고차판매업자를 교육하고 자동차매매 사원증을 발급한다. 중고차판매업자는 필수적으로 종사원증을 발급받아야 하며, 2년에 한 번씩 갱신한다. 이때 허위매물 근절을 교육한다.

박 조합장은 "사원증 발급 체계 등을 구축했기 때문에 경남에는 허위매물이 없다"면서 어느 매매상사에서라도 안전한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1일 기준 경남 조합에 가입한 매매상사는 462개사, 사원증을 발급받은 판매업자는 약 2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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